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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축구중계는 죽었다

재능세공사 2008. 9. 11. 15:05

MBC 축구중계는 죽었다

 

어제 북한전의 MBC중계진은 캐스터와 해설 모두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가뜩이나 경기내용과 결과도 신통치 않아 축구팬 입장에서 기분이 더러운데 중계마저 수준이하이니 더블로 열받을 수 밖에. 게다가 단독중계여서 다른 채널에 대한 선택권도 없는 상황이었다. MBC 축구게시판에 가보니 이런 생각을 가진 이가 나뿐은 아니었나 보다. 중계진을 성토하는 글이 가득하다. 몇가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보자. 

 

 

캐스터가 난데없이 기상천외한 멘트를 날린다 '우리 선수들이 브라질 선수들처럼 경기를 하는데요, 의도된 걸까요' 듣는순간 허걱할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스스로도 수습이 안될 발언이라고 느꼈는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생까고 강신우 해설위원은 대꾸할 엄두를 못낸다. 더 어이없는 상황이 바로 이어진다. 우리 공격진이 드로잉 파울을 범해 공격권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을 평범한 시청자인 나도 바로 알겠는데 캐스터와 해설자 모두가 당췌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헤매는 꼴이라니.

 

 

강신우 해설위원은 우리 공격수들의 패스가 막히거나 실패했을 때마저 시종일관 '저런 시도 계속해야 되요. 안되도 좋아요..'를 외치는가 하면 '공략적으로 해야 골이 나는겁니다'류의 적절한 단어구사도 못하고 일반론적인 멘트를 쉴새없이 날렸다. 특정선수에 대해서 무조건 좋게 평가하는 습관도 여전하구. 이런 해설이라면 조용히 축구화면에만 집중하는게 빼고 보는게 낫지 않을까.

 

 

축구중계진에 대한 기억과 당부

 

차범근, 최순호, 김주성 등이 활약했던 과거 한국축구 중계에 빠질 수 없는 전설적인(?) 해설가 한명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개그맨들의 단골 성대모사 대상까지 되었던 KBS 박경호 해설위원이 그 주인공일게다. 그는 지금 식으로 따지면 기상천외한 본좌급 해설멘트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잠시 그가 즐겨쓰던 추억의 멘트 몇 가지를 살펴 보자. '아~ 종패스 한방이면 되는데요', '아~ 최순호 선수 저건 머리카락 하나만 돼도 들어가는 건데요' 등등..^^

 

글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분 특유의 억양으로 이런 멘트를 반복적으로 들었던 기억이 386세대들에게는 있을 것이다. 또한 2002년 해설을 내팽겨치고 흥분만빵의 고함모드를 연출했던 모 해설가 훨씬 이전에 우리의 박경호 위원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에서 이런 모습을 구수하게 연출한 적이 있다. 아무튼 이 당시 해설자 수준은 매니아급 축구해설자가 즐비한 지금과 달리 소수의 구수한 해설자들이 그 실력과 상관없이 장기 집권이 가능한 시절이었다.

 

개인적으로 역대 축구캐스터 중에 최고로 꼽는 이는 고 서기원 아나운서다. 이 양반은 축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스포츠 중계의 달인이었고 특유의 억양으로 축구보는 재미를 주던 분이다. 송재익 캐스터도 해설자의 영역을 쉴새없이 넘나드는 중계로 안티도 많았지만 촌철살인의 비유(가끔 삑사리도 났지만)로 기억에 남는 재기넘치는 캐스터였다. 이분 최고의 중계로 꼽는 것이 신문선씨와 호흡을 이룬 그 유명한 도쿄대첩이다.

 

 

지금이야 월드컵 스위스전 업사이드 상황에 대한 소신발언으로 야인처럼 떠돌고 있는 신문선씨이지만 한때 최고의 해설위원으로 MBC 축구 시청률을 탑으로 올려놨던 해설자를 배출한 방송사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행보다. 겸손하고 솔직한 해설의 대명사 차범근, 프리미어 리그 전문해설가 박문성, 서형욱까지 다양한 해설라인을 보유했던 MBC가 무색무취 해설의 표본 강신우 해설위원을 메인해설로 계속 기용하는 이유가 뭘까.

 

 

세속적 커리어는 어떨지 몰라도 요즘 광적인 축구매니아중에 전문해설자를 능가하는 이들이 많다. 공중파를 비롯한 케이블에서도 축구해설진은 이렇게 성장하는 이들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그 와중에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박지성 출전경기에서조차 강신우 해설위원을 기용하는 판이니 MBC가 제정신일리 만무하다. 차라리 김성주나 임주완 캐스터를 다시 쓰고 이상윤 해설위원을 기용하라. 적어도 욕은 덜 먹을테니.

 

그리고 모든 축구 캐스터들과 해설위원들에게 바라노니 축구전문 사이트나 매니아 블로그에 방문해서 공부 좀 하시라. 판에 박힌 종이서류나 뒤지지 말고. 시청자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고 상대팀이나 우리팀 선수들의 그날 컨디션이 정확히 어떤지, 전술적 미스인지 선수기용의 문제인지를 해설가답게 파헤쳐서 알려달란 말이다. 무조건 편파적인 중계모드로 일관하면서 심판탓이나 하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