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야권연대 성사를 위한 정치적 상상력 (1)

재능세공사 2010. 2. 7. 21:54

 

작년말에 '정치인 유시민의 진화와 희망'이라는 글이 딴지메인에 실린 적이 있다. 아마도 이때부터 야권연대에 대한 저마다의 관점과 대안이 담겨져 있는 글들이 단기간내에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여기며 흥미진진하게 관련 글들을 읽었고 몇 번이고 그 글들에 대한 답글이자 후속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움찔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웬지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오늘 심상정과의 인터뷰 글을 읽으면서 때가 왔음을 직감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야권연대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 이슈와 관련된 주요 정당(실질적으로는 해당 정당의 여론을 주도하거나 대표하고 있는 인물)의 입장, 인식의 틀 그리고 대안이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일게다. 어느 정도까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딴지에 올라와 있는 주옥같은 글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열심히 써보련다..^^

 

본 내용을 피력하기전에 미리 고백을 하자면, 딴지일보에 올라와 있는 관련 글들을 읽으며 개인적 생각의 한계를 다시 절감했고 동시에 또 다른 인식의 확장을 맛보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런 계기와 실마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통찰들을 맛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정신적 포만감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어 얼굴 한번 대면한 적은 없지만 풍성한 성찰의 기회를 마련해준 딴지스들과 그런 의미있는 토론의 장을 열어준 딴지일보에 감사 드린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썰을 풀어보도록 하자..

 

 

야권연대의 축 : 5+4 (야5당 & 시민단체)

 

현재 야당의 정치구도나 상황인식을 보건대 야권연대는 결코 정치인들만의 협의체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음이 분명하다. 완충재의 역할, 객관적 중재자로서의 역할, 명분과 이념을 뛰어넘는 가슴으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 등의 윤활유가 없이는 본격적인 시동조차 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5+4 협의체의 가동은 매우 중요하고도 수순상으로 적절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실질적으로야 야5당간의 밀고 당기기가 예정되어 있지만 시민을 대신한 심판이자 원할한 야권연대 흐름을 조율하는 노련한 중재자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렇게 시민단체의 역할을 먼저 간략히 정의하고 넘어가는 이유는 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연대틀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역시 다른 입장과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정당들과 비교할 때 큰 틀에서 이번 야권연대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위협받고 있는 창조한국당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

 

문국현을 빼놓고 창조한국당의 입장과 관점을 예상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그의 상징성은 크다.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를 뛰어넘는 5.8%의 득표, 그 동력을 바탕으로 18대 총선에서 이재오를 물리쳤고 비례대표 2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한국정당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던 창조한국당의 성장은 딱 거기까지였다. 정치인 문국현으로부터 출범했으며 전적으로 의존했던 창조한국당의 예정된 한계가 아니었을까.

 

정신적 지주였던 문국현의 의원직 상실, 채 1%도 안되는 정당지지율 등은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 자체를 의심케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야권연대의 큰 틀에서 창조한국당의 참가여부에 따른 영향력은 매우 미약한게 사실이다. 창조한국당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생존해야만 다른 정당과 다른 가치(아마도 어떤 것에도 매몰되지 않은 창조적 정치를 펴보고 싶다는 아직은 모호한 정의만이 가능한)가 있음을 시민들에게 호소할 기회라도 가질 수 있을테니까.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야권연대의 틀에서 창조한국당의 의미는 피아를 구분하는 마지노선의 개념이 아닐까 싶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한 통속인것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통상적으로 반MB연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17개의 의석수를 가진 자칭 야당 '자유선진당'을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승리 지상주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한 최소한 연대를 논의하는 틀에서 아무리 유연한 기준을 정의한다 해도 '창조한국당'까지가 마지노선임을 나머지 야 4당은 물론 시민들 대부분이 동의한 것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창조한국당으로서는 그래서 야권연대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비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실질적인 이익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와 한번쯤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 될테니까. 게다가 그들에게는 여전히 문국현(비록 의원직을 상실했지만)이라는 상징성이 남아 있는 카드가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재기의 발판 정도까지는 노려볼 수 있다 이 말이다. 따라서 창조한국당은 이번 연대논의에서 몽니를 부리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보다 전향적이고 열린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실용적 관점에서도 현재 야권 전체의 의석수 비중을 감안할 때, 창조한국당의 2개 의석수는 절대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분명 힘을 보탤 수 있다.

 

 

야권연대 성사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

 

두 정당은 현실적으로는 구분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단일 정치세력이다. 다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에서는 언뜻 작아 보이지만 큰 의견차를 가지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한시적 라이벌 정당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 글의 목적상 별개 정당으로 보고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고자 한다. 그 전에 두 정당 공히 해당되는 이야기를 살짝 살펴보고 다음 진도 나가 보자.

