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유시민이 올인한 것은 '대안정당의 가치'

재능세공사 2011. 4. 13. 00:08

야권연대 이제부터가 진짜다

 

어려운 산고끝에 야권을 대표해 MB와 한나라당에 맞서 싸울 장수들이 결정됐다. 야 4당 모두 나름대로 아쉬운 부분이 있을테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만한 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과를 자평해도 좋을듯 싶다. 중요한건 이제까지의 결과는 예선에 불과하며 본선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애초부터 야권연대의 필요성은 본선에서 MB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고 괜찮은 구도를 만든 것은 본선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불과한 셈이다.

 

 

내일 있을 야 4당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한 야권 출사표의 화룡점정을 목격하길 기대한다. 분당과 강원도에서 민주당 후보, 김해에서 국민참여당 후보에 이어서 전남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의 공식적인 야권단일화가 완성된다면 이번 재보궐 선거는 의석규모와 상관없이 내년 총선을 미리 맛보는 상징성을 가지게 될 것이고 지방선거에 이어서 야권연대의 힘을 다시한번 확실하게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일대오의 그림이 완성되면 다음으로 중요한게 실제적인 선거국면에서 야 4당이 저마다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는 일이다. 단일후보를 낸 이상 더이상 소속정당을 따지거나 본선결과에 따른 자당의 유불리를 계산해서는 안된다. 우선은 지금까지 확인된 각 지역의 판세를 면밀히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차별적인 힘의 배분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단일후보를 중심축으로 놓고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는 연대정당의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심판의 상징 - 분당을 : 손학규 VS 강재섭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뒤바뀐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면 야권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승부인거다. 관건은 야권성향 지지자들의 투표율이다.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연령대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은 자명한 일이고 얼마나 이 격차를 줄일 수 있느냐가 야권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가 후보등록전 자진사퇴 후 지지의사를 밝힌 국민참여당 이종웅 후보를 예우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뒤늦게나마 진보신당 후보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제부터 제 1 야당의 대표가 아니라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의 자세로 연대파트너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분당을 지역의 특성상 그 어떤 민주당 유력 국회의원의 지원유세도 큰 반향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후보외에는 야 4당의 일반 당원들이 하나 되어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특정정당의 후보때문에 그동안 오랫동안 지지했던 한나라당 후보를 뽑지 않을 확률보다는 자신들과 같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힘을 보태는 그 상징성을 보고 기회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기본구도하에 적절한 시점(선거시작과 끝)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합동유세를 펼치면 추가적인 플러스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야권대선 지지율 1,2위 후보가 한 몸이 되어 분당에서 오래 살았던 만큼이나 기성 정치권에서 진즉에 은퇴하는게 자연스러웠던 강재섭 후보를 압박한다면 승부의 균형추는 손학규 후보쪽으로 조금 더 기울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레잉 코치로서 손학규 대표가 보여줄 여타지역에서의 지원행보의 품질도 분당을 유권자의 표심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민주권 되찾아 주기 - 강원도  : 최문순 VS 엄기영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는 본질적으로 도민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이미 도민들이 주권을 행사한 일에 어깃장을 놓음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구제역 피해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분들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못된 짓의 댓가를 표에 의한 심판으로 치르게 해야 한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최문순 후보 개인의 선거구도로 몰아가면 안된다. 그는 훌륭한 후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흥미위주로 짜여진 MBC 전임사장끼리의 대결 구도에서는 엄기영의 적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긍정적 영향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정체성을 의심받는 무소속 후보를 입당시키고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상대진영의 공격은 물론 야권지지층에게도 괜한 논쟁만을 야기하는 하책이다. 철저하게 이광재 전 지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도민주권 되찾기 구도로 끌고가야 한다. 이광재 전 지사는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려 하기 보다는 이렇게 외치며 강원도를 누벼야 한다. "이번 선거는 제가 도지사 자격을 박탈당한 이유가 옳고 그른지와 상관없이 강원도의 주인인 도민 여러분이 행사한 국민주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은 것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합니다. 투표로서 도민의 뜻을 거역한 이들을 심판하고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 주십시오"

 

 

후보를 비롯한 모든 선거운동원들은 이 메시지를 집요할 정도로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강원도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박근혜도 손학규도 유시민도 이번 강원도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으며 '도민주권 되찾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이광재 전 지사가 몸빵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최문순 후보의 자질과 능력은 도지사로서 봉직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이후에 보여주어도 늦지 않다. 아마도 강원도민들은 주권 되찾기를 우선한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강원도지사를 잘 뽑았다는 생각에 흐뭇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건강한 경쟁 가능성의 시금석 - 전남 순천 : 김선동 VS 조순용

 

