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눈물로 핀 통합진보정당이라는 꽃

재능세공사 2011. 12. 5. 03:12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

 

참 길고도 긴 여정이었다. 창당할 때 부터 축복받지 못했던 국민참여당이 걸어온 길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혹독한 시련속에서도 그들은 고착화 된 양당구조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꿈을 잉태했고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라는 슬로건하에 묵묵히 진보통합의 지난한 여정을 함께 이겨내고 아쉬움과 설레임이 교차되는 마지막 전당대회를 끝으로 통합진보정당이라는 꽃을 피워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백을 시원스럽게 메워주고 기꺼이 마음 줄 정당이 없었기에 책임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무당파 인물들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극단적으로 쏠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산고끝에 탄생한 통합진보정당의 앞날은 그간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던 진정성과 선명성에 국민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유연함과 대중성을 얼마나 적절히 녹여내어 새롭고 책임있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담아내느냐에 달려있다.

 

 

통합진보정당이 대안정당이 되기 위해 가야할 길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고정관념이 더이상 유효한 명제가 아님을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어렵게 일궈낸 진보통합의 결실은 국민들에게 진보가 더 이상 국민들과 괴리된 진정성과 선명성 경쟁에서 벗어나 작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얼싸안고 더 큰 국민의 품속으로 함께 뛰어들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시작이다.

 

국민들은 단번에 마음을 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매번 중대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양자택일식 선택을 강요하는 정치공학적 세모으기 '닥치고 통합'은 이제 더이상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아마도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주도하는 야권대통합의 압력은 이번에도 끝까지 정권교체의 절박성을 볼모로 통합진보정당의 정치혁신 의지를 분열의 정치로 몰아 세우며 강력히 위협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총선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통합진보정당은 총선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해야 한다. 불합리한 선거제도, 지역감정, 대안세력의 부재 등으로 국민들의 뜻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왜곡되고 편향되어 왔던 정치지형을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복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혁명으로 말이다. 2012년 대선구도에 대해서는 총선이 끝날때 까지 절대적으로 관심을 끊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공학의 압력에서 벗어나 정치혁신의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환경조성의 첫번째가 되어야 한다.

 

본격적인 선거연대와 연합을 위한 협상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세 가지 과제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첫번째는 통합진보정당의 지향점을 담은 강령을 토대로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는 핵심정책과 공약을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온오프 채널(SNS, 이동당사, 정치콘서트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정당과 통합진보정당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책임정당으로서 집권가능성을 국민으로부터 확인받아야 한다. 그 성과지표는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될 것이다. 총선전까지 어느 정도 유의미한 지지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통합민주당과의 연대 협상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두번째는 총선 후보자의 선출방식과 후보자 발굴면에서 기존 정당과 확연히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전략공천은 최소화해야 한다. 상향식 공천의 모범을 이번 총선을 통해 확립해야 하고 설령 상향식 공천에 따른 현실적 승리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해도 정당 민주주의의 초석을 닦는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겨야 한다. 통합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사가 현실적 승리가능성이라는 이유로 낙점받는 구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근절시켜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MB정권과 한나라당 심판이라는 국민정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야권연대의 기본원칙과 방식을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야권연대의 틀을 세우고 합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합진보정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서는 야권연대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간은 현실적으로 세력이 큰 통합민주당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을 더욱 믿고 다소 불리하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식이 담보된 원칙과 방식이라면 최대한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통합진보정당은 특정지역 몇 곳을 제외하고는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게 더 효과적인 전략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누가 더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총선에 임하는지는 야권연대 합의과정에서의 모습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고 이 평가는 비례대표 의석확보에 영향을 줄 것이다.

 

 

유시민,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네 분에게 보내는 편지

 

국민참여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통합진보정당 출범이 있기까지 각 자의 위치와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 시켜주고 다시 사람사는 세상을 향한 꿈을 제대로 펼쳐볼 수 있는 한국정치의 옥동자를 탄생시켜준 주역 네 분에게 진심을 담아 위로와 격려 그리고 지지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감히 새로운 동지들 모두와 국민의 심경도 나와 같을 것이라 믿어 보면서..

 

 

유시민 대표님에게..

 

