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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인터뷰 -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

재능세공사 2008. 8. 24. 01:35

< 프롤로그 >

제리 멕과이어씨에 대한 인터뷰 이후에 다음 인터뷰 주인공으로 누가 좋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이러한 방식의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꼭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 몇 있었다. 얘기 나온 김에 잠깐 리스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 '굿윌헌팅'의 윌 헌팅,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 '빌리엘리어트'의 춤추는 빌리 등이 그들이다.

오늘의 인터뷰는 앤디 듀프레인이 쇼생크를 탈출하여 제 2 의 인생을 시작한지 정확하게 40년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것으로, 그가 쇼생크에서 체험한 것들과 탈출 이후의 인생에 대하여 진솔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앤디 듀프레인과도 '생각으로 나누는 대화' 방식이 적용되었음을 밝힌다)

[ 앤디 듀프레인에 대하여 ]

서른 중반의 나이(그의 정확한 나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에 유능한 은행가에서 하루아침에 아내와 정부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 두 번의 종신형을 언도받고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되어 19년의 세월을 보낸다.


토미의 죽음을 계기로 오랫동안 준비한 탈출결심을 굳히고 그가 꿈꾸어 왔던 섬 '지후아타네오'로 떠나는데 성공한다. 그 후, 가석방된 친구 레드와 극적인 재회를 하고, 실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새로운 삶을 멋지게 꾸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그는 랜달 스티븐스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 인터뷰 전문 -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 >

▼ 이기찬(이하 원잭) : 듀프레인씨! 열정재능연구소에 오신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와 악수를 나누면서 이미 그가 베테랑 뱃사람의 손을 가지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앤디 듀프레인(이하 앤디) : 반갑습니다. 지난번 제리와의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저도 제리가 그 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앤디라고 불러주시고.. 레드가 함께 오지 못해서 좀 아쉽군요. 그에 대해서 궁금해 할 부분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던데..


▼ 원잭 : 사실 두 가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아예 레드를 인터뷰할까 하는 생각 하나, 그리고 두 분을 동시에 인터뷰 하는 방법 등이었는데 이미 레드의 생각은 당신의 삶을 기록한 영상을 통해 우리가 많은 부분 확인한 것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앤디 당신을 섭외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또 레드의 이야기는 당신에게도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 앤디 :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래도 레드가 같이 왔다면 더 좋은 시간이 되었으리라는 미련은 여전히 남는군요. 사실 저희를 찾아 주시는 단골고객들 때문에라도 레드는 올 수 없었지만요..^^

▼ 원잭 : 이제 좀 워밍업이 된 거 같으니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 볼까요? 누명을 뒤집어쓰고 기소되어 두 번의 종신형을 언도받았을 때, 어떤 심경이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 앤디 : 벌써 60년 전의 일인데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걸 보면 놀랍군요. 그 당시 저에게는 '사형언도'와 다를 바가 없는 선언이었죠. 적어도 그전에 제가 속해 있었던 사회에서 잘 나가는 은행가로 살던 앤디 듀프레인은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쇼생크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상태로 미쳐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 원잭 : 뜻밖의 얘기로군요. 쇼생크에서의 생활이 훨씬 힘겹게 다가왔을 텐데요. 실제로도 그곳에 적응하는데 2년 정도 걸리지 않았습니까? 험한 꼴도 많이 당하시기도 했고..

▲ 앤디 : 맞아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흉측한 곳이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험한 꼴을 당하면서 제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실감하게 되었고, 배부른 고민일랑 걷어치우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아주 단순한 목표가 생기더군요. 그때부터 그곳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원잭 :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군요. 맥주 에피소드로 화제를 좀 돌려볼까요? 결과적으로 레드를 비롯한 동료죄수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든 사건인데, 처음부터 의도한 바가 있었던 건가요?

▲ 앤디 :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내가 다르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바로 그때 간수들끼리 나누던 이야기가 들려왔고, 잠깐 동안 죽어 있었던 재정전문가 앤디가 충동적으로 간수들에게로 나를 이끌고 간 거죠..


