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황금찬스 준 국민 저버린 민주통합당

재능세공사 2011. 12. 27. 18:46

식물정당에게 산소호흡기 노릇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상황이 위중하게 돌아가고 있다. MB정권과 한나라당이 끝간데 없이 자충수를 두다가 나꼼수 정봉주 유죄확정으로 정서적인 역린까지 건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색이 야권의 맏형(?)이자 혁신이 동반된 통합으로 거듭났다는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표현대로 한국정치 역사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민한당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의 명줄을 이어주는 산소호흡기 노릇에 여념이 없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봐도 민주통합당의 행태는 해석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더이상 악재가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그로기 상태에 이른 한나라당에게 국회등원이라는 성탄절 선물을 안겨준 것은 그 중에서도 최악의 선택이다. 이 선택 하나로 한나라당은 비빌 언덕을 찾았고 민주통합당 내부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정국을 공식적으로 주도하는 여당의 지위를 찾은 것은 물론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회수될 것이 분명한 국회권력을 아낌없이 휘두르는 호사를 만끽하고 있다.


자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정국반전의 계기를 최대의 적이 만들어준 꼴이다. 그것도 박근혜를 얼굴마담으로 삼아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던 절묘한 타이밍에 말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연말정국에 양당이 밀실에서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있는 전자주민증, 석패율제, 미디어렙법, 그리고 민영화 추진 꼼수 등 어느 것 하나 국민과 전체 야권의 관심사는 없다. 그저 구태양당의 이해관계만이 존재할 뿐. 구태 정치구도의 복원에 의기투합한 이 협작질을 얼마나 더 참고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한나라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의석을 빼앗기는게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그들이 두려운 것은 의석 몇십석을 빼앗기는게 아니라 수십년을 유지해 왔던 구태 양당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엄살을 피우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믿을 구석이 여전히 많은 정당이다. 그들이 정말 야권연대를 두려워하고 있을까.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연대는 단기적인 위협이 될지언정 그들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기득권 자체를 위협하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다루기에 이력이 난 한나라당에게 그들은 결코 위협적인 적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필요악일 뿐. 지금은 민주통합당과 싸울 때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미끼를 흘리며 어르고 달래야 할 타이밍임을 한나라당은 잘 알고 있고 생각대로 잘 움직이고 있다. 때 이른 승리감에 도취한 민주통합당이 그들이 진짜로 겁내고 있는 제대로 된 야권연대와 정치혁신에서 멀어질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즉생의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기치로 산고끝에 탄생한 통합진보당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로 불리한 환경이고 아직도 창당절차를 다 끝내지 못한 상황을 감안한다고 해도 통합진보당 역시 너무 예상가능한 행보로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민주통합당의 뻘짓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아무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 논평정치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MB와 한나라당을 아무리 때려봤자 더 이상 나올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대할 수 밖에 없는 민주통합당이기에 비판의 날을 과도하게 세울 수 없는 현실적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시간은 우리편'임을 잘 알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중앙당 창당일정에 맞춰 당지도부 경선날짜를 잡은 자들이다. 국민들에게 통합진보당의 존재감을 어필할 기회 자체를 봉쇄하여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기존 스탠스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악의적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그냥 앉아서 당하겠다는 것인가.


국민은 이미 한나라당을 버렸고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 역시 접을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국민들에게 선거혁명에 나설 확실한 명분과 대의라는 충분조건을 채워주어야 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왜소하고 나약해 보이는 목표같지 않은 목표를 내던져 버리고 구태 양당을 심판하고 국민의 여망을 현실로 만들 제 1당이 될 것을 강력하게 선포해야 한다. 야권연대 파기를 선언하라는 의미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정면승부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야권연대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점잖고 합리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민주통합당의 전향적인 자세전환은 미몽에 불과하다. 그들은 대단히 현실적인 실리로만 움직이는 정치세력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민주통합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 특히나 중요한 연말정국까지 시한을 못 박을 필요가 있고 파기가 현실화 될 경우 통합진보당의 총선전략이 어떻게 바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위협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행동을 옮길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민주통합당이 실감할 정도로 말이다.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유지를 위한 전제조건


첫째, 무조건적인 국회등원 즉시 철회. 구체적 실행방안으로는 당지도부 경선에 나선 핵심 주자들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진표의 책임을 묻고 새로운 지도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한나라당과 정부를 포함하여 그 어떤 종류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둘째, 첫째 요건을 받아들였다는 전제하에 차후로 대여관련 정치적 협의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야권연대 파트너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재발될 경우, 야권연대 파기에 따른 모든 정치적 책임은 민주통합당에게 있다는 것을 국민앞에 약속하라.


셋째,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결정되는 1월 15일부터 1월말까지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연대 원칙과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적이며 책임있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약속하는 최소한의 사전조치다.




위의 세가지 요구사항을 기한내에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을 더이상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한 야권연대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 한나라당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할 구태정당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다음과 같이 총선을 임할 것을 국민앞에 약속한다.


첫째, 통합진보당은 내년 총선을 불합리한 선거제도, 지역감정, 대안세력의 부재 등으로 국민들의 뜻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왜곡되고 편향되어 왔던 정치지형을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복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혁신이자 선거혁명으로 규정한다.


둘째, 국민들에 의한 선거혁명을 가능하기 위해, 정치공학적 묻지마 통합전략이나 현실적 타협책인 선거연합 전략을 버리고 전 지역구에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출마자를 낸다.


셋째, 민주통합당이 책임있고 진정성 있는 자세전환을 입증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정치적 협상이나 타협 없이 오로지 국민을 믿고 전 출마자가 완주하여 국민의 힘으로 선거혁명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오로지 국민을 믿고 익숙한 두려움을 버리자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 이름으로 위장한 언론과 정치세력들의 협박이 계속될 것이다. 야권분열로 한나라당과 MB심판의 기회를 날리려는 것이냐고. 의회권력과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냐는 논리로 국민들에게 통합진보당의 의지와 결기를 정당 이기주의로 몰아가는데 혈안이 될 것이다. 한 두번 겪는 일인가. 각오해야 한다. 국민들을 믿어야 한다. 결국 국민들 역시 민주통합당 역시 심판해야 할 구태 세력임을 깨닫게 될 것임을.



통합진보당의 의지와 결기에 대한 역사적 심판과 총선결과는 전적으로 총선전까지 민주통합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이 구태 정당으로서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한 의미의 혁신과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통합진보당의 선택이 실패할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 길만이 국민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진정한 선거혁명의 성공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우리를 알아줄 것이라는 막역한 기대와 민주통합당이 설마 대의를 무시하고 끝까지 자기 살 길만 찾겠어라는 헛된 기대에 매달려서는 통합진보당 역시 허망하게 역사를 바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지금이 모든 것을 던져 승부해야 할 유일하고 최적의 기회임을 잊지 말자. 스스로를 믿지 않는 정당에게 자신의 마음을 기꺼이 줄 국민은 없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사즉생의 결단만이 마음줄 곳을 못 찾아 방황하던 국민의 힘을 한 줌도 흘려버리지 않고 담아낼 수 있다. 구태 양당 심판의 깃발을 곧추 세우고 진짜 국민의 바다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