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New 인맥론 - 종족의 시대가 온다 : 서문 + (1)

재능세공사 2012. 1. 26. 22:35

서문 : 인간관계는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나름 인맥전문가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인맥론 교재를 본 적이 있다. 대략적으로 훑어본 수준이었지만 갑자기 속에서 천불이 났다. 명색이 인맥전문가라는 사람이 전하는 인맥론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이 사람에게 영향을 받은 이들이 향후 어떤 생각으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어갈지 상상해 보니 기분이 더욱 안 좋아졌다. 오로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인위적이며 노골적인 기술의 향연을 인맥론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그 사람이 정말 미웠고 위험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그 사람이 꽤나 잘 나가고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는 또 무모한 결심을 해버렸다.


비록 인맥론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인간관계에 아주 많은 관심과 경험치를 가진 사람이지만 그동안 생각해 온 아주 다른 맥락의 인맥론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최소한 비교해 볼 수 있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이 무모한 시작은 강연정보 포털 세미나메신저에서의 소박한 강연으로 이어졌고 기대하지 않았던 추가 강연기회까지 덤으로 얻는 행운이 더해졌다. 이 책은 그 당시 준비했던 강연자료를 재구성하여 독자들에게 누구나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거론하는 인맥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하나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인간관계는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극도로 심화되면서 우리의 추억과 경험마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빈번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녹아 들어가 있는 인간관계마저 관리의 대상이 되어서는 정말 곤란한 것 아닐까. 그것을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지고 인간으로서 최후의 순간까지 지켜야 할 소중한 성역조차 지키지 못한 채 자본주의의 부속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책이 그런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낼 뿐만 아니라 멀리 깊게 오래도록 함께 갈 수 있는 인간관계를 일구어 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New 인맥론 - 종족의 시대가 온다


관계의 종류 : 인간관계, 사회관계, 이해관계


인맥론을 논하기 전에 그 바탕이 되는 관계에 대해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는 크게 세 가지 틀이 있다. 첫째는 '사람과 사람간의 인격적(사적)인 관계'로 정의할 수 있는 순수한 의미의 '인간관계'다. 친구, 사제, 선후배, 애인 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사회생활을 영위해 가는데 필요한 인연관계'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관계'다. 우리가 흔히 쓰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이해타산적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있다. 비즈니스 관계(동업자/갑과을)나 채무자와 채권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인간관계로만 보면 사실 '인맥론'이라는 별도의 용어는 불필요하며 인간관계론을 논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시대흐름의 변화에 따라 사회관계와 이해관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관계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한 인맥론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간관계에 비해 사회관계와 이해관계는 관계의 속성상 인위적인 획득과 관리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 그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 시대흐름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시대흐름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


첫번째 변곡점 : 신으로부터의 독립


꽤 오랜 시간동안 인간들은 절대자인 신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인식해 왔다. 아직도 어떤 종류의 종교를 믿는 이들은 이 연장선상에 있겠지만 중세 이후 일어난 르네상스의 기운은 처음으로 인간중심적 사고를 가능케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세계에서 그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관계는 그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 시점부터 그 중요성과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견하게 된 셈이다.


더불어 인간중심적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혈연과 지연이라는 사회관계가 삶을 영위하는데 순수한 인간관계만큼이나 영향력이 높아졌고 특정한 사회관계가 개인의 삶에 이익이 되거나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체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집안이나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짐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전까지 자연스럽게 형성되곤 했던 사회관계조차 인위적으로 바꿔 보려는 시도(특정집안과의 정략적 혼사 맺기 등)들이 이해관계를 발아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두번째 변곡점 : 자본주의의 등장과 심화


자본주의의 등장과 심화는 사람들에게 돈의 위력을 실감나게 만듦으로써 인간중심적 사고를 급격하게 무너뜨리고 물질 중심적 사고와 속도전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사람들을 내몰았다. 이제 이해관계는 모든 관계를 논함에 있어 절대적인 최우선 기준이 돼 버렸고 사회관계조차 이해관계에 따라 획득하고 유지해야만 하는 기형적인 필요악으로 변질되었다. 전통적인 사회관계 혈연과 지연에 학연과 직연(직장인연)이 더해지면서 순수한 인간관계는 심각하게 위협받기 시작했고 언제든지 이해관계에 따라 희생양이 되거나 변질될 처지가 되었다.


순수한 인간관계를 여전히 중시하는 이들은 철없는 사람들로 치부되기 십상이고 이해관계 중심의 사회관계에서 자꾸만 멀어져 갔다. 그렇게 인간관계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본질적 의미와 상관없이 소외되기 시작했고 그저 상처받은 영혼들이 잠깐씩 쉬어가며 인간성을 잊지 않을 정도의 한정된 의미와 역할로 위축되어 갔다. 현대인들의 끝없이 되풀이 되는 불안과 두려움이 이런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세번째 변곡점 : 인터넷의 등장과 발전


인터넷의 등장은 또 하나의 세계 '온라인'의 탄생을 의미한다. 시공간적 제약에 굴복해야 했던 오프라인 세계의 인간들에게 온라인은 다양한 의미에서의 자유뿐만 아니라 수많은 종류의 결핍과 외로움을 채워줄 새로운 관계와 소통채널이 돼주었다. 바야흐로 종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게 인터넷 세상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종족을 쉽게 찾고 쉽게 그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물론 인터넷의 등장과 발전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 비해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 입장에서 인터넷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운 장벽이자 오프라인에서의 상대적 기득권을 와해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위협이기도 했다. 그나마 오프라인 상에서 간헐적으로 유지되던 젊은 세대와의 소통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훨씬 더 멀어지고 말았으며 기성세대는 더욱 기존의 오프라인 소통과 관계방식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우리는 기존의 사회관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종류의 커연(커뮤니티인연)과 온연(온라인인연)을 일상 속으로 끌어 들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성세대 중 상대적으로 젊은 40대들은 점차 인터넷 세상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세대 간 소통의 메신저 역할에 필요한 학습경험과 영향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이 제일 먼저 정착시킨 문화는 온라인에서의 인연을 오프라인 체험과 만남으로 연결시키는 일이었다. 이로써 새로운 관계론과 인맥론이 본격화될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이 만들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