다른 세곳에 비해 전남 순천에 대한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민망한 수준이다. 왜 그럴까? 한나라당이 발 붙일 틈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곳과는 다른 의미에서 눈여겨 봐야 할 곳이다. 내년 대회전을 통해 한나라당이 궤멸 수준으로 몰락한 이후의 정치지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상해 봐라. 거대정당의 입김이 배제된 상태에서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실제 선거구도는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단일후보 김선동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현재까지는 조순용 후보가 대표성을 확보한듯 보인다)의 양자대결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 전체의 야권연대 구도를 감안해서 김선동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또는 최소한 중립의지를 표명할 지가 궁금하다. 민주당도 인식하고 있겠지만 이 지역에서의 의석수 하나 늘리는 것 보다 중요한건 이 지역 선거과정이 다른 세 곳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민주당은 조순용 후보를 필두로 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 누구에게도 노골적인 선거지원은 물론 지지의사를 간접적인 형태로라도 표명해서는 안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누군가의 당선을 위해 뛰는게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얘기다. 건강한 경쟁을 보장하는 선거관리의 주역이 되달란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호남지역 유권자에게 계속 사랑받을 이유를 갖게 되고 여타 지역에서의 재보궐 선거결과에도 긍정적 효과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정당 탄생의 가능성 - 김해을 : 이봉수 VS 김태호

 

거의 모든 언론들이 김해을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천편일률적이어서 지겨울 정도다. 야권 대선주자들간의 힘겨루기, 선거결과에 따른 손익계산, 친노적통을 인증받기 위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흙탕물 싸움 등 정치공학적이고 흥미위주의 기사를 쏟아내는데 급급할 뿐이다. 이런 식의 언론보도는 유권자들을 혼란과 무관심으로 몰아가고 정치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한심한 뻘짓이다. 

 

유권자들에게 정치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 선거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기계적 판세보도나 정치공학적 논쟁꺼리 제공이 아니라 누가 적임자인지 판단하는데 유용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이번 선거결과가 가져올 직간접적 의미와 가치를 발굴하는 것이다. 특히나 1년 남짓한 기간동안 봉사할 후보를 뽑는 재보궐 선거에서는 특정후보의 당락여부 보다는 향후 정국에 어떤 상징성과 영향을 미칠지를 집중조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들 유시민을 중심에 놓고 김해을 선거를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철옹성 같은 양당 구도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킬 대안정당 탄생의 가능성이 그것이다. 야권분열의 상징, 또 다른 지역색을 야기하는 영남 친노신당, 현실적 힘도 없으면서 이상만을 꿈꾸는 무모한 정치실험 등의 주홍글씨 세례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당은 여기까지 걸어왔다.

 

지방선거를 통해 작은 규모지만 국고지원을 받는 공당이 되었고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서 원내진입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정치에 관심없는 일반 국민들과 이미 제도권 안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거대정당들의 눈에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한국정치의 미래를 열어갈 대안정당의 탄생을 염원했던 이들에게 이 소박하지만 소중한 성과는 희망 그 자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참여당이 원내교섭단체 수준의 대안정당으로 안착하게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거대정당의 횡포와 전횡에 강력한 제동장치와 대체재를 가지게 될 국민들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에게 '건강한 경쟁'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자

 

유시민의 김해을 선거 올인은 개인의 대권욕심 때문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국민참여당이라는 대안정당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추인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친노적통성 확보나 원내진입에 따른 단일기호 확보라는 개인이나 정당수준의 실익때문에 유시민이 몽니를 부린다는 식의 비난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이라면 몰라도 야권연대 파트너들과 야권 성향 언론들이 입을 모아 할 일이 아니다. 또한 유시민의 적극적 지지자들 사이에서 드물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국민참여당이 유시민을 소모시키고 있다'라는 논리도 지나친 유시민 중심주의의 폐해다.

 

 

이봉수 후보의 승리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이나 유시민 개인만의 승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민주당 혼자 약진하는건 야권연대의 파워를 키울 수 없으며, 민주당만의 힘으로 MB와 한나라당을 심판할 수 없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양한 야당이 저마다의 강점으로 골고루 약진해야 힘을 키울 수 있으며 이번 김해을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해 가까운 미래의 희망을 일구어야 한다. 민주당도 손학규도 손해보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더 긴 안목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겨야 한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에게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정당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전체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돕지는 못할지언정 싹을 밟으려는 시도만큼은 하지 않아야 할 소중한 파트너인 동시에 정권교체 이후에는 그동안의 모든 제약을 벗어던지고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신임을 얻기 위해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가 두렵다고 시대의 소명을 거역해 가면서까지 역행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건강한 경쟁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물론 국민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