하들리라는 놈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그놈을 첫 번째 고객으로 삼지는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제공하라니. 잠시 동안 제가 미쳐 있었던 거죠..^^ 정확하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 사이좋게 시원한 맥주를 정말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자유가 가져다주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이런 곳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그때를 회상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서 시원한 맥주를 준비시켰다)


▼ 원잭 : 그때쯤에서야 현재와 과거의 앤디가 균형감 있게 타협을 이루어낸 셈이군요.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당신의 특별한 고객들이 더 늘어나는 계기도 되었구요. 결국 쇼생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요?

▲ 앤디 : 음..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제 기록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사건이 있었지요. 레드로부터 얻은 조각용 망치로 제 이름을 새기려 하다가 교도소 벽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탈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아주 막연한 생각이었지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 일이 제게 또 다른 힘을 주었던 건 틀림없었습니다.

▼ 원잭 : 이제 브룩스와 함께 했던 도서관 시절 얘기를 좀 해볼까요? 거기서도 당신은 한동안 집중할만한 일을 찾았던 거 같은데, 그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 앤디 : 노튼 소장 덕분에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것은 제게 주어진 또 다른 행운이었죠. 그저 브룩스에게 그곳에서 하는 일을 설명 들으며 도서관답지 않다는 생각이 그냥 들었습니다. 조금은 도서관답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편지 쓰는 일이 매주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6년 만에 얻은 작은 승리가 더 큰 확신을 갖게 만들어 주었죠.

▼ 원잭 : 아 말씀을 듣다 보니 그 부분에서 정말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매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던 건가요? 전체적인 내용이야 같은 맥락이라도 약간씩의 변화는 주었을 것도 같은데..^^

▲ 앤디 : 정답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상투적이고 사무적인 어조로 교도소 도서관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거의 똑같은 내용을 보내곤 했는데.. 재미가 없기도 하고, 받는 입장에서도 별 자극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레드가 설명한대로 교도소에 있는 모든 이들은 시간이 지나칠 만큼 남아도는 사람들이고 저 역시 그중에 하나였으니 이 편지 쓰는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려면 약간의 각색과 새로운 시도는 필수불가결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 의회가 매년 500불의 지원을 결정하고 자선단체의 협조를 통해 재고서적으로 도서관을 그럴싸하게 꾸미게 되면서 그곳은 나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추억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이루어 진거죠. 난 그때의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 원잭 : 당신을 처음으로 독방신세 지게 만들었던 사건 얘기를 좀 해볼까요? 그러고 보면 당신은 매우 충동적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 때의 얘기를 좀 들려주시죠.

▲ 앤디 : 누가 그런 짓을 계획적으로 하겠습니까? 그 간수가 화장실만 가지 않았어도,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레코드판만 없었어도, 교도소 내 확성기로 내보낼 수 있는 시설만 없었어도 훨씬 더 가벼운 수준의 일탈로 무리 없이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충동적으로 음악을 틀자 전혀 예상치 못한 느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만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 교도소 내에 있을 다른 이들에게 이 음악을, 아니 자유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부터는 아무 생각도 안 나더군요. 중요한건 바로 그 순간의 자유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는 다른 장소에 다른 모습으로 있었지만 음악을 통해 함께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더 자유를 그리워하게 되었죠.


▼ 원잭 : 이제 조금 무거운 질문을 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 앤디 : 노파심이 많으시군요..^^ 보시는 것처럼 이제 백 살을 눈앞에 든 사람에게는 무거운 질문이 될만한 것은 거의 없지요. 혹시 토미나 브룩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또는 제 아내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군요.

▼ 원잭 : 먼저 브룩스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그의 죽음이 앤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앤디 : 사실 저보다 레드가 충격을 많이 받았죠. 우린 브룩스가 자신의 결행을 앞두고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그의 죽음을 알게 되었는데, 레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죠. "그는 여기서 죽었어야 했어". 레드야말로 브룩스처럼 교도소에 가장 길들여져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심경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레드의 심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그들처럼 생의 절반 정도를 쇼생크에서 계속 보내게 된다면 내 자신을 잃어버릴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길들여질 수는 없다고 속으로 다짐했었죠. 그때까지도 전 죄수번호 '37927'이 아니라 앤디 듀프레인이었으니까요.

▼ 원잭 : 당신의 극적인 삶에 매료되어 자신의 아이디를 지금 언급하신 죄수번호 '37927'로 쓰고 있는 네티즌이 있다고 하던데..

