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단일화방식 합의에 숨겨진 1인치

재능세공사 2010. 5. 3. 19:59

일말의 불안 vs 일말의 희망

 

공식적인 야권연대 협상결렬이 선언될때만해도 민주당은 기세등등했다. 유시민을 코너로 모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했을테니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협상기간 동안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불공정 경선룰이 부각되기 시작되면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승리할 수 없는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는 유시민의 주장이 조금씩 먹혀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도 양측간의 감정싸움과 단일화를 열망했던 유권자들의 실망이 커졌을텐데 절묘한 타이밍에 손학규 전 대표의 중재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게 된다.

 

유시민 후보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비를 넘기고 다시한번 승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김진표 후보 역시 손 전 대표의 중재를 명분삼아 후보간 회동을 제안하고 후보등록전 단일화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의미있는 화답을 한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런 모양새 자체가 유시민 후보의 경쟁력과 지지세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도 속이 쓰렸을 것이다. 협상의 큰 틀로만 보면 민주당이 양보의 제스처를 먼저 보낸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방식 협상에 있어서는 최대한 실리를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미 유시민 후보는 단일화 합의를 발표하면서 어떤 형태로 협상이 되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방식이 될 것임을 예견했었고 더 나아가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오늘 합의된 방식에 대한 여러가지 품평(대개 유시민 후보가 독배를 마신 것이라는 것이 주류)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숨겨져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보면서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 보도록 하자.

 

먼저 여러 언론과 채널을 통해서 공개된 합의내용은 워낙 밋밋해서 국민참여당 권태홍 사무처장이 당 게시판을 통해 전달한 내용(굵게 표시된 내용을 주목하라)을 중심으로 품평을 해볼까 한다. 보다 자세한 합의내용은 시민광장 김성현 대표가 정리한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전시상황을 맞아 올립니다 : http://usimin.co.kr/2030/bbs/tb.php/ANT_T200/421648

 

"국민참여경선방식은 참여당이 일관되게 우려하고 문제제기 했던 국민참여경선의 불법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했던  국민참여경선선거인단 모집방식을 수용하되 본인확인을 정확하게 하고 현장투표를 하지 않고 선거인단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해서 단일후보 적합도를 묻게 되는 방식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일반도민 여론조사도 야권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유시민과 김문수중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는 적합도 조사가 아니고 한나라당 지지층까지 참여하고 김문수와 1:1 경쟁방식으로 묻는 상대후보 경쟁력 방식으로 채택되었습니다.

 

국민참여당은 그동안 적법성, 공정성, 합리성을 기준으로  호혜적인 방식으로 궁극적인 반mb승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어제의 합의안을 보면 적법성이란 차원에서는 불법현장동원을 막게 되어서 최소한의 장치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반도민여론조사 방식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의 우려, 두 후보간의 경쟁력이 분명히 대비되지 않는 1:1 조사방식, 국민참여경선 전화조사에서 연령반영을 50대 이상과 미만으로 2분한 점등 공정성, 합리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많은 아쉬움이 있는 안입니다."

 

유시민 후보는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두고 매우 짧지만 함의가 담긴 논평을 남겼다. '민주당에게는 일말의 불안을, 참여당에게는 일말의 희망을 부여한 합의' 그는 애초부터 이런 구도가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최종 마지노선임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희망'에 방점을 두면서 남은 기간동안 승부를 걸어 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투표와 전화조사의 작은듯 하지만 큰 차이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장투표 방식을 막은 것은 유시민 후보의 입장에서 매우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선거인단을 모으고 동원한다는 측면에서는 당세가 강한 민주당에 여전히 유리하지만 '현장 동원능력'과 '단속의 강도'라는 면에서 보면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두가지 방식으로 경선이 진행되었을 때 어떤 장면이 전개될지 그려보면서 그 차이를 느껴 보자.

 

출발점은 선거인단 모집(양측의 첫번째 모집경쟁)이 끝나고 만오천명 추출이 합의된 방식으로 끝난 지점이다. 공론조사에 참여할 선거인단이 결정된 상태에서 이미 당세의 차이에 따른 '가능성'의 격차는 벌어져 있다. 현장투표로 진행될 경우 이 가능성의 실현에서 또 한번의 차이가 발생한다. 지금까지의 경선경험을 감안해 보면 자발적 참여에서야 유시민 후보 지지자들이 앞서겠지만 동원능력과 의지면에서는 결코 민주당을 따라갈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자발적 지지자외에 지인의 추천으로 유시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려고 마음먹은 수동적 지지자를 선거인단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현장에까지 데려가는데는 힘이 딸린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이미 선거인단 구성비율에서 지고 들어간 상황에서 현장투표에 참여할 '확정인원'에서 또 한번 밀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럼 전화조사 방식은 어떨까. 최소한 위에서 언급한 추가적인 격차는 최소화하거나 거의 막을 수 있다. 자발적 지지자들이 전화상으로 단도리하는 것은 현장까지 모셔가야 할 부담과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

 

다음은 '단속의 강도'다. 일단 현장투표의 경우 사람을 모으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 내내 확실한 학습과 단속이 가능하다. 투표현장에서도 삼삼오오 함께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투표를 기다리는 동안 또 한번의 집단의식이 형성되면서 당초 의도했던 투표성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 혹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다 해도 쉽게 그걸 드러내거나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얘기다.