 

보정당이 야권연대 참여의 주요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내용 몇 가지를 예상해 보자. 기본적으로 현실적 힘이 가장 센 민주당이 야권연대 참여주체들에게 공정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통크게 양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물론 이 문제는 진보정당만의 관심사는 아닌 것이 분명하지만 그동안 민주당을 바라 보고 평가해 왔던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이슈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이 부분이 관철되야만 진보정당이 이번 야권연대에 참여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전략목표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상하자면, 각 정당별로 후보자 선출후에 여론조사 등의 방식으로 단일화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일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야권연대 협의체가 주관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단일경선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나 역시 그런 방식이야말로 투표주체인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경선결과에 대한 참여정당의 승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지지한다. 단,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 지역별 & 정당별 합리적 안배는 필수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왜 권영길이 아니라 두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겠다. 주관적 판단이지만 강달프와 떠오르는 아이콘 이정희 의원이야말로 변화된 민주노동당의 스탠스를 읽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으니까. 더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들을 제외한 어떤 민주노동당 인사도 나에게 정치적 상상력을 기꺼이 발휘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존재감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최근에 민주노동당은 창당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기간동안 민주노동당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맛봤고, 현재는 당의 미래에 대해서 위기감을 실감하고 있는 듯하다. 분명한건 그들이 현실정치의 한계속에서도 일구어 놓은 진보세력의 토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강달프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강성 정치인의 표본 강기갑 대표의 정치인으로서의 진화와 여성 정치인의 미래를 예견케 하는 이정희 의원의 성장은 민주노동당 10년의 의미있는 결실이다.

 

두 사람을 아는 이들이라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정치적 원칙에 대한 올곧음에 대해서는 이들을 능가할 이가 별로 없다. 그런 그들이 조건없는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각론에서야 다른 생각들이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이들이 진보신당보다 더욱 유연한 스탠스를 취하고 야권연대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이 두 사람에게 묻지마 연대 아니냐고 따질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이들이 내린 결론의 속내를 조금 더 자세히 유추해 보면 야권연대를 성사시킬 중요한 힌트를 얻게 되지 않을까.

 

 

한 때, 정당지지율 10%의 성과를 올렸던 민주노동당의 현주소는 어떤가. 대중적 지명도를 가진 심상정과 노회찬은 진보신당으로 가서 다른 방식의 꿈을 꾸고 있고, 가장 튼실한 당원수를 자랑했던 긍지는 흔들리고 있으며, 정당지지율은 반토막 난 상태에서 변할 줄을 모른다. 의석수에서도 거대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밀려난 채(그 대체자가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이라니..ㅜㅜ) 물리적 저지의 선봉장 역할로 유일한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근래에는 정당차원에서 공안정국의 희생타로까지 몰리고 있으니 객관적인 입장에서도 여간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진보정당의 맏형으로 여전히 인식되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민주노동당에게 미래의 희망을 보거나 더 큰 힘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내부에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겠지만 민주노동당과 시민과의 거리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여전히 그들에게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좌파정당은 그나마 나은 이미지고 극우세력으로부터 빨갱이당이며 친북정당이라는 천형같은 굴레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상황은 우리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나 역시 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오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소통에 장애가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 심상정 인터뷰를 보면서 그 부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렇다.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자.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정당한 메시지를 주장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단, 자격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 그걸 풀어가는 방법론의 정당성이나 실효성까지 담보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논지가 약간 옆으로 샜지만 지금부터의 정치적 상상력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적극적 스탠스는 당을 위해서나 시민을 위해서나 훌륭한 선택이다. 만약 민주노동당마저 과거처럼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이번 연대논의에 대응했더라면 시작 자체가 불투명했을테니까. 수순상으로의 의미로 보면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었던 진보신당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견인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야권연대의 중요한 축이 되고 싶어한다. 당연하고 자격이 있다. 실질적으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틀속에서 그동안 독립적으로 성취하기 어려웠던 지자체 정치안에서 의미있는 정치적 위상을 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꺼다. 동시에 꼭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인 진보신당과의 재결합 문제를 이번 연대과정의 소통속에서 실마리를 풀어보고 싶을게다. 아마도 양당간의 직접 대화보다 이러한 방식이 더 성공적인 결실을 맺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 하나,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진출에도 당연히 욕심을 내겠지만 내부적으로 처음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과 교육위원쪽에 더 많은 후보자를 내고 싶어할 것이다. 아직 정당과 연계한 선거가 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형식을 떠나서 야권 단일화 후보로서의 상징성은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테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이 10년의 세월동안 역량을 키우고 흡수해 온 인재들의 성향과 능력을 볼 때, 또 중시하는 정책적 측면을 감안할 때 자연스럽고 적절한 접근이 될 것이다. 상상해 보라. 야권성향의 단체장과 지방의회와 합리적 협상을 통해 교육문제를 풀어갈 진보정당 출신의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모습을..^^

 

이런 연유로 민주노동당 역시 야권연대의 성사를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높다. 더 기분좋은 사실은 최근에 민주노동당을 대표하는 강달프와 이정희 의원이 다른 야당들로부터도 광범위하게 인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두 사람의 역할을 기대해 보자.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민주노동당이 만들어 놓은 토양위에서 이들을 능가하는 정치인들이 더 많이 배출되어 우리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그 날을 말이다. 

