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토피아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좌청룡 우백호

재능세공사 2008. 10. 9. 14:42

독설과 진실사이

 

베바를 첫회부터 지켜본 분들이라면 이제 강마에의 씰룩거리는 입에서 쏟아지는 독설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난 아직도 이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쏟아지는 듣보잡스러운 사람들의 독설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이 멈추질 않는다. 특히나 어제 9회에서 독설의 대가 강마에를 여러번 움찔거리게 만든 배용기와 정희연의 뜻하지 않은 비아냥과 쏘아붙임에는 내가 강마에가 된 건마냥 가슴에 멍이 들 정도였다.

 

여러번 반복되었던 '그러니까 개새끼나 끼고 살지'와 '당신같은 사람은 아이를 키워서는 안될 것 같아요'는 강마에가 숱하게 뿌려댔던 독설의 부메랑임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생길만큼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어떤 이유로든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우리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런 종류의 독설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 그 스스로의 고백처럼 가해자 역할을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수없이 반복해 온 강마에조차 그 아픔의 흔적을 쉽게 감당하지 못할만큼.

 

다른 이의 마음속에 담긴 진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잘 표현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진의조차 의심케 할 정도의 독설로 포장되어 있는 전달이라면 듣는 사람이 그 모든걸 무시하고 진짜 메시지를 읽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강마에를 많이 겪어 본 두루미와 강건우 역시 그의 감춰진 내면의 진실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으며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요령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순간순간 쏟아지는 강마에의 독설에 울컥 반감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다.

 

 

 

강마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다. 그가 음악외적으로 다가서는 사람들을 이전처럼 완강하게 뿌리치지 못한 그 순간부터 예정되어 있던 그런 통과의례 말이다. 그는 이렇게 살갑게 사람들과 교류하며 쌍방향의 소통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 독설로 내뱉어 왔었고 그에 대한 반감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며 무시해 왔을 뿐이다.

 

그런 강마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인물들이 다양한 형태로 그의 독설에 맞대응하고 있다. 정식단원들의 반발과 석란시장의 현실적 타협 운운은 강마에가 이미 충분히 겪어봤던 상황이지만 자신보다 더 심하게 이유있는 독설을 내뱉는 연구단원(그것도 실력지상주의자 강마에 눈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이나 자신의 구박과 독설에도 남사스럽게 '형'이라는 호칭까지 부르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제자가 되기를 청하는 리틀 강건우, 그리고 스스로도 이성간의 감정하고는 담쌓은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자신의 가슴을 이상하게 뒤흔들고 귀엽게 자극하는 두루미는 낯설음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강마에가 진짜 생일을 챙겨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그만의 짧은 소감을 날리는 장면에서 단원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아마도 이런 말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고마압다~ 이 한마디는커녕 자신의 생일은 음녁이라고 융통성 제로의 쌩뚱맞은 반응을 하는 있는 그대로의 강마에를 이제서야 서서히 단원들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배용기의 필살기 케익세례를 가배얍게 피하는 강마에의 얼굴에서 사람사는 잔재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다는 표정을 읽은 것도 흐뭇했다.

 

   

 

이런 성장통을 겪고나서도 강마에의 소통방법은 아마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독설과는 분명히 다른 뉘앙스와 메시지를 담게 될 것이다. 애정과 유머와 더 멋드러진 비유가 장착된 그런 독설이라면 들어줄만 하지 않을까. 여전히 정제될 수 없는 짖�고 껄끄러우며 노골적인 야유는 귀여운 강마에 소통법의 악세사리로 인정해 주도록 하자. 그건 강마에가 타고난 어쩔 수 없는 기질일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강마에의 좌청룡 우백호 - 리틀 강건우와 두루미

 

누구나 좌절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강마에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딴에는 기회를 주었다고 믿었던 배용기와 정희연의 반란 아닌 반란은 다시 예전의 강마에의 자리로 돌아갈까 하는 회의감을 안겨준다. 역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었던게 실수였다는 자괴감과 그들이 자신에게 퍼붓는 비난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우울한 체념이 자만심에 가까운 자기확신을 가진 강마에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좌청룡 리틀 강건우와 우백호 두루미가 있었다. 리틀 강건우가 강마에답지 않은 의기소침한 푸념에 한대 때릴 기세로 차를 세웠을 때 얼마나 뻘쭘하고 당황스러웠을까. 이어 쏟아지는 리틀 강건우의 적절한 비유와 진심이 담긴 일갈에 강마에는 기분좋게 깨갱한다. 그리고 강마에답지 않게 기분이 업되어서는 리틀 강건우를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하는 퍼포먼스를 므훗한 미소와 함께 행하고야 만다.

 

 

 

두루미는 또 어떤가. 여러차례 강마에의 독설에 혼쭐이 났음에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존재 강마에를 그녀는 떠날 수 없다. 일곱줄의 과자 한입에 넣기 신공으로 처음으로 강마에의 파안대소를 이끌어 낸 두루미지만 강마에의 독설보다 그녀를 더욱 긴장시키고 도망가게 만드는 것은 강마에의 기습적이고 대담한 감정표현이다.

 

너무나 어렵고 힘겹게 사과를 결심한 강마에지만 두루미의 안타까운 눈물은 이 오만한 남자의 힘겨운 선택을 되돌릴만큼 위력적이다. 강마에다운 사과 퍼포먼스를 후련하게 끝내고는 두루미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던지는 한마디에 과장 조금 보태서 전율이 느껴졌다. "됐지? 이제는 울지마" 두루미가 이 위압적인 강마에식 감정표현에 놀라 뒤로 물러서는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다.

 

 

 

강마에가 대기실에서 제자이자 잠재적 연적 리틀 강건우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암시하며 던진 낚시성 질문과 도발에 두루미가 자기도 모르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괜한 오해살까봐 억지스런 둘러대기 합공을 보여주었던 이전 상황과 달리 리틀 강건우를 냅다 끌고 와서는 두루미를 난처함의 바다로 몰아넣는 우리의 강마에. "정확하게 말해. 누구야?" 또 한번 꽥이다.

 

좌청룡 우백호에 그의 오케스트라 비전에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 단원들까지 강마에는 서서히 행복해지고 있다. 그런 그앞에 어떤 시련과 난관이 계속된다 해도 우리는 그 불협화음까지도 멋지게 지휘해 내는 또 한번 성장한 강마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속에서 우리 모두도 타인과 세상의 잣대가 아닌 자기다움으로 꿈을 향한 열정을 용기있게 지휘하는 우리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