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대권주자 탐구를 빙자한 주홍글씨 되새기기

재능세공사 2011. 12. 16. 16:17

자칭 진보언론 한겨레의 민망한 현주소

 

네이버 포털에 오늘 송고된 한겨레 톱뉴스의 제목을 보라. "노무현, 나도 유시민 좋아하진 않지만..."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건지 궁금해서 한겨레로 들어가 봤다. 그런데 한겨레 온라인판 뉴스의 제목이 영 뉘앙스가 다르다. '마니아와 안티 사이, 눈물많은 승부사'란다. 도대체 무엇이 한겨레의 진심인가.

 

 

그래서 내용을 찬찬히 살펴봤다. 선임기자 성한용의 시리즈 기사 '대권주자 탐구'의 일환으로 씌여진 글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색이 자칭 진보언론의 선두에 선 한겨레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수준 이하의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조중동에 대한 사형선고는 이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자칭 진보언론이 대안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겨레도 확실한 논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범야권 우호적이며, 이념적으로는 전통적인 진보세력 우호적이다. 문제는 한겨레 역시 조중동과 다를바 없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낚시질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의도적인 글쓰기에 점점 물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전후해서 한겨레가 벌인 낮 뜨거운 말바꾸기와 지금도 언급하기 민망한 '놈현 관장사' 사건이다.

 

 

대권주자 탐구인가, 주홍글씨 되새기기인가

 

웬만하면 한겨레가 핏대를 올리며 주장해 마지 않을 '우리는 조중동과 달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론'이라는 주장을 굳이 사례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틀리다고 지적질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송고한 대권주자 탐구를 빙자한 특정 정치인에 대한 교묘하게 왜곡된 주홍글씨 되새기기 기사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하겠다.

 

포털에 송고된 기사제목은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의 관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의도가 확연히 배어 있는 조중동의 못된 버릇 따라하기 신공이다. 도대체 이 워딩의 출처가 무엇인지, 그 출처의 신빙성을 얼마나 검토했는지 본문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알 길이 없다. 이 기사의 전반적 품질과 상관없이 그들이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고 싶은 악의적인 메시지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본문제목의 키워드에서부터 한겨레(성한용 선임기자)가 어떤 시선으로 정치인 유시민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번 기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니아, 안티, 승부사' 이 세가지 키워드 중에서 '승부사' 정도가 살짝 새로울 뿐 나머지 두 단어는 오랫동안 기성언론들이 유시민에게 반복적으로 덧씌운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정치인' 이미지를 상징한다. 이번 기사가 대권주자 유시민에 대한 새롭게 진화된 입체적 탐구와는 거리가 먼 반복적이고 퇴행적이며 언론사의 편향이 깊게 배인 고정 레퍼토리가 될 것을 확연히 암시한다.

 

자 조금 더 자세하게 이번 기사의 문제점을 조근조근 살펴 보자. 기사 서두부터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의하기 모호한 그룹의 단정적인 품평으로 장식된다. 대구총선에 나섰다가 경기도지사로 나온게 문제가 되고 한미 FTA에 찬성했다가 입장을 바꾸고 전농과 민주노총을 찾아다니며 사과한 일을 천연덕스럽게 거론한다.

 

 

성한용 기자에게 묻겠다. 이 사안에 대해 각종 토론회와 인터뷰를 통해서 유시민 대표가 얼마나 자주 일관되게 해명했는지 진짜 기억에 없는가. 모름지기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론이라면 이런 사안을 논함에 있어 당사자의 공개적인 해명을 같이 언급해 줌으로써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특정 그룹의 일방적인 품평에 기반한 선입견을 예방해 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혹시나 본문에서 균형을 맞춰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헛된 기대였다.

 

 

유시민의 눈물에 대해 성한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정치인 유시민은 가슴으로 울지 겉으로 울지 않는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그가 펑펑 울었다고? 그 당시의 유시민을 있는 그대로 목격했다면 이렇게 표현해야 옳다.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잃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은 통곡이 아니라 망연자실이다. 너무 슬퍼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상태. 슬픔과 분노를 속으로 삭이고 또 삭이며 내면으로 그 감정이 깊이 침잠해 가는게 더 상식적이다.

 

 

갑자기 승부사란다. 그 근거를 취미에서 찾는다. 당구, 포커 그리고 낚시란다. 이 짧고 단순해 보이는 문장에서 나는 자칭 진보언론을 대표한다는 기자의 수준을 실감한다. 유시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의 진짜 취미는 축구와 낚시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안다. 그런데 일년에 고작 한두번 할까 말까 하는 당구, 포커를 전면에 내세운다. 왜냐고? 승부사의 뉘앙스에 그런 취미가 어울려 보이니까. 이런 작아 보이는 사안조차 자신이 펼치는 논조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활용하는게 우리나라 기자들의 공통된 수준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워밍업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이게 대체 탐구인지 까대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부정적인 인상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참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이유도 많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 국민보다는 다른 정치인들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로울게 하나다 없다. 한마디로 한겨레가 보는 정치인 유시민은 그 많은 정치적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한치도 진화하지 못한 셈이다.

 

아주 친절하게도 그를 싫어하는 이유를 정치인들에게 물어봤고 결과는 예의가 없고 일관성이 없어서란다. 예의가 없다는 인상비평의 근거는 직설적인 화법과 빽바지 사건이란다. 일관성이 없다는 인상비평의 근거는 더 고약하다. 교묘한 논리로 포장하는데 능해서 개혁정당 해산 열린우리당 입당, 대구출마 후 경기도지사 출마, 한미 FTA 입장변경, 진보정당 호되게 비판한 후 통합진보당에 몸을 담는 모순되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단다.

