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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축구 vs 중혼

재능세공사 2007. 9. 14. 19:51
< 프롤로그 >

 

바로 한달전쯤의 일이다. 여차여차한 일(밝히고 싶지 않다는 야그다..쩝)로 외박을 해야만 했던 그날밤 우연히 들렀던 편의점에서 이 책이 원잭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목부터가 일단 쇼킹하다. 그리고 언젠가 신문광고면에서도 원잭을 유혹했던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바로 충동적으로 구입하고야 말았다. 약간의 설레임과 흥분을 느끼면서..^^

 

 

 

< 도발적인 딜레마 >

 

동시에 두 여자를 혹은 두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 혹는 그래도 되는 것인가? 이런 의문을 한번쯤 떠올려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무협지에 열광했던 원잭을 포함한 남정네들이라면 더더욱 그 환타지속의 영웅호색에 대한 부러움을 가슴 한구석에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위의 질문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결혼으로 대체해 보자. 더욱 심란하고 어려운 질문이 될 것이나 본질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호합의하에 이른바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파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변화를 감당하고 이전의 합의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바로 이 딜레마를 '아내가 결혼했다'는 정면으로 다룬다. 그것도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가독성으로 무장한채 말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아내가 '결혼'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허락하고 지켜보고 겪어야 하는 '첫번째' 남편이고 그의 모든 느낌은 사실적이고 충분히 안쓰럽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그의 편이 되어서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웬만한 강심장으로 세상과의 철저한 유리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시도하기 불가능한 이 딜레마를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화자인 첫번째 남편이 되어 보기도 하고, 그 보다는 더욱 의연하게 중혼을 받아들이는 가해자틱한 두번째 남편으로 살아보다가 마지막으로 이 모든 원인과 결과를 주도하는 매우 탁월한 조율능력과 매력을 지닌 아내로서 두 남편을 단도리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터이니 말이다.

 

원잭은 궁금하다. 다른 이들은 이 경험을 통해 어떤 느낌과 단상을 갖게될런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좀 더 폭넓고 새로운 사고를 해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결코 심심하거나 지나치게 고민스럽게 만들지 않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축구 이야기가 보너스로 매우 오밀조밀하게 담겨져 있으니 후회는 없으리라.

 

 

< 에필로그 >

 

인간이 지금까지의 문명을 통해서 만들어 낸 수많은 제도, 특히나 세계인 거의 대부분이 수용하고 있는듯 보이는 매우 공통적이고 당연한 제도들에 대해서 한번쯤 색다른 시각을 가져보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