 

전화조사 방식에서는 어떨까. 일단 경선참여의 출발이야 민주당 인사와 직간접적으로 맺은 인연이 되겠지만 결국 모든 선거인단을 1:1로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에 임하는 순간만큼은 개인적 의사결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은 혼자 있을때 조금 더 집단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자신의 적극적 의사로 경선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공론조사 선거인단으로 결정되고 나서는 스스로 두 후보를 여러가지 면에서 한번쯤 객관적으로 비교할 시간과 환경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민주당 뜻과는 달리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현장투표보다 확실히 높아진다.

 

유시민 후보측도 마찬가지 아닐꺼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양쪽 진영에서 모집한 선거인단의 전화조사 방식에서의 이탈표는 후보의 매력과 경쟁력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유시민 측에서 섭외(?)된 선거인단이 김진표 후보로 돌아설 가능성은 확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대중적 인지도와 상대 후보 경쟁력에 근거한 상식적인 판단이다.

 

 

치열한 수싸움, 그러나 민주당의 판정승

 

대다수의 언론들은 국민참여경선에서는 김진표 후보가 유리하고 여론조사에서는 유시민 후보가 유리하다는 비슷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안다는 징후가 발견된다. 전체적으로 민주당에 꽤 유리한 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민참여경선과 여론조사에서 양측 모두 상대적 불리함을 상쇄시킬 수 있는 요소를 일부 관철시킴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유시민 후보측은 확실한 열세를 예상했던 국민참여경선에서 현장투표 방식을 저지함으로써 이 방식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김진표 후보측은 일반여론조사 대상을 한나라당 지지층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의도적 역선택 가능성,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선거인단의 가세 가능성을 높인데다가 상대 후보 경쟁력 조사방식까지 관철시키는데 성공하여 여론지지도 열세를 만회할 장치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모집단에서 표본추출시 연령별 비중 반영 부분이다. 지역별 안배는 이번 무대인 경기도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요소였고 관건은 연령별 비중을 어떤 기준하에 반영하느냐 여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도 양측은 국민참여경선에서는 민주당의 요구사항을 일반여론조사에서는 참여당의 요구사항을 서로 받아들이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만약 일반여조사에서조차 민주당의 요구(19 ~ 49세, 50세 이상으로 구분)가 관철되었다면 유시민 후보측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었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세부문항과 방식에 달려 있다

 

사실 아직도 머리싸움이 남아 있다. 상대 후보 경쟁력 조사방식의 세부문항과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김문수 후보와의 가상대결시 지지율 차이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과 순서로 묻느냐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본 질문전에 이번 여론조사의 목적이 김문수 후보와의 대결에 더 경쟁력이 높은 단일후보를 선정하는데 있음을 얼마나 조사대상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문구로 표현하느냐다. 형식은 두가지 가상대결시 지지도를 물어보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 두 후보의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함임을 잘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시민 후보측은 사전설명 문항에 그래서 토씨하나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둘째, 처음부터 두번의 가상대결에 대한 지지도 조사가 있을 것임을 조사대상자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내용이 중요한 것은 첫번째 지지도 조사가 김문수 대 김진표를 물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첫번째 지지도 조사에 단일화 후보간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처음부터 표명함으로써 실제적인 변별력 차이를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의 합의내용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에서 지적한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시킬 수 있도록 양측 모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경선방식의 유불리함이 승패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경선방식의 결정은 굳이 비교하자면 씨름에서의 샅바싸움이나 홈 어드밴티지 정도의 문제다. 이번 합의안에 유시민 후보 지지자들이 크게 실망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 협상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이었고 단일화가 깨져도 좋다는 마음이 아닌 이상 받아들일 수 밖에 없 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샅바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홈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이번 경선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들의 승리가 확실하게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다. 왜 그런지 보자.

