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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야권 대선후보 최종 주인공은 누구?

재능세공사 2011. 10. 14. 02:41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서울시장이라는 중대 선거가 펼쳐지면서 단연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게 직접 후보로 나선 두 명의 여야 후보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번 선거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보다 흥미를 높이기 위해 지원유세에 뛰어든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지상중계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야권의 유력주자로 너무나 당연시 되어 왔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언제부터인가 이런 대선주자 관련기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유대표 스스로도 최근 인터뷰에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표현한 지지율 하락이 이런 상황을 만든 주요한 논거임에는 분명하지만 필자는 거의 대다수 언론들이 그들 스스로도 지지율 추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영향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유시민을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고사시키려는 저의가 깔려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유일하게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정례화해서 발표하고 있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지지율 추이를 참고해 보면 한때 마의 10%선을 돌파했던 유대표의 상승세는 4.27 재보궐 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돌풍, 그리고 대중적 진보통합정당 탄생 실패 등을 거치며 최근에는 3%대까지 추락한게 사실이다. 게다가 총선이 끝나기전까지는 이를 반등시킬만한 호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시민 대표 지지층에게는 더욱 암울하게 느껴질 만한 상황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여전히 유시민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야권 대선후보로 나설 최종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며 어떤 논거를 가지고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를 이번 글을 통해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이미 필자가 '정치인 유시민의 진화와 희망'과 '유력주자들과 대비되는 유시민식 대권행보'라는 두 편의 글을 통해 유시민 대표의 남다른 자질과 소통능력 그리고 정치적 비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설명한바 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유시민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변수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여권 후보와 야권 후보 결정의 근본적 차이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현재 여권세력 대선후보 결정의 키는 '힘의 논리'다. 2007년 대선경선에서 이명박에게 아깝게 패한 이후 박근혜는 여당속의 야당 스탠스와 신비주의로 포장된 묻지마 지지율 지키기라는 이율배반적이고 당당하지 못한 전략을 노골적으로 사용하며 차곡차곡 강고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왔다. 박근혜의 당선을 야권주자의 승리보다 더욱 두려워 하고 있을 MB의 몸부림이 유일한 변수로 평가될 만큼 여타 후보가 그를 대신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게 사실이다.

그런 박근혜의 앞길에 엄청난 불똥이 떨어졌다. 안철수 돌풍은 삽시간에 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가게 만들었고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 나와 '선거의 여왕'의 위용을 증명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 몰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대신해 힘의 논리로 야권주자와 겨룰 수 있는 유력한 대체인물이 없다는(남은 기간동안 등장할 가능성조차 희박한) 점에서 그의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기만 하다.

반면에 야당은 대선을 1년여 남겨둔 현재 시점까지도 누구도 야권 대표주자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지 못함으로써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시계제로의 상태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물밑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종적으로 야권후보가 결정되는 마지노선까지도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인물이 치고 나올 가능성 또한 낮다는 점에서 힘의 논리라는 여권의 마초적인 기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잣대가 작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의지는 분명하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그 의지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지만 야권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런 국민적 기대에 호응할 수 있는 충분조건(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야권 대선후보의 결정)을 과연 야권의 역량으로 채워줄 수 있을지 그들 스스로는 물론 야권 지지자들 역시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쉽게 생각해 보면 정권교체 의지를 가진 국민들의 지지를 직간접적으로 위임 받은 야권의 오피니언 리더들 다수의 동의를 누가 가장 많이 얻어내느냐로 결판이 날 수 밖에 없다.



대선주자 결정의 상수이자 변수가 될 야권 오피니언 리더들

우선 대선주자 상수가 될 만한 인물들부터 추려 보자. 문재인, 손학규, 유시민이 가장 유력하고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타천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한명숙, 안철수 까지가 추가될 수 있다. 왜 정동영이 빠졌냐고. 설명할 이유를 못 찾아서 패스. 권력의지만큼은 여타 주자들 중 야권 제일검이라 할만 하나 이런 기준이라면 나라고 못할쏘냐 할 만한 정치인들 넘치고 넘치니 또 한번 패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상수이고 싶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는 손학규가 또 제일검이 아닐지.

