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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게으름 - 진실의 망치세례

재능세공사 2007. 5. 15. 00:47
사실 책을 읽기전에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었다. 게으름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위인이 바로 나였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부끄러운 진실을 들켜버린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 올랐으며, 게으름의 백화점식 나열을 온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덕에 저자가 시종일관 진지함과 애정을 가지고 펼치는 진실의 망치세례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ㅜㅜ

 

그런데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게으름'은 우리가 익히 연상하는 그것과는 달랐다. 저자의 정의대로라면 우리가 그동안 자주 입에 올렸던 '게으름'은 '작은 게으름-삶의 주변 영역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일 뿐이다. 대신 저자는 우리 삶에서 훨씬 더 경계해야 할 '큰 게으름-삶의 중심영역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에 대해 매우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전하는 '게으름'의 다양한 면면을 한번 확인해 보면서 자신의 '게으름 지수'를 스스로 측정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리스트가 전혀 자신과 상관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정녕 인간이 아니리..^^

 

 

1. 선택의 회피 - 결정 미루기, 떠넘기기, 선택의 폭 조절하기

 

2. 시작의 지연 - 해야 할 일이나 하기로 한 일의 시작을 자꾸 미룬다.

 

3. 약속 어기기 - 고지서 납부일 넘기기, 약속시간 늦게 가기, 마감일 넘겨 과제 제출하기

 

4. 딴짓 하기    - 눈앞에 닥친 중요한 문제 회피, 사소한 문제를 잡고 시간을 보냄

 

5. 꾸물 거리기 - 하기로 한 일이나 해야 할 일들을 대충대충 하는 것

 

6. 철퇴(withdrawal) - 현실에서 물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경우

 

7. 눈치 보기    - 게으른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눈치맨이 된다.

 

8. 서두름        - 할 일을 하지 않는 게으름 뒤에 이어지는 행동

 

9. 즉각적 만족 추구와 중독 - 싫증을 빨리 느끼고 순간의 기쁨만을 추구

 

 

저자는 게으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자기 합리화에 대해 너무나 정확히 꿰뚫고 있어서 게으른 독자들이 가상으로도 항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의 변명에 담긴 심리를 조목조목 설명할 때면 누구든 백기투항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게으른 사람들 최고의 비전절기인 '자기 비난'도 결국 변명일 수 밖에 없음을 밝히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저자의 진단대로라면 필자는 '과도한 낙관주의 성격 유형-"웬 걱정? 때가 되면 잘 될 꺼야"의 게으름쟁이다. 이 대목에서 정말 부인하고 싶었지만 그 설명 하나하나가 어찌 그리 필자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인정할 수 밖에.. (여러분도 저자가 제시하는 세가지 대표적인 성격 유형 중 하나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게으름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게으름의 속성에 대한 입체적이고도 정확한 해석에도 있지만 그 해결방법에 있어 '게으름과 직접 응전하여 승리하라'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색다른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 극복의 핵심은 '자기로서 살아가는 것', '자유의지를 가지고 삶의 매순간을 능동적으로 선택해가는 것'이다. 흉내내는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는듯 하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자기다움에 근거한 능동적인 선택을 하나하나 쌓아갈 때 저자의 메시지를 좀 더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