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유시민 죽이기 or 띄우기

재능세공사 2010. 3. 14. 14:18

유시민 죽이기 or  띄우기

 

웬만하면 조용히 그의 출마를 마음속으로 환영하고 최선을 다해 응원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문화일보에 자칭 논설위원이라는 졸렬한 이가 마타도어로 가득찬 음해성 쓰레기 글을 버젓이 올려놓는 걸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거론하기도 싫지만 얼마나 저열한 글인지 혹시 못보신 분들이 있다면 참을성 있게 일독하시고 그 저열함에 썩소 한번 날려주시기 바란다. 제목에서부터 아주 노골적인 적의가 물씬 풍겨난다. '유시민 바이러스' 경계령.

 

우선 아직도 이 찌라시 같은 신문의 기사(기사라고 불러주기도 부끄럽다)를 어떤 경로로든 접하게 된 독자분들의 반응을 살짝 예상해 보자.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유시민 지지자가 아닌 안티 또는 중도 유권자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유추해 보면 대략 이 정도가 아닐까. 

 

'유시민 출마가 이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거야? 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논설위원 정도가 이렇게 패닉상태의 기분으로 경계령 운운할 정도면 무시할만한 사안은 아닌가 보네. 근데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내가 봐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논거가 없는거 같은데 당췌 어디서 이런 영향력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거야. 원래부터 맘에는 안들었지만 이 정도로 씹힘을 당해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알고 싶구먼.'

 

'명색이 일간지 논설위원이라는 자가 피해망상이 너무 심하군. 유시민 안티가 존재하는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적의를 드러낼 정도는 아닌거 같은데. 분명한건 여당이나 언론권력들에게 그의 존재 자체가 매우 두려운건 사실인가 보군. 도대체 유시민의 어떤 점이 이들을 이렇게 두렵게 만드는걸까. 이 논설위원이라는 작자가 주장하는대로라면 아무 근거없는건 아닐테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번 주목해 봐야겠군. 정말 그 정도 인물이라면 알아둬서 나쁠건 없겠지'

 

 

정확한 유추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초의 못된 의도와는 다르게 독자들에게 받아 들여질 공산은 커보인다. 일부 극단적인 안티에게는 시원한 일갈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있어왔던 모든 자충수는 그걸 일으킨 자들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전개가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딴에는 부정적 선동을 통해서 해이해진 한나라당에게 경고신호를 보내고 혹시나 유시민을 주목할지도 모를 이들에게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기 효과를 노렸겠지만 긁어 부스럼의 의미만 깨닫게 될 것이다.

 

 

야권 연대와 유시민 출마의 상관관계

 

국민참여당 입당 이후 유시민의 행보는 야권연대 성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기회가 있을때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 성사가 갖는 의미를 누차 강조해 왔고 관련 정당들의 열린 자세와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고 설득해 왔으니까. 야권연대 성사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횡행하는 와중에도 그는 일관된 자신감과 희망을 피력했고 생각보다 일찍 몇가지 연대환경 조성을 위한 공통정책 방향 및 연합후보 선정에 대한 합의가 5+4 연대체를 통해서 도출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건은 역시 민주당과 진보신당의 자세다. 수순상으로 보면 진보신당의 입장이 매우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민주당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이미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유력한 두명의 후보자를 보유한 진보신당의 연대에 임하는 스탠스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민주당은 꿈적도 안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을 허용하는 뻘짓으로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던 연대에 확실한 지뢰를 뿌려 놓지 않았는가. 정세균 대표는 최대한 빨리 우근민 전 지사 복당문제를 무효화시켜야 한다.

 

이전 포스트를 통해 피력했던 것처럼 야권연대의 키는 야당쪽에 있는게 아니라 무소불위의 권력맛에 도취되어 도끼자루 썩는걸 모르고 막나가고 있는 MB와 한나라당의 역할이 크다. 재야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 했던 한명숙 전 총리를 서울시 야권 단일화 후보로 나서게 한 것도, 야권연대 성사에 조력을 다하고 국민참여당의 백년정당 기반을 닦는데 힘을 기울이려 했던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같은 정치적 상상력을 만들어 낸 것도 그들의 대표적인 역행보살 행보로 볼 수 있다.

 

출처 : 노컷뉴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지간에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졸라 고생할 상황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이슈로 묻어두고 싶었던 4대강 죽이기 사업은 천주교 사제단의 절박한 결의로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전국을 대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고, MBC에 대한 언론장악 마침표는 새로운 국민적 저항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전개는 야권연대 압박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민주당의 스탠스를 결과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이고 국민들의 정권심판을 위한 야권의 환경조성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게 될 것이다.