 

 

진실을 이야기해 주겠다. 정치초년생 시절을 제외하고 그의 화법은 대단히 부드러워졌으며 동시에 여전히 핵심을 놓치지 않는 힘을 유지하고 있다. 그 어떤 정치인보다 상대방에 대해 품격과 예의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누군가를 비판할때 조차 말이다. 또한 유시민은 권위를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위주의의 폐해를 본능적으로 싫어할 뿐이다.

 

그가 교묘한 논리로 포장에 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려면 언행일치의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언행일치에서 낙제점을 받는 대다수 정치인들과 달리 유시민은 외형적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내용적으로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 일관성과 언행일치를 실천에 옮긴 몇 안되는 사람이다.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 그는 상식과 원칙, 사람사는 세상, 정치혁신 등의 큰 지향성에 위배되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

 

 

그에 대한 악의적인 인상비평은 대개 있는 그대로의 언행을 들여다 보지 않고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게 습관이 돼버린 정치인들과 정치부 기자들의 관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진화하는데 그들의 사유방식만큼은 퇴보와 안주를 거듭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관찰과 해석이 나올리 없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이들이 국민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유시민에 대한 인상비평을 진실로 믿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상비평에 이어서 정치공학적으로 그의 한계를 단정적으로 써내려 간다. 호남의 비토. 그 시작은 열린우리당 창당시 '난닝구-빽바지'논쟁(도대체 이게 뭔 상관이 있다는건지)으로 반호남으로 낙인찍혔단다. DJ비토 문제도 확인사살용으로 언급하는걸 잊지 않는다. 그나마 뒷부분에 진실이 담겨있다. 그를 싫어하는 호남 정치인들의 혹평이 호남사람들에게 확산됐다는거 말이다. 그에 대한 부정적 인상비평의 확산은 항상 이런 식이었으니까.

 

그에 대한 호남비토론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주홍글씨 되새기기를 어느 정도 마친 후 유시민의 있는 그대로의 워딩을 중심으로 한 균형찾기가 살짝 곁들여지는 와중에도 '그를 추종하는 팬들'이라는 표현으로 다시한번 유시민 지지자의 범위를 마니아성 팬들로 한정짓는걸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대선주자로서의 잠재력을 거론함에 있어서도 교묘한 방식으로 깍아 내리기를 서슴치 않는다. 유시민과 참여정부에서 같이 일한 사람들의 평가라고 표현한 내용을 보자.

 

“마니아층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이다. 아주 짧은 기간에 국회의원이 됐고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그 또래 누구도 그런 정치 기획은 하지 못한다. 대선은 3개월~6개월 싸움이다. 기회는 있다고 본다.”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문제지 재능은 뛰어난 사람이다.”

 

이 두 문장에서 대권주자 유시민의 강점인 듯이 말하고 있는 내용은 조금만 들여다 보면 또 다른 방식의 한계짓기이며 폄훼임을 알 수 있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정치기획을 통해 계산된 승부에 능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진정성은 없는 정치인이라는 굴레씌우기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시절의 유시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조명함에 있어도 대단히 사실관계 위주의 품평보다는 '장관직은 잘 할 수 있는 사람', '나도 좋아하지는 않는다'라는 출처불명의 노무현 전 대통령 언급이 눈에 띈다. 한계짓기의 반복이며 마치 능력은 인정하나 인간적으로는 별로다라는 식의 생각을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표현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가장 지적인 정치인 유시민의 강점을 부록형식으로 첨부하는 와중에도 이런 악의적 메시지는 쌩뚱맞고 친절하게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정치적 관성에서 벗어난 진짜 대권주자 탐구를 기대한다

 

그래도 모처럼 의도적으로 무시하던 유시민을 톱뉴스로 다뤄준게 어디냐. 또는 호의적이거나 긍정적인 평가도 담겨져 있는 기사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줄 안다. 열렬한 유시민 지지자인 내가 과민하게 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인정한다. 어느 정도는 그런 면이 포함되어 있을테니. 그러나 이 글을 쓴 이유는 한겨레 정도의 언론조차 이 정도 수준의 인상비평 위주로 계속 기사를 쓴 다면 대선주자 중 누가 진짜 옥석인지를 국민들이 구분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될 뿐더러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이라는 한국정치의 미래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야심차게 진행했던 일망타진 대선후보 이너뷰 시리즈의 모토가 다시 생각난다. '우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더 이상 뽑지 않는다. 졸라! 딴지일보는 편파적입니다. 그러나, 딴지일보가 어떤 편파적인 견해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는 최대한 객관적입니다' 나 역시 한겨레의 논조를 존중한다. 다만 김총수가 말한대로 한겨레의 논조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길 바랄 뿐이다.

 

이런 식의 대권주자 탐색은 차라리 하지 않는게 좋다. 한겨레만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탐구노력이 충분히 담보된 기사를 보고 싶다. 현실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한 지지율 중심의 대선주자 탐구에서 자질과 정책 그리고 비전 중심의 대선주자 탐구가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국민들에게 이미 알려진 대선주자에 대한 정보는 낭비일 뿐이다. 각 대선주자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밝혀내고 다음 시대의 대통령의 모습에 가까운 이가 누구인지를 설득력있게 말해달라 이 말이다.

 

 

왜 거대양당의 구태와 몸부림을 지상중계하는 관성적인 보도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새로운 희망을 잉태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고 귀를 막고 있는가. 언론은 비판만 하는거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진정한 언론이라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정보제공과 소통채널이 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라야 당신들은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진보언론이라 불릴 수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