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유시민은 국민의 승리를 원한다

재능세공사 2010. 3. 27. 16:50

야권연대, 기로에 서다.

 

당초 출발부터 불안해 보이던 야권연대 논의가 괜찮은 흐름을 타면서 많은 기대를 했던게 사실이다. 진보신당의 불참선언과 민주당 지도부의 추인거부는 아무리 좋게 봐준다 해도 야권연대 성사라는 대의를 망각한 그들만의 이기심으로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 그 근저에는 이번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심판이자 중재자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객관성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신뢰의 결핍과 자의적 해석이 깔려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여전히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를 생각보다는 현실 정치세력인 자신들의 의향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여권과는 또 다른 의미의 오만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정치세력이 빠져있는 구태 정치의 관성은 그래서 무섭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정치환경의 변화가 여전히 남의 일이다. 모르는게 아니라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건 여전히 그들을 지지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이 자기들 편이 되주기를 바라며 이 엄정한 국면에서조차 정치놀음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시민 탓하기'와 '유시민 인정못하기'는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써먹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불쾌한 몽니를 떠올리게 한다. 자, 그동안의 야권연대 협상과정과 성과를 한번 복기해 보자. 이 정도 수준의 야권연대 흐름이라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는 시민단체의 인내력과 진정성, 민주노동당의 전향적인 스탠스 변화와 참여, MB Stop의 대안으로 줄기차게 야권연대의 중요성과 위력을 주창해 왔던 유시민의 노력이 절묘하게 맞물렸기 때문 아닐까.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유시민의 경기도지사 출마 문제가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야권연대 협상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을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후보가 거의 결정되는 흐름에서 노회찬 대표가 양보하는 대신 심상정 후보라도 경기도지사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면 괜찮은 빅딜이라고 말이다. 필자 역시 그런 협상결과가 나왔다면 확실하게 진보신당을 야권연대의 틀속에 묶어 둘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긍정적이었던게 사실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차치하고 말이다.

 

유시민의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지만 핵심은 경기도지사 선거판세에 있다. 현재의 구도에서는 단일화 여부와 상관없이 김문수 현 지사를 꺽을 동인이 전혀 없다는 객관적 상황 말이다. 만약 누가 나오건간에 이 구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없었다면 전체 야권연대 성사를 위해 결과와 상관없이 진보신당의 몫으로 할애해 주는 것이 정당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확인된 것처럼 유시민의 출마선언 자체로 불변인 것처럼 보이던 선거판세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여러차례 그가 밝혔듯이 최종 후보자가 그가 아니라 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생겼고, 이는 여타 후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김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오고 적어도 김문수 현 지사의 명확한 이유없는 독주에 의문을 가지고 야권 후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환영해야할 문제지 이 정도 수준의 비토를 놓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문제가 전혀 아닌 것이다.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이번 야권연대 실패의 원인을 유시민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최소한 제 1 야당 민주당 소속의 김진표 후보가 단일후보로 낙점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체면이고 양심이고 선거결과에 악영향을 끼치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다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수도권의 또 한축에서 단일후보의 상징성을 민주당이 독점할 수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주역은 그들이 될 것이 확실해 보였을테니 말이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그들의 기득권이 될 수도 있는 노무현 정신의 강력한 경쟁자 국민참여당의 존재를 아예 싹부터 밟아놓는 효과까지 계산하고 있었을게다.

 

그러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유시민 폭탄'이 예상치 못하게 팡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유시민의 표현대로 심사가 매우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확실한 우리들의 몫이였는데.. 난데 없이 유시민이 끼어 들어 그들의 몫과 상징성을 채 갈려고 하는 것이다. 정치인도 인간인지라 그런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은 달라야 한다. 명색이 야권을 대표하고 민주세력의 적자임을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하는 그들이 그런 이기적인 감정으로 큰 틀에서 우군이며 선거판세에 도움을 줄 경쟁자에게 이런 식의 마타도어를 하는 것은 유권자 입장에서 역시 민주당 지지율의 한계를 확인하게 되는 또 다른 증거가 될 뿐이다.

 

 

단일후보 적임자는 국민들이 결정한다

 

자, 이미 지나간 일은 잊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니까. 제일 중요한 명제는 이번 야권연대의 출발점이 국민들의 요구에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다. 야권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과 시민단체의 임무는 그 부름에 호응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생각과 이해를 관철시키는데 있지 않다. 상대적으로 아무리 지지율이 높고 대표성을 가지고 있고, 좋은 후보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최종 결정은 국민들에게 맡겨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일화는 그 의미를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결정하지 않은 단일후보에게 어떤 국민이 애정을 가지고 투표에 나설 수 있단 말인가.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후보에게 묻는다. 그동안 엄혹한 현실속에서도 신념의 끈을 놓지 않고 이 정도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해 준 점에 대해 감사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두 사람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봉사할 수 있는 자격과 역량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달라. 설령 국민들이 그걸 아직 못 알아 준다고 해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것만이 더 큰 미래에서 두 사람이 꿈꾸는 세상에 기여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일 테니까.