 

그동안 유시민 후보와 김진표 후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개인차를 확인하기 보다는 두 사람이 결국 하나로 뭉칠 수 있느냐에 초점이 가 있었다. 그래서 결렬원인을 누가 제공했건 누가 합리적이지 못한 처신을 하는지 보다는 단일화 성사여부에만 안테나를 세워왔던 것이다. 이제 첫번째 관전포인트는 종료됐다. 전선이 분명해진 것이다. 누굴 단일후보로 선택하느냐의 단계로 말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후보간 경쟁력 차이에 대한 실제적인 검증에 눈길이 모아질 것이다.

 

언제까지 단일화할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를 지켜보는 것보다 실제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고 MB정권을 심판할 상징적 선봉장으로 누굴 내세울 것인지 결정하는게 훨씬 재밌을 것은 당연하다. 참여경선이건 일반여론조사건 결국 전체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참여주체는 한정적이겠지만 전체 여론을 대변하는 장치일 뿐이다. 이 여론을 자신의 지지로 만들 수 있느냐는 오로지 후보자 본인들의 소통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

 

 

유시민의 자신감과 김진표 후보의 초조감

 

어제 있었던 개소식 연설에서 경선방식 합의를 포함한 모든 판세분석을 끝낸 듯한 유시민의 자신감과 경선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여러번 이 말을 반복했다. 일반 국민들 보시기에 그 정도면 결과를 인정할만 하다라는 선이라면 상관없다고. 어느 정도 전략적인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제가 좀 불리하게 시작하더라도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받아 들이는 것이니 이쁘게 좀 봐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약팀응원 심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여론조사에서의 차이를 더 벌려서 승리한다는 전략보다는 민주당이 자신하는 국민참여경선에서 의외로 승리의 단초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야권 지지층에게 가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명료한 메시지를 그들의 승리기억에서 끄집어 냈다.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슬로건이 그 것이다. 1년 이상을 공들여 준비해 온 김진표 후보지만 한번도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지사를 누른 적이 없고 역전할 가능성조차 만들지 못해 온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 지지자보다 전체 국민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단순명료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다.

 

이번 국민참여경선에서 민주당 선거인단 모집의 실질적 주체는 경기도에 출마하는 기초단체장, 시도위원 공천자들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의 관심사는 자신들이 당선되는데 누가 후보자로 나서는게 도움이 되느냐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야권 단일후보가 나설 것이니 소속정당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기호 2번을 달고 나서는건 변함이 없는 것이고. 이점을 유시민은 집중 공략하려 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인 자신을 지지하기 위해 새롭게 유입될 유권자의 성향상 나머지 각급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자연스럽게 수혜를 보게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건 대의명분이나 모호한 호소가 아니다.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실익의 문제다. 유시민 후보는 앞으로의 경선과정에서 이 논리를 핵심적인 전략으로 삼을 것이고 집요하게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유시민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어서 김문수에게 진다고 가정해 봐도 이런 효과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점잖게 표현했지만 민주당이 일말의 불안 정도를 넘어서 큰 고민꺼리의 실체다. 열심히 단속이야 하겠지만 유시민이 콕 집어 반복적으로 속삭이는 실익의 유혹을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쉽게 외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선전략이 토론회나 공보물에서 계속 전개될 경우 민주당이 기대하는 국민참여경선에서의 우위는 심각하게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애초부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가진 유시민이 정책이나 역량에서의 비교가 아니라 MB정권 심판의 상징성과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체 선거판세에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자로 자신을 계속 어필할수록 공중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전체 여론전에서도 김진표 후보는 수세적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필요한 한방은 아쉽지만 건투를 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어필해야 할 요소가 있다. 두 후보간의 단일화 합의 이후 심상정 후보는 안동섭 후보에게 진보정당 단일화를 제안했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김문수를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최종 단일화 역시 중요하다. 김진표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완주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게 뻔하다. 심지어는 안동섭 후보까지도. 이런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시민 후보는 단일후보 결정 이후에 있을 국면에서도 진보정당 두 후보를 최종 단일화로 견인하는데 자신이 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선과정에서 어필해야 한다. 물론 김문수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논증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말이다.

 

사실 결정적으로 필요한 한방은 따로 있다. 이번 선거에서 러닝메이트처럼 함께 뛰게 될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선언이 그것이다. 그러나 본선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국면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한 전 총리가 속내는 어떨지 몰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예선전을 혼자의 힘으로 돌파해야 하는 유시민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특정인 지지선언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형태로든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서 경기도지사 후보와 어떤 시너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한 전 총리가 던져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마침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오늘 확정될 것이고 당분간은 이번 단일화 경선전에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게 되었다. 후보자간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번 지방선거를 이끌어 갈 전국적인 의제와 이슈를 부각시키고 어렵게 단일화에 성공한 여타 지역의 후보들의 면면을 더 알리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기 바란다. 아름다운 승복과 본선에서의 연대정신 실현은 국민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단일화 과정에서의 지난하고 답답했던 기억들도 기분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