사실 상수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인물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야권 대선주자 결정의 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아주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 온 민주당의 한명숙, 혁신과 통합의 이해찬 두 전 총리를 쌍두마차로 꼽을 수 있다. 누구도 이 두 사람의 지지나 동의 없이 야권 대표주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상수목록에 위치한 문재인은 변수의 핵인 동시에 두 전 총리와 끝까지 뜻을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심동체라 불릴만 하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을 대표하는 오피니어 리더는 이정희와 문성근을 꼽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위의 세 사람과 비교할 때 영향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야권 대선주자의 결정은 물론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변수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등장해 기성 정치권 외곽에 자리를 잡은 안철수와 박원순 역시 최후의 순간에는 그들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 없이 야권 대선주자 결정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최종변수다.

자 이 정도로 정리하고 나서 이들을 기준으로 상수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인물들 중 누가 최종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논해 보자. 미리 언급하고 싶은 것은 문재인과 유시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상수를 자임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며 동시에 상대방이 자신보다 상수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해서 충분한 신뢰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지만 여타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김어준은 박근혜의 유일한 대항마로 문재인이 적임자임을 설득력 있는 논리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강력하게 설파해 놓고 그가 결국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뚱맞고 허무하지만 직관적인 예측을 내놓는다. 필자 역시 김총수와 같은 맥락에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김어준은 있는 그대로의 유시민의 자질과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자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야권 대선후보 가상 투표 결과


투표권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 목록 : 한명숙, 이해찬, 이정희, 문성근, 안철수, 박원순, 문재인, 유시민, 손학규, 재미를 위해서 정동영 (이상 10명)

야권 대선후보 선수들 :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한명숙, 안철수 (이상 5명)

투표권 행사의 두가지 기준 :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적합도 & 승리 가능성



<적합도 기준 가상 투표 결과>

한명숙 1위, 문재인 2위, 유시민 3위, 손학규 4위, 안철수 5위


< 승리 가능성 기준 가상 투표 결과 >

문재인 1위, 안철수 2위, 유시민 3위, 한명숙 4위, 손학규 5위


< 종합 가상 투표 결과 >

문재인 1위, 유시민 2위, 한명숙 3위, 안철수 4위, 손학규 5위


지금까지 야권 오피니언 리더들이 걸어온 길과 성향을 나름대로 감안하여 예상한 가상 투표 결과다. 이 예측의 객관성과 합리성이 얼마나 있느냐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 최종 결론에는 상수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이들의 권력의지 차이와 상수인 동시에 변수역할을 할(문재인, 유시민, 한명숙) 인물들의 중재와 조율 능력이 작용하게 될 것이다. 자 결론으로 나아가 보자.

앞서 언급한 김어준의 논리를 빌지 않더라도 종합적인 면에서 문재인이 최종 주자로 결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게 사실이다. 그는 어떤 면으로 보나 야권을 대표할 선수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여권의 유력주자 박근혜 대항마로서 손색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강력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정권교체의 선두에 서서 주인공으로서 나서는 것 보다는 자신을 불쏘시개로 삼아 자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대표주자를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내세우는 것을 자신의 운명과 소명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훨씬 높은 사람이다. 

 

물론 그는 끝까지 상수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가 마음속에 낙점한 인물에게 모든 것을 위임할 것이다. 그 마음의 결정과정에서 그가 가장 중시할 대목은 자신 뿐만 아니라 야권의 오피니언 다수가 어떤 기준에서건 거리낌 없이 마음으로 동의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느냐가 될 것이다. 가상투표 결과와 상관 없이 현시점에서의 지지율 기준으로 안철수, 손학규, 유시민을 대상으로 적임자를 따진다면 문재인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굳이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손학규와 정동영을 제외한 8명이 가슴과 머리로 동의할만한 사람은 유시민 밖에 없다.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안철수는 정치권에 직접 몸담아 본 여타 야권 오피니언 리더들의 관점에서는 유시민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는 정치철학과 신념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현실 정치환경에서 체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지혜를 얻을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풀어야 할 과제들과 그가 가야할 길