▲ 앤디 : 저도 사실 예전 영상기록을 보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죄수번호가 그런 상징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앤디 듀프레인이라는 이름이 아닌 그런 숫자로 기억되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군요.

▼ 원잭 : 토미의 죽음은 훨씬 더 당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건으로 생각되는데..

▲ 앤디 : 제가 교도서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또 하나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던 일이 토미와 같은 젊은이들을 돕는 것이었죠. 그 일은 시간이 남아도는 죄수들의 킬링타임용으로만 폄하되기에는 훨씬 더 보람이 있는 일이었죠. 그중에서도 토미는 제가 아끼는 영리하고 유쾌한 제자여서 더욱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미에게서 뜻밖의 얘기나 흘러나왔죠. 잠시 동안 전 그 친구덕분에 제 무죄가 밝혀지고 당당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혔죠. 저는 여전히 순진한 희망을 품고 살던 멍청이였던 겁니다. 노튼 소장의 악랄함을 과소평가한 대가는 매우 참혹했습니다.

그가 토미를 해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독방에 있던 저를 찾아와 대놓고 그 사실을 얘기하며 위협하던 소장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두 달 동안의 독방생활과 토미의 죽음, 날아가 버린 무죄방면의 꿈 등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아내를 직접 죽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그 아픈 실수의 대가를 이곳에서 치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리 다른 죄수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도 쇼생크는 교도소일 뿐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 주었죠.


그리고 전 결심했습니다. 쇼생크를 떠나기로. 그리고 내가 이전의 사회에서도, 쇼생크에서도 다른 이유로 선택할 수 없었던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친구와 살아갈 것을 말입니다. 물론 레드에게조차 탈출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제 계획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에둘러서 그에게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단서를 남기는 수밖에는요.

▼ 원잭 : 그때 레드와 당신이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나는군요. 레드는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었죠.. 그때만 해도 레드의 말처럼 당신의 이야기는 실현될 수 없는 꿈처럼 들렸던 거 같아요.

▲ 앤디 : 지금도 레드는 그 당시를 회고할 때면 몸서리를 칩니다. 제가 분명 브룩스처럼 자살할 것으로 확신했다나요. 그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그렇게 보였을 겁니다. 제가 미리 준비한 탈출구가 없었다면 진짜로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 원잭 : 적어도 토미의 일로 독방에 들어가기 전에 탈출구는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맞나요? 맞다면 왜 좀 더 빨리 실행에 옮기지 않았나요?

▲ 앤디 : 맞아요. 독방에 들어가기 몇 개월 전에 이미 탈출구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죠. 토미도 그렇구 레드도 그렇구 정리가 필요하기도 했구.. 어쩌면 저 역시 쇼생크에 길들여지기 시작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두려웠던 거죠. 탈출계획도 여러 번 검토하고 몇 번의 가상 예행연습도 해봤지만 실행에 옮겼을 경우 정말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토미의 일을 겪으면서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명료해지더군요. 노튼 소장에 대한 심판, 그동안 일한 대가의 완벽한 회수, 탈출 이후 레드와의 재회 그리고 제 2 의 인생계획 등이.. 약간의 떨림은 있었지만 전 해냈습니다.

▼ 원잭 : 하수도관의 길이가 그렇게 길게 이어질 줄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체력적으로나 악취 등으로 포기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을 것 같은데..

▲ 앤디 : 당연히 알고 있었죠. 축구장 다섯 개만 한 3km의 거리. 그러나 논리적으로 판단하던 그 거리는 막상 겪고 보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심리적으로는 30km 이상으로 느껴졌죠. 그러나 그 어떤 고통과 악취도 이대로 붙잡혀 다시 쇼생크에서 종신형을 사는 것에 비할 수는 없었고 그 끝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견딜 수 있었죠.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감정들이 하수도관을 벗어나 하늘을 향해 비를 맞이할 때 분출되었고 다시 찾은 자유에 대한 환희와 더불어 결코 다시는 내 삶의 자유를 세상에 빼앗기지 않겠다고 맹세했답니다. (그때의 격정적인 상황이 다시금 실감나게 느껴지는지 그의 주름진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 원잭 : 레드와 재회할 수 있다고 믿었나요? 지후아타네오에서..

