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게으름'은 우리가 익히 연상하는 그것과는 달랐다. 저자의 정의대로라면 우리가 그동안 자주 입에 올렸던 '게으름'은 '작은 게으름-삶의 주변 영역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일 뿐이다. 대신 저자는 우리 삶에서 훨씬 더 경계해야 할 '큰 게으름-삶의 중심영역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에 대해 매우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전하는 '게으름'의 다양한 면면을 한번 확인해 보면서 자신의 '게으름 지수'를 스스로 측정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리스트가 전혀 자신과 상관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정녕 인간이 아니리..^^
1. 선택의 회피 - 결정 미루기, 떠넘기기, 선택의 폭 조절하기
2. 시작의 지연 - 해야 할 일이나 하기로 한 일의 시작을 자꾸 미룬다.
3. 약속 어기기 - 고지서 납부일 넘기기, 약속시간 늦게 가기, 마감일 넘겨 과제 제출하기
4. 딴짓 하기 - 눈앞에 닥친 중요한 문제 회피, 사소한 문제를 잡고 시간을 보냄
5. 꾸물 거리기 - 하기로 한 일이나 해야 할 일들을 대충대충 하는 것
6. 철퇴(withdrawal) - 현실에서 물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경우
7. 눈치 보기 - 게으른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눈치맨이 된다.
8. 서두름 - 할 일을 하지 않는 게으름 뒤에 이어지는 행동
9. 즉각적 만족 추구와 중독 - 싫증을 빨리 느끼고 순간의 기쁨만을 추구
저자는 게으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자기 합리화에 대해 너무나 정확히 꿰뚫고 있어서 게으른 독자들이 가상으로도 항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의 변명에 담긴 심리를 조목조목 설명할 때면 누구든 백기투항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게으른 사람들 최고의 비전절기인 '자기 비난'도 결국 변명일 수 밖에 없음을 밝히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저자의 진단대로라면 필자는 '과도한 낙관주의 성격 유형-"웬 걱정? 때가 되면 잘 될 꺼야"의 게으름쟁이다. 이 대목에서 정말 부인하고 싶었지만 그 설명 하나하나가 어찌 그리 필자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인정할 수 밖에.. (여러분도 저자가 제시하는 세가지 대표적인 성격 유형 중 하나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게으름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게으름의 속성에 대한 입체적이고도 정확한 해석에도 있지만 그 해결방법에 있어 '게으름과 직접 응전하여 승리하라'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색다른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 극복의 핵심은 '자기로서 살아가는 것', '자유의지를 가지고 삶의 매순간을 능동적으로 선택해가는 것'이다. 흉내내는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는듯 하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자기다움에 근거한 능동적인 선택을 하나하나 쌓아갈 때 저자의 메시지를 좀 더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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