 

 

단지 연대만이 중요한게 아니다

 

누차 야권연대 성사의 중요성을 갈파했지만 무늬만 연대나 형식적 연대 성사가 정권심판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견인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내용적으로(과정상으로) 어떤 연대가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가장 명확한 신호인 어떤 이를 야권의 최종 단일후보로 선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야권연대의 효과는 유권자들에게 그들의 연대틀안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어필할 기회를 얻는데 있다.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 변화가 탐탁치 않을 것이다. 노회찬과 심상정 후보는 단지 특정지역 입후보자라는 의미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진보신당의 미래를 열어갈 그리고 그 가능성을 유권자들 앞에서 호소하고 인정받아야 할 소명을 가진 이들이다. 따라서 야권연대라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속에서도 쉽게 단일화에 응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그래서 제대로 된 야권연대 성사를 위해서라면 나머지 정당들과 후보자들이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당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출마 후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도 뜻이 있고 출마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문제는 누가 그런 뜻을 펼칠 기회를 한나라당 현직 출신 후보자들에 맞서 승리하고 얻을 수 있느냐다. 그들 입장에서도 한 전 총리나 유 전 장관의 출마라는 상황이 무조건 불리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아직 정식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가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한 조건하에 누가 적임자인지를 유권자 앞에서 미리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린 것으로 여기면 어떨까.

 

후보경선에서는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대보다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다른 이들을 깍아 내리기 보다는 자신이 왜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를 알리고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겸허하게 유권자의 뜻을 받아들이고 MB 정권의 역주행을 저지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단일 후보자의 승리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너무 원론적이라고. 지금의 정치상황은 원칙과 상식의 회복에 최우선 가치를 둘 수 밖에 없음을 정녕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단, 과거와는 조금 달라야 할 것이 있다. 경선승리자 뿐만 아니라 모두가 승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연대에 참여하는 이가 단지 승리자와 패배자로만 남아서는 안되니까. 지방선거의 특성상 서로가 함께 협력해서 시정을 펼칠 기회가 남아 있다. 서로의 강점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경선이후에 미리 논의해야 한다. 아직 현실정치 제도권내에서 어필한 기회가 적었던 정당들에 참여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판을 넓히고 생각을 달리하면 새로운 옵션을 얼마든지 있다. 노회찬과 심상정 같은 이에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미래의 가능성을 키워갈 현실적 자산을 부여하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런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야권 단일후보에게 표를 모아주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든 총알'- 투표용지로 MB 정권의 국민무시 행보에 경종을 울릴 가능성을 높이게 만드는 일이다. 자기만 승리하겠다 또는 나 아니면 다른 이들의 승리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치는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출마의 의미

 

딴에는 나에게도 정치적 상상력이 꽤 있다고 착각했었다.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 또는 차기 대선 도전이라는 뻔한 대안속에서 헤매이던 나에게 유시민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명숙 전 총리의 서울시장 경쟁력만으로는, 그것도 아직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는 수준으로는 지방선거의 상징적인 주도권과 판도를 좌우하기에는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서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기도는 야권에서 거의 포기한 패였던 것도 사실이고.

 

문제는 현직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압도적으로 시정을 잘 펼쳤기 때문이 아니라 야권에 이 구도에 파장을 일으킬만한 대항마가 없었다는데 있다. 심상정 후보는 매우 훌륭한 대안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의 인지도나 기대심리에서 상대적으로 처지는게 사실이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그의 됨됨이를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알리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는 인지도에서는 앞설지 몰라도 신선함에서 너무나 부족하고 이종걸 후보는 말할 것도 없이 앞서의 두 사람에게 모든 면에서 뒤진다고 보는게 맞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전 장관의 출마는 다른건 몰라도 선거구도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점만으로도 야권 입장에서 불리할게 전혀 없다. 문제는 야권이 이런 상황변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이미 반응이 나온 것처럼 찌질하게 유시민 출마를 흠집내는 태도로는 보탬이 될 것이 전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유력한 경쟁자인 김진표 후보나 심상정 후보가 경기도지사 선거를 새롭게 주목하게 만들고 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정하는데 있어 유시민 출마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양당 구조속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상징적 승부처는 수도권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수도권의 결과는 곧 나머지 지역의 선거결과에도 직간접적 영향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서울과 경기도는 그래서 중요하고 두 곳 모두 야권연대의 기반하에 단일후보만 낼 수 있다면 지방선거 승리의 확실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선거는 이슈고 이슈를 주도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한 전 총리의 진실이 법정에서 명쾌하게 밝혀지고,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이 아름답고 건강하게 진행된다면 유권자들은 기꺼이 야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MB 정권을 실질적으로 종식시키게 될 것이다. 부디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욕망에 함몰되지 말고 야당 후보자 모두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방선거 행보를 기대한다. 화이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