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피아

맨유를 혼쭐낸 짐승모드의 헐시티

재능세공사 2008. 11. 2. 03:13

각설하고 오늘 맨유는 헐시티한테 치명적인 방법(?)을 당할뻔 했다. 두번째 환타스틱 4를 가동한 시점치고는 운세가 아주 안좋았고 자칫하면 퍼거슨의 용병술이 도마위에 오를뻔할 정도로 혼쭐이 났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우리 지성이를 결장시키는 경기가 잘 풀리는 때보다 이럴 때가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덜미를 잡혀 우승전선에 먹구름이 생기는 일까지 바라는건 결코 아니지만.

 

이때만해도 어떤 일이 벌어질줄 몰랐지. 요런 호나우두도 막판에 온몸을 던져야 했다..ㅜㅜ

 

비디치의 골로 4:1로 벌어질때만 해도 역시 승격팀의 한계를 확인하고 우승후보 맨유의 전력이 제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정도의 싱거운 경기가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에브라의 단 한번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로빙볼로 반데사르를 우롱하며 헐시티가 한골을 만회(비디치가 걷어냈으나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선 뒤였다..^^)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골을 더 추가해서 추격의 의지를 꺽는 쐐기를 박겠다는 맨유의 환타스틱 4가 여러번 헐시티 문전을 위협하지만 이래저래 뜻을 이루지 못하자 7분여를 남겨두고 그 노련한 수비의 기둥 퍼디난드가 몸싸움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고야 만다. 한골차로 좁혀지자 헐시티 선수들의 움직임은 포기했던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각성모드와 함께 짐승처럼 변하기 시작하고 맨유홈팬들의 똥줄은 엄청나게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맨유선수들을 더욱 패닉상태로 몰고간 헐시티 돌풍의 핵 지오반니

 

매경기 짐승모드로 임하는 루니는 골욕심을 얼마나 내던지 경기내내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며 결국 옐로카드 하나를 꿀꺽 잡숫고야 만다. 서형욱 위원의 지적처럼 오늘은 거의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도가 심하긴 하더라. 내가 만약 선수라면 루니같은 짐승급 선수는 철저히 외면 했으리라. 그런데 내가 진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루니같은 짐승들이 헐시티에는 수두룩 하더라 이 말이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홈팬들이 남은 교체카드를 빨리 써서라도 이놈들의 크레이지 모드에 제동을 걸고 싶었을 것이다. 퍼거슨은 최대한 버티다가 뒤늦게 오셔를 투입했지만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왜냐하면 단지 동점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웬지 경기내내 있었던 묘한 결정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상한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으니까.

 

특히 이른시간 선취점을 빼앗기고도 바로 동점을 이루어내고 다른 팀같으면 포기할 점수차에서 묘하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독처럼 물고 늘어지는 그들의 모습은 내가 맨유팬이 아니어도 가슴속에서 '독한 놈들~'이라는 장탄식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다.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시 맨유가 이놈들의 홈에서 펼칠 경기를 생각하니 아직 마음을 놓긴 이른게 아닐까.

 

헐시티의 돌풍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은지는 오래지만 오늘 직접 확인한 승격팀답지 않은 짐승스피릿으로 볼 때 올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더욱 격한 투쟁의 장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싶다. 유니폼에서도 웬지 그런 승리와 골을 향한 피비린내가 풍겨나지 않는가. 맨유의 환타스틱 4가 아니라 이들을 끝까지 긴장시키고 괴롭힌 11명의 헐시티 전사들이 온몸으로 각인된 재밌는 경기였다. 에휴~ (경기내내 참았던 긴장감을 풀어내는 뒷풀이 한숨..^^)

 

맨유에서의 적응을 완전히 끝낸 것으로 보이는 숨은 MVP 베르바토프의 토트넘 시절 사진

 

P.S. 오늘의 베르바토프는 득점을 올리던 이전 몇 경기에서의 모습보다 골은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실질적으로 더 위협적이고 주위 공격수들을 살려주는 첨병역할을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해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맨오브더매치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맨유에서 자기 역할을 확실히 찾은 것으로 보이고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도 계속 좋아지고 있어서 맨유의 우승경쟁에 키플레이어가 될 것은 이제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