 

 

진보신당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의원의 견해를 중심으로)

 

진보신당에는 민주노동당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수도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 도전할 수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대선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대중적 정치인을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정치적 역량과 체험 그리고 진정성을 가진데다가 최첨단 소통 툴인 트위터로 시민들과 소통할 줄도 아는 정치인 노회찬과 심상정이 바로 진보신당의 동력이자 미래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집권세력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정당에게 대중적 인지도와 기량을 갖춘 정치인을 보유하는 것 만큼 큰 자산도 없다. 진보정당을 분열시킨다는 비판과 내부세력간의 권력쟁투로 폄하되는 상황에서도 진보신당이 창당되고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의 존재감 때문일게다. 조승수 의원도 이들 못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대중성과 소통면에서 간극이 있는게 사실이다.

 

진보신당 역시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민주노동당을 남의 당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한 뿌리에서 태어난 쌍둥이이니까. 다만 어쨌든 그 틀을 깨고 나오는 모양새가 된 이상 여러가지 부담감을 안고 있는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적 경쟁을 통한 진보정당의 외연확대와 집권정당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는 자신감과 의지만큼은 민주노동당에 비해서 더 강하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통합해서 단일대오로 선거를 치르고 싶어하는 민주노동당에 비해 제대로 된 재결합에 욕심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한가지 중요하게 오해했던 것이 이번 심상정 인터뷰를 통해 풀렸다. 야권연대 논의에 대한 진보신당의 스탠스에 대한 오해였는데. 심상정 전 의원의 견해를 통해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노회찬 대표가 진보신당의 대표로서 야권연대 논의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을 액면 그대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조금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짐작하고 있는 노회찬의 의중은 공식적 입장표명과는 다를 것이라는 암시다. 야권연대 논의의 쪽박을 깨버리는 듯한 그의 비유와 서울시장 출마선언의 의미를 재해석할 단초를 얻게된 것은 의미있는 수확이다.

 

먼저 야권연대의 필요성에 대한 진보신당의 입장은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다른 참여정당보다는 조금 더 확고한 그들만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선거만을 겨냥한 단기적 연대보다는 2012년까지를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또한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는 야권연대의 틀에서조차 민주노동당과의 실질적인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점에서 객관적 관전자들의 바람과 충돌할 여지가 생기는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전자들이 보다 넓은 마음으로 진보신당의 입장을 감안하고 지켜본다면 이전의 오해와는 또 다른 발전적 토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일단 정당대표로서의 노회찬은 전략적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다. 충분히 가능하고 인정할 수 있는 접근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세가 약하지만 자부심이 있는 정당으로서는 취할 만한 스탠스다. 다만 얼마나 절묘한 범위내에서 이런 자세를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노회찬이나 심상정 정도의 인물들이 현재 상황을 오판할 확률은 떨어진다고 본다. 다만 큰 틀에서의 정치일정과 대응에 대한 인식차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어떤 부분을 더 중시해야 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지만 야권연대 성사를 갈망하는 내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노회찬과 심상정 쌍두마차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동반출마 선언은 언뜻 보면 야권연대 논의에 장애물이 되거나 부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출마선언 자체가 진보신당과 같이 당원들의 강력한 의사표현에 의해 운영되는 정당의 입장에서 쉽게 번복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고 야권연대에 보다 적극적인 다른 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 신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야권연대의 관점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었지만 진보신당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연대외에도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었음을 뒤늦게 확인한 셈이다.

 

두 사람에게 이번 출마선언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당의 분열을 야기했던 발전없는 대선패배의 상처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싹틔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인 것이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건 두 정치인의 자신감(국민으로부터 선택될 것이라는)은 그동안 피상적으로 예상하고 있던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이 아래로부터의 견실함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면 진보신당은 조금 더 직관적이고 파급력이 높은 지방자치 무대에서 집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과 기틀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실현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순수하게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만 보면 충분히 해볼 만한, 아니 어쩌면 가장 적절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관건은 그들의 이런 도전이 어떤 모양새와 수순으로 전개되느냐가 아닐까. 진보신당의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잉태하는 수준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현실적 성취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보신당 역시 야권연대 논의에서 발을 빼기 어렵다고 본다. 그들은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아마도 이미 그런 목표를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 모두가 야권의 단일후보로 출마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목표를 설정해서는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 어느 쪽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두 사람 중 한명은 야권의 단일후보로 추대되는 것이 진보신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목표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미리 두 사람 모두가 추대될 가능성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공정한 판에서 두 사람의 역량과 비전을 선거인단에게 후회없이 호소하고 선택될 기회는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런 과정이 전제되어야 만 결과에 대한 진보신당 당원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노회찬이든 심상정이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리더쉽을 발휘하는 모습을 이번 선거후에는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야 우리기 기대해 마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건전하고도 발전적인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정착될테니까. 더이상 영원한 현실적 약자도, 아무런 노력없이도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 자영업자의 발호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진정성과 정치역량만으로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접근과 선택이 필요할지를 진보신당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지혜롭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축인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야권연대 성사를 좌우할 수순의 묘와 조금 더 구체적인 단일후보 선출방식 및 연대방법에 대해 다음 글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내 글의 진행과 상관없이 부디 야권연대 성사를 위한 힘찬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