유시민의 한계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비토세력이 많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여권은 물론 야권에도 대단히 많다는 얘기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유시민을 왜 싫어하고 싫어할 이유가 정당한지는 제대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김어준 총수의 표현을 빌자면 유시민은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정치인'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유시민 스스로도 인정하고 필자도 인정하는 그가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 낸 유일한 귀책사유는 '정치 초년생 시절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상황과 소명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슬픔과 분노가 지나쳐 지혜롭고 따뜻한 설득과 포용의 정치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시민은 어떤 정치인보다 학습능력과 소통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며 끊임없이 사유와 체험을 통해 의식의 진화를 일구어 가는 정치인이다. 다른 정치인들과 국민의 눈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짧은 정치경력에 비해 누구보다 빠른 정치적 성취를 손쉽게(?) 얻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과 유사하게 자신의 신념에 따른 모든 정치활동과 발언이 자연스럽게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과 세력들과 비교되어 의도하지 않게 그들이 국민들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속내를 드러내게 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기분이 나쁜거다. 그래서 혼자 잘난체 하고 싸가지 없다고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진다. 이른바 진보언론과 진보세력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이런 감정적 대응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결국 그를 둘러싼 이러한 적대적인 환경은 지나치게 부풀려져 대국민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그의 모든 행동과 발언은 또 다른 종류의 색안경으로 걸러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억울해 할 만도 한데 유시민은 항변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이며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담담히 인정하는 겸허한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한때 첨예하게 충돌했던 이들과도 소통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에게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다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접점을 찾으려는 성찰이다.

 

그의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의 메시지가 정치인 유시민의 현재의 상황을 다른 맥락에서 잘 설명해 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가 얻은 정치인으로서의 성취가 미처 치르지 못한 시련과 고난의 댓가를 뒤늦게 후불로 치르고 있다고 표현하면 과장일까.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겪어야 할 시련과 성찰의 시간을 유시민은 기꺼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꼭 자신이어야 할 이유보다는 어떻게 하면 정권교체라는 단기 과제와 정치혁신이라는 장기과제를 이루어 내는데 자신을 잘 쓸 수 있을까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는게 분명하다.

유시민 대표 지지자들의 염려와 안쓰러움을 이해못할 바 아니나 필자는 유시민이 현재의 상황을 그렇게 절망적이거나 힘들게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할 사람이 아니다. 좌절보다는 더 좋은 방법과 더 많은 노력을 기꺼이 투자하고 다가오는 미래의 결과들 하나 하나를 담담하게 받아 들이며 그 시점에서의 최선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할 사람이다. 국민들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결국 진짜를 알아 본다. 안타깝게도 그런 결정적 상황이 오기전 까지는 야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유시민 스스로가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보완해 주고 준비된 야권 대선주자로 그를 견인하는 수 밖에 없다. 문재인을 중심으로 펼쳐질 야권 오피니언 리더들의 현명한 미래선택이 기대되는 이유다.


p.s) 대선주자 지지율 추이를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유시민 지지율 하락이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재인이 이런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는거 같아 미안하다"고. 가깝게는 문재인과 한명숙에게 유시민의 지지율이 일정 부분 옮겨가 있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표심에도 잠재적인 유시민 지지 표심이 숨어 있다. 결국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 구도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그런 상황이 유시민이 최종적으로 야권 대선후보가 되는데 나쁠게 없다.

왜냐하면 유시민 대표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당장 가져올 수 있는 지지율이 아닌데다 지금 상황에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야권 지지율로 묶어 두는게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대중적 진보통합정당을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 가시화되고 문재인이 야권 오피니언 리더들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영향력을 획득할 때 까지는 국민들의 인정과 관심여부와 상관 없이 유시민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미리 관심을 받고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질 노골적 마타도어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