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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만화의 진정한 힘!!

재능세공사 2007. 5. 16. 12:25

< 프롤로그 >

 

돌이켜 보면 강풀이라는 만화작가를 알게된 것은 아주 우연한 행운이었다. 직장생활의 피곤함과 무료함이 판을 치던 6년전의 일이었다. 모두들 만화소재로 사용될 것이라고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똥'을 소재로 한 그의 첫번째 히트작 '일쌍다반사'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는 이미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던 인터넷 열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나갔고 그 와중에 원잭도 당근 그의 놀라운 작품과 조우하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 영화화되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영화에 대한 관심보다는 원작만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아파트'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강도영(이렇게 그의 본명이 어색한걸 보면 이미 강풀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버린것 같다..^^)이라는 만화작가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원잭 역시 그의 놀라운 작품을 이미 섭렵했던지라 이 영화의 품질에 대해 기대와 우려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강풀 스스로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이라 칭한 그의 놀라운 걸작은 영화적 틀속에서 재현되기에는 무리였음이 밝혀지고 말았다.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원잭은 미디어다음 사이트에서 다시한번 찬찬히 '아파트'(총 40화)를 읽어봤고 왜 감독이 이미 엄청난 완성도를 가진 이 만화의 구성을 뒤흔들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암튼 덕분에 훨씬 더 상상력과 감동으로 가득찬 그의 차기작 '바보'와 '타이밍'을 완독할 수 있었으니 손해본 장사는 아닌듯 싶다. 그가 현재 연재중인 '26년'을 읽고 싶은 충동을 잠시 미루어 두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그의 만화가 준 여운에 감탄하고 있나 보다. 아직 강풀이 재미와 함께 전해주는 사랑과 감동의 이야기들을 접해보지 못한 불운한 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서라도 원잭이 느껴왔던 그의 만화세계를 최선을 다해 전달해 보련다.

 

 

< 사람냄새가 진동하는 그림 >

 

강풀은 스스로 그림을 못 그리는 만화가라고 이야기한다. 원잭이 보기에는 그의 그림은 제도권의 어떤 만화가의 그림과도 비슷하지 않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들의 온정이 스며들어 있으며 그의 글씨체 역시 사람냄새가 풀풀 나서 좋다.. 그래서 강풀인가 보다..^^

 

 

 

'타이밍' 후기를 읽어 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언제나 겸손하고 우직하면서도 성실한 만화가다. 한 컷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가 벌이는 주변 사람들과의 퍼포먼스나 실제 풍경들에 대한 집요한 스케치와 확인작업은 단지 그가 말하는 그림실력의 부족때문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진실된 그림을 그리기 위한 그의 본능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다.

 

 

< 강풀만화의 정수 - 진실된 이야기의 힘 >

 

강풀의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라. 그리고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에 빠져 보라. 그의 만화를 읽는 사람들의 댓글에서 그의 글이 얼마나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대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이야기는 그의 삶속에서 체험한 진실되고 생생한 이야기들 위에 멋진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이다.

 

그가 펼쳐내는 만화속의 이야기들은 결코 낯설지 않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추억을 더듬게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이유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또한 강풀만화의 캐릭터들은 진실로 악하거나 완벽한 사람이 없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보통 사람들의 고민과 반응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펼쳐내는 이야기에는 항상 웃음과 눈물이 공존한다. 미스테리심리썰렁물 같은 장르에서조차 우리는 지독한 공포속에서도 그 이면에 담긴 가슴아픈 이야기들에 눈물 흘리며 감동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만화는 그가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일 것이며 그가 새롭게 만들어 내는 혼합장르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듯 하다.

 

 

< 상상력이 제대로 녹아든 완성도 높은 구성 >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작가다. 초기의 그의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스케일과 구성력이 이미 내재되어 있던 그의 상상력과 맞물리면서 최근의 강풀만화는 대부분 영화계쪽의 러브콜을 받을만큼 매력적이다. 심지어 천재들의 집합소라고 불리우는 영화계에서조차 그의 작품을 오롯이 소화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ㅜㅜ

 

 

그가 여러번 밝힌 것처럼 그의 작품은 연재내내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승전결의 핵심 이야기들이 완성된 상태에서 시작이 된다고 한다. 이미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나 있는 조앤 롤링 역시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해리포터 시리즈는 처음부터 7부작의 구상이 서 있었다고 한다)을 보면 이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그만큼의 완성도를 끌어낼 수 없나 보다.

 

 

 

완성도는 상상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가치를 논할 수 없다. 그의 상상력이 인풋이고 재료라면 완성도는 이야기꾼들의 직관적 구성과 매끄러운 연결 그리고 절묘한 반전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편안하면서도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게 하는 힘은 그가 창조해 낸 캐릭터들의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진실된 전달 덕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다 >

 

강풀은 '타이밍'을 끝내고 장기휴식에 들어갔고 최근 광주이야기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눈여겨 보면 그가 왜 이 소재를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몇년간의 강행군을 통해 만화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은 뒤늦게 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무겁고도 가슴아픈 그리고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 그가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질지 자못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그의 이야기에 담긴 진실의 힘은 여전히 사람들을 공명하게 만들 것이고 언제나 그는 우리의 변함없이 유쾌하고 진지한 사람냄새 나는 강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에필로그 >

 

그 누구도 인터넷상에서 악플이 발생하는걸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풀만화에는 그런 악플이 매우 희귀하다. 그만큼 그의 만화는 사람들에게 딴지걸고 싶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끄집어 내기 보다는 자신이 잊고 살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만화를 읽는, 아니 우리가 좀 더 빨리 많이 보거나 읽고 싶을만큼의 작품을 선사하는 작가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강풀은 연재할때마다 늦은 업데이트로 독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여러번 하게 되는데, 우리는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과 창작의 고통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느긎한 독자가 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조바심이 그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말이다. 강풀의 변함없는 만화사랑에 광영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