 

 

시장과 도지사 자리만이 두 사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맡겨만 주시면 어떤 작은 자리에서도 국민들을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진정성 있는 자세를 지켜나갈 수 있다면 정당으로서의 진보신당의 존재가치와 더불어 소중한 정치자산으로 국민들 마음속에 두 사람이 새겨지게 될 것이다. 무조건 양보하라거나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결과는 국민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다하라. 진보신당 입장에서 정치공학적 유불리에 따라 단일화 방식을 따지지 말고 어떻게 하면 국민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공정한 룰을 정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진표 후보에게 묻는다. 민주당의 승리가 중요한가? 국민의 승리가 중요한가? 국민이 승리하는데 누가 후보자가 되는지가 그토록 중요한가? 현재의 선거판세에서 정녕 김진표 후보가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확신하는가? 이 몇가지 중요한 질문에 하나라도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구태정치의 관성에 머물러 있지 말고 과감하고 용기있게 국민들의 손에 운명을 맡겨라. 그것이 민주당이 살고 우리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사는 일이다.

 

 

한가지만 더 얘기하자. 만약 민주당 소속도 아니고 김진표 후보자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은 그대들이 될 것임을 의심치 말라. 왜냐하면 이번 선거는 정당이나 개인의 차원으로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님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재하는 민주당의 실익을 포기하고 야권연대 성사의 주역으로 그대들은 칭송받고 남은 총선과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정당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다시한번 당부하지만 소탐대실하지 말자. 당신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은거 같아도 진정성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고 국민들은 오로지 그런 잣대로만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유시민은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를 원한다

 

경기도지사 출마선언 이후부터 유시민의 행보와 언행을 보면 한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그는 자신의 승리보다 국민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마선언 자체가 MB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국민의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나왔고 경쟁자인 김진표 후보나 심상정 후보에 대해서 공정한 경쟁만 펼쳐진다면 꼭 자신이 아니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누누히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앞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단일후보로 끝까지 나설건지 중도에 또 다른 야권후보에게 양보하고 그의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할지는 단 하나의 기준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이다. 그는 현실적 이상주의자다.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이상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과정에서는 그 누구보다 냉혹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하는 전략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유일한 상황변화는 국민의 승리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지고 경기도를 떠나 전국에서 MB Stop을 가능케 하는 유의미한 수준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되는 환경이 조성되느냐이다.

 

 

그는 한달동안 모든 후보자가 전력을 기울여 최선의 경쟁을 해보자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변화를 일으키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단순히 시간만 흘러서는 곤란하다. 서로에 대한 비방이나 견제하는 방식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국민의 뜻에 따라 이 정권의 오만함을 심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국민사랑을 두고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런 구도만 형성된다면 야권의 어떤 후보라도 국민의 선택을 받고 승리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는듯 하다. 이제 선택은 야권의 경쟁자들에게 달려 있다. 그는 신뢰를 회복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기적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승리하는 길을 찾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공학적인 이들의 관점에서는 유시민 개인의 차후 행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현재의 선거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대선에는 나설 것인지, 유시민 개인이 선호하는 단일화 방식은 무엇인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간의 노무현 정신 선점싸움의 결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유시민의 당선 가능성보다는 무엇이 그의 약점인지에 대해 온통 자의적 해석과 야당간의 싸움을 부채질 하는 기사 투성이다. 누구도 국민의 승리가 중요하다는 명제하에 진지하고 진실된 해석과 전망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결국 국민이 승리하는 것만이 이들의 자세나 태도까지도 변화시킬 동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여타의 경기도지사 후보들이 마음을 바꿔 먹고 국민을 믿고 아름다운 경쟁을 한달동안 펼침으로써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는 선거판세가 되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내가 아는 유시민은 이 정도 상황변화가 일어난다면 더 큰 국민의 승리를 위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바로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전국의 선거판세 말이다.

 

아마도 끝까지 서울은 국민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맞춤식 후보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노회찬 후보는 쉽게 사퇴를 선언하지 않고 완주모드를 유지함으로써 완전한 승리 가능성에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어떤 중대한 변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수도권에서의 승리 가능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원, 영남, 제주 등은 조금 더 확실히 국민의 결집된 힘을 이끌어 낼 무엇인가를 더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자, 어떤 시나리오가 이 모든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카드가 될까.

 

우선 필자는 어떤 방식이든지간에 유시민 후보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선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 전제하에서 누가 나와도 김문수 현 지사에게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유시민은 놀라운 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상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를 사퇴하고 그를 야권 단일후보로 추대하는 결단 말이다.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라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이러한 가능성이 몇가지 전제만 충족된다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왜 그런지 설명해 보자.

 

반복하지만 유시민은 출세하기 위해서 또는 꼭 자신이 무엇인가를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조금이라도 더 국민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면 자신의 기득권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놓고 지식소매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치인이다. 심상정 후보에게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를 양보함으로써 노회찬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고 그 동력을 가지고 한명숙 전 총리의 서울시장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가 이런 선택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국민들은 놀라고 감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시민이 이러한 결단을 통해 국민들에게 무엇을 호소하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전국적인 지방선거의 판세는 요동치게 될 것이고 의구심을 갔던 부동층 유권자들의 선거참여가 이어질 것이다. 그 탄력으로 나머지 기초단체장과 의회, 그리고 교육감 선거에 대한 야권연대의 후속조치가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어떤 미사여구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정성 있는 행동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엄혹한 지금의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한국정치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부디 특정후보자나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p.s) 필자의 희망섞인 기대와 달리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끝까지 여타 후보와의 진흙탕 싸움속에 유시민이 우려한대로 공도동망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상황이 전개된다고 해도 유시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그 희망을 놓지 않는 선택인지를 끝까지 고민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어쩌면 다른 이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는걸 더 바라겠지만 자신이 그 소명을 다할 수 밖에 없다면 국민의 승리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던질 것이다. 부디 다른 후보자와 국민들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