▲ 앤디 : 레드가 가석방된다면 분명 내가 부탁한 일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었죠. 벅스톤에 그가 찾아와 준다면 최종목적지까지 저를 찾아와줄 것이라 믿었죠. 일종의 워밍업 역할을 기대했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레드는 그렇게 했습니다. 저를 믿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과가 불확실한 긴 여로를 떠나준 셈이지요. 그래서 전 항상 레드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 원잭 : 이제 탈출 이후, 레드와의 재회 이후의 삶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죠. 당신이 꿈꾸던 '지후아타네오'는 실제로도 그리던 그대로였나요?

▲ 앤디 : 생각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더군요.. 농담이구요..^^ 깨끗하고 잘 정돈된 해변에서 바라보는 '지후아타네오'에서의 일몰은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더 장엄하며 꿈결 같은 장관을 연출합니다. 레드와 저는 매일 그런 일몰을 봅니다.


이곳 코코넛과 마늘양념으로 쓰이는 향기로운 빨간 snapper의 맛은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라임 주스와 사우사 호니토스 데낄라로 만들어지는 마르가리타도 최고죠. 그리고 해변에선 언제나 펠리컨 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꿈꾸던 그 이상이랍니다.

▼ 원잭 : 요즘도 직접 배수리를 합니까? 단골이 충분히 늘어났다면 이제 일꾼들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레드와 당신 나이를 생각하면..

▲ 앤디 :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을.. 돈까지 주어가며 남에게 시킬 수는 없지요. 손님들을 태우고 명당자리로 나아가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옛날이야기를 더듬는 그 맛을 당신은 잘 모를껍니다. 레드는 초보낚시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준답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나보다 더 좋아하지요..^^


우리 두 사람에게 바다는 우리가 자유롭다는 사실을 매일 알려주는 친구지요. 레드와 저 모두 너무 건강해서 탈입니다. 이 나이에도 말이예요.. 최근에 레드가 이런 얘기를 저에게 했습니다. "앤디 너를 만나러 떠나면서, 몇 년 만이라도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40년이 흘렀네.. 다시 태어나 한평생을 산거나 진배없으니 돌이켜 보면 그때가 결코 늦지 않은 나이였던 거야.."

▼ 원잭 : 그곳에서 당신 삶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영혼의 짝을 만나지는 않았나요?

▲ 앤디 : 레드덕분에 멋진 여인을 만났지요. 저보다 연상이고 지혜로운 여자랍니다. 한때 변호사로 활약을 했었고, 어떤 꼬마를 위험에서 구한 사건 이후에 마피아의 위협을 피해 이곳으로 떠나와 새로 둥지를 틀었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이름에는 '사랑'이란 말이 들어있어요.. 나의 사랑 레지 러브입니다..^^ (그가 그녀의 사진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레드는 이곳 원주민들 여인네들에게 꽤 인기가 있음에도 장사에만 관심이 많아요. 아마도 쇼생크에서 항상 그를 감탄케 했던 리타 헤이워드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지금도 레지가 결혼하라고 타박을 주면 멋지게 하모니카를 불어서 그 잔소리를 멎게 만들곤 한답니다. 그게 레드지요..

▼ 원잭 :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당신의 모습에 모든 분들이 박수를 쳐줄 것 같습니다. 오늘 당신을 만나 이렇게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끝으로 이 인터뷰를 지켜봐 준 독자들께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레지와 레드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구요.

▲ 앤디 : 직접 여러분과 인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온라인에서, 그리고 또 다른 공명의 힘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쇼생크와 같은 감옥은 단지 물리적으로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희망보다 절망을 볼 때 보이지 않는 감옥이 만들어 지는 것이지요. 세상의 룰대로만 살아간다면 또 다른 형태의 길들임에 빠져 자기다움이 보이지 않거나 실현할 수 없는 원치 않는 감옥을 또 만드는 것이지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빼앗기는 자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스스로가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부정적인 관점입니다.

당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당신은 자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을 현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 길들여짐에서 과감히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아 여행을 떠나십시오. 그곳에 당신만의 '지후아타네오'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 에필로그 >

이야기를 나누며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앤디의 말이 있다. '희망은 좋은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이다.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 이런 얘기를 덧붙이고 싶어진다. '자기다움은 좋은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이다. 자기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인터뷰 주인공은 '죽은 시인의 사회' 존 키팅 선생님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며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