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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 '재능'과 '꿈'의 공작소

재능세공사 2008. 10. 14. 13:56

당신의 재능을 일깨워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상주의자 강마에가 인정한 천재, 리틀 강건우 역시 꽤 오랫동안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모른채 평범한 경찰관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왜 그는 자신의 재능을 깨닫지 못했을까요? 갑자기 국민드라마 대장금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어린 장금이 어떻게 홍시맛을 느꼈는지 묻는 정상궁에게 뜨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었죠.

 

 "홍시맛이 나서 홍시맛이 난다고 했사온데 어떻게 홍시맛을 느꼈냐고 물으시면..^^;)"

 

그렇습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놀라울 수 밖에 없는 장금이의 절대미각과 강건우의 절대음감도 그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노력이나 배움도 없이 해낼 수 있는 일상적인 경험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셈이죠.

 

또 하나의 이유는 타고난 자신의 재능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틀 강건우가 두루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강마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확인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역시 이미 자신도 모르게 활용하고 있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실감나게 확인하고 자극할만한 환경과 기회를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신을 평범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나 재능이라는 원석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이를 강점으로 만들어 낸 특별한 사람들은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재능과 강점은 다릅니다. 재능이 원석이라면 강점은 그 원석의 잠재력을 제대로 살린 빛나는 보석입니다. 재능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도 단지 타고난 능력에 달린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능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관문은 스스로의 재능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자신의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고 다른 이들로부터 특별한 반응을 이끌어 냈던 순간들을 기억해 내야 합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재능을 조사해 주는 도구도 있습니다. Strengthfinder나 다중지능 검사는 재능발견의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재능을 일깨워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행운이자 기회입니다. 장금이에게는 정상궁과 한상궁이, 윌 헌팅에게는 랭보교수와 숀교수가, 리틀 강건우에게는 강마에와 정명환이 있었듯이 말입니다. 재능을 썩히는 누군가를 지켜보는 일은 그 재능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괴롭고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혹시 우리 자신도 자신만의 재능을 썩히고 있으면서 평범한 인생을 한탄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리틀 강건우에게 강마에는 불쏘시개같은 존재입니다. 아무리 천재성을 타고났다 해도 그 불씨가 죽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강마에는 미묘한 음의 변화까지 잡아내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움직일 줄 아는 리틀 강건우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현실에 발목을 잡힌 그에게 별만 바라보지 말고 꿈을 꾸어보기라도 하라고 꾸짖습니다. 그리고 그 천재성이 뛰어놀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재능과 꿈이 만들어 내는 열정

 

경찰관 강건우에게 천재적인 음악성은 쓸모있는 재능이 아닙니다. 가끔씩 즐기는 취미로서의 음악활동은 그의 천재성을 힘차게 뛰놀게 할 수 없습니다. 트럼펫을 부는 것은 그의 재능 일부분만을 활용하게 만들 뿐입니다. 오케스트라 전체의 하모니를 이끌고 클래식 대가들의 음악을 해석하고 재현해 내는 마에스트로의 길만이 숨어있던 재능의 더 많은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재능이 꿈(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과 만나지 못하면 진정한 강점이 되기 어렵습니다. 잘하는 일이지만 즐겁지 않은 일에 재능을 쏟는 일은 지속적인 신명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리틀 강건우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나머지 단원들이 더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연주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도 벌지 못하고 강마에로부터 모욕적인 독설을 들으면서도 그들이 연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리틀 강건우는 그래서 행복한 사람입니다. 뒤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하게 발견한데다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재능까지 가지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그가 최고로 행복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마다 미래에 만나고 싶은 풍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이든은 어려운 환경때문에 꿈을 이룰 수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살아있는 본보기를 꿈꾸고, 김갑용은 자신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치매를 음악으로 이겨내려 합니다.

 

 

정희연은 아줌마의 삶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첼로리스트 정희연으로 인정받기를 소망하고 배용기는먹고살기 위한 캬바레 딴따라가 아니라 진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대접받기를 희망합니다. 박혁권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억지로 선택했던 직장을 벗어나 음악가로서 살아가기를, 두루미는 청력을 잃기전에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꿈의 규모와 세속적인 성공의 잣대는 그들만의 살아 숨쉬는 풍광의 아름다움을 좌지우지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꿈이 있습니까? 꿈을 꾸지 않는다면 당신안에 잠들어 있는 재능을 일깨울 수 없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속 인물들이 현실의 두려움을 박차고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여전히 아줌마, 딴따라, 불량소녀, 그저그런 공무원과 경찰관, 후배와 상사에게 치여사는 만년과장,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불리며 자신의 불행한 삶을 자조하고 있었겠죠.

 

 

이제 베토벤 바이러스속 인물들을 드라마속에서나 존재하는 특별한 이들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속 응어리가 울컥 튀어나오고 숨겨있던 열정이 살짝 고개를 든다면 자기만의 재능과 꿈을 찾는 일을 당장 시작해 봅시다.

 

당신만의 강마에를 찾아보시고 당신을 평생토록 떨리게 만들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위해서 자기만을 위한 투자를 시작하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사그러들지도 모를 재능에 온기를 불어넣고 그 재능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꿈의 장터를 찾아보세요. 당신만의 베토벤 바이러스같은 드라마가 그 소박한 시작을 통해 훨씬 더 생생한 느낌으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