당신이 정치유배자를 자처하고 칩거하며 정치인으로 계속 남을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이기적인 지지자의 바람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돌이켜 보면 국민참여당 입당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2년의 시간동안 당신이 겪은 오해와 비난 그리고 시련은 그 당시 제가 상상했었던 모습을 훨씬 뛰어넘는 혹독한 것이었어요. 당신만큼은 아니어도 저 역시 많이 아프고 안타깝고 서글펐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당신과 우리 모두가 꿈꾸는 길을 걸어가는데 주저함이 없더군요. 당신도 저희와 같은 인간인데 왜 힘들고 아프지 않았겠어요. 저도 압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뎌내고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당신이 자랑스럽고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목에서 또 한번의 이별과 만남속에서 당신이 느꼈을 복합적인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다는 몰라도 어렴풋이 짐작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당신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고 희망으로 가득차 있음 또한 느낍니다. 당신을 의도적으로 또는 잘 몰라서 오해하는 사람들은 지지율도 다 까먹고 떨거지 정치인이 되었다고 말하며 당신이 불행하고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또 한번의 진짜 오해를 하고 있을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당신이 대통령에 연연하고 있는 사람이 아님을, 당신이 정치생명을 걸고 헌신한 진보통합의 길이 틀리지 않음을, 당신이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처 다 이루지 못했던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향한 여정에서 한번도 이탈하지 않은 정치인임을 말입니다. 아마도 당신은 통합진보정당이 대안정당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날이 오면 망설임 없이 자유로운 시민으로 돌아갈 생각을 다시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당신을 마음 편하게 보내줄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저도 기쁠것 같아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런 미래보다는 여전히 당신이 그 짐을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상황이 더 그려지는군요. 다시한번 예전 편지에서 드렸던 말로 편지를 마칠까 해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있는 그대로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살아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

 

 

이정희 대표님에게..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인사드리고 편지를 띄웁니다. 맞아요. 윗 글을 읽어보셨다면 짐작하셨겠지만 전 오랫동안 유시민 대표를 열렬하게 지지해 온 사람입니다. 먼저 정말 감사드린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어쩌면 유시민 대표의 진보통합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컸다 한들 당신마저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았다면 그리고 유시민 대표의 진심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는 동지가 될 수 없었다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사랑과 용기를 동시에 갖춘 희소가치가 있는 정치인입니다. 진보통합의 지난한 여정속에서 전 당신을 재발견할 수 있었어요. 기성 정당이었다면 감히 할 수 없었던 당신의 민노당 대표 선출은 돌이켜 보면 진보통합의 씨앗이 발아되는 상징적인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원들에게 감사드릴 수 밖에요. 그분들도 당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감지하고 진보정당 집권의 꿈을 당신에게 투영한 것이겠지요.

 

유시민 대표가 당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좋아하는지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실꺼에요. 두 분은 성별과 물리적 나이의 차이를 뛰어 넘어 정말 환상의 파트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사는 세상을 일구어 나가는데 서로가 훌륭한 동지를 얻은것 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대선주자의 신기루는 조만간 꺼질 것이고 전 당신이 상식적으로 복원된 정치구도하에서 아름다운 문화강국의 꿈을 실현시키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여선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유시민 대표의 말씀대로 통합진보정당의 얼굴은 당신임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은 제일 선두에서 우리 당이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고 최초의 진보집권을 이루어 내는데 앞장설 것을 믿습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당원으로서 당신의 노력에 대한 지원과 참여를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립니다. 비정한 정치의 세계에 사랑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실 것을 확신하며 동지로서의 첫 만남을 기약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

 

 

노회찬 대표님에게..

 

안녕하세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당신에게는 애증이 겹쳐 있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짐작하실 것이라 믿어요. 한편으로는 당신을 무던히도 이해하려 애썼던 적이 많습니다. 왜냐 하면 당신 역시 우리 진보진영이 어렵게 발굴해 낸 소중한 자산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당신에 대한 실망이 어느 정도 풀리게 되었던 것은 나꼼수 떨거지 특집방송을 듣고 나서입니다.

 

 

당신에게서 진심어린 성찰이 일어났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서 당신이 피하거나 무시할 수 없었던 제가 몰랐던 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구요. 중요한건 이제부터라는 생각에 동의하시겠지요.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더이상 당신이 구조적인 딜레마속에서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받을 필요가 없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서로 다른 색깔이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진 동지들이 생겼잖아요.

 

촌철살인의 비유로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당신의 능력은 통합진보정당이 국민에게 다가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아직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진보신당 동지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진심을 가지고 설득해 주시기를 당부드려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의 남은 거리가 좁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

 

 

심상정 대표님에게..

 

안녕하세요. 당신에겐 웬지 누님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외모에서 풍겨지는 진지하고 엄숙한 이미지와는 달리 푸근한 누님의 모습을 요즘 많이 보여주셨기 때문인거 같아요.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미안하고 고마웠던 순간이 있었어요. 경기도지사 후보사퇴의 결단을 내리셨던거 말이에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딴지일보와의 인터뷰 등에서 확인한 당신이 그 당시 처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대표가 승리하기라도 했다면 친구인 당신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도정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속상했었습니다. 사퇴 후폭풍으로 진보신당 내에서 엄청난 공격도 많이 받으셨고 진보통합 과정에서도 당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결과론이지만 노회찬 대표님과 당신마저도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통합진보정당이라는 의미는 크게 퇴색했을겁니다. 과정상에서 많이 속상하고 실망도 했지만 결국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용기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전 나꼼수 떨거지 특집방송에서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당신이야말로 제대로 된 국회의원의 롤모델이라는 것을. 유시민 대표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인정했듯이 국회의원으로서의 내공은 당신을 따라갈 자가 별로 없을듯 해요. 당신부터 국회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통합진보정당 내에서 당신같은 국회의원 후보자를 많이 발굴.육성해 주시고 진보진영의 정책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다음 국회에서 확실히 증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