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토피아

마에스트로 강, 꿈의 지휘봉을 휘둘러라

재능세공사 2008. 9. 11. 04:23

또 다른 향기의 카리스마로 돌아온 김명민

 

오매불망 기다리던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인생 전체가 번뇌로 가득했던 불멸의 이순신에서부터 성공과 야망을 향해 끝을 모르고 달려가던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으로 종횡무진 나의 마음을 휘저어 놓았던 김명민이 이제 칼과 메스 대신 가냘프고 가느다란 지휘봉을 들고 우리 앞에 다시 선 것이다.

 

(사진 출처 : iMBC.com)

 

그의 새로운 이름은 강마에. 이전의 캐릭터가 그랬던 것처럼 평범과는 담쌓은 인물이다. 첫회에 선보인 강마에 관련씬은 단 세 컷에 불과했지만 이 캐릭터가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향기의 카리스마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장준혁 캐릭터에 괴팍함과 더러운 성질이 더블로 강화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드라마상에서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클래식 연주자들의 대빵 마에스트로라는 타이틀까지 달았으니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밖에.

 

(사진 출처 : iMBC.com)

 

김명민은 김종학 PD가 대형배우의 매우 중요한 자질로 꼽는 목소리가 되는 배우다. 진중해 보이는 외모도 한몫하지만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거탑의 장준혁 캐릭터가 더 빛났던 이유는 그의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의 힘이 아니었을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의 강마에는 김명민의 이러한 목소리를 역시 베이스로 깔고 있긴 하지만 묘하게 비틀리고 어눌한 억양이 가미되어 이전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약간은 어색한 머리 스타일로 등장하는 연주회 에피소드에서는 살짝 실망했지만 개성있는 선글래스와 정말 간지나는 코트를 입고 마에스트로 전용견(?)처럼 보이는 애견을 거만하게 끌고 공항을 나서는 강마에는 진짜 뽀다구의 절정이다. 스토리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예고편에서 잠깐씩 보여지는 강마에의 또 다른 간지와 카리스마를 맛보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였다. 오죽하면 에덴의동쪽처럼 두편 연속 편성하지 않은 방송국을 원망했을까.

 

 

멀티 버전의 '즐거운 인생' -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이 확실한 원톱으로 중심을 잡고 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다양한 악기만큼이나 개성있는 조연들로 꾸며진 뷔페식 드라마의 냄새를 풍긴다. 게다가 예술적 재능이 주인공이 아니라 음악을 향한 열정과 오케스트라의 화음처럼 엮어질 사연많은 사람들의 하모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일상의 남루함속에 꿈을 잃어버린 평범한 사람들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에 오른 오만한 최상주의자와의 만남을 통해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며 변화해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사진 출처 : iMBC.com)

 

영화 '즐거운 인생'에서 이미 간지나는 로커역을 선보였던 장근석이 김명민의 카리스마에 주눅들지 않고 얼마나 팽팽한 구도를 형성해줄지, 아해소리님이 지적한것처럼 식객의 남상미가 느껴지는 이지아가 트로이카의 한 축으로 녹아들어가는 연기를 보여주게 될지 또한 관심거리다. 첫회만으로 보면 장근석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이지아는 조금 불안하다. 자칫하면 다른 조연들의 존재감에도 밀릴 우려가 느껴지니 말이다.

 

 (사진 출처 : iMBC.com)

 

눈에 띄는 조연진들을 보자. 일단 캬바레 색스폰 연주자 출신 트럼본 박철민이 불멸의 이순신과 뉴하트에서의 맛깔나는 감초역할을 재현하며 유머코드를 책임져 줄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캐릭터의 특징으로 설정한 헛기침도 웬지 유행할 것 같고. 엄뿔에서 로맨스올드가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순재는 이 드라마로 뜰 것이 분명해 보이는 플룻연주자 역의 현쥬니와 재미있는 앙상블을 보여줄 것 같다. 이밖에도 영화 라디오스타의 낯익은 조연 정석용, 억척아줌마 단골 송옥숙, 미녀는 괴로워 이한위, 바네사메이가 연상되는 전자 바이올린 커플 등이 든든히 뒤를 바친다.

 

 

 

 (사진 출처 : iMBC.com)

 

 

베토벤 바이러스의 또 다른 조연 - 클래식

 

다른 드라마에서는 OST나 배경음악으로 불리울지 모르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의 음악 '클래식'은 차별화를 책임지는 완벽한 조연이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같은 시청자에게도 어렵지 않게 흥취를 북돋아 주고 캐릭터들의 감정상태를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전달해 줄 수만 있다면 드라마 성공의 최고 효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의 무슨 장조 몇 악장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드라마의 흐름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클래식이 녹아 들어가 있느냐가 관건일 뿐.

 

(사진 출처 : http://blog.empas.com/deoinga/22278455)

 

드라마도 보고 클래식 견문도 넓히고 우아한 문화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특히나 악기 하나쯤 평소에 꼭 다루어보고 싶었던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를 계기로 종로 허리우드 악기상가로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시도하지 못했던 분들 모두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즐거운 인생 하나쯤 소박하게 시작할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마에스트로 강이여! 이분들을 위해 멋지고 우아하게 꿈의 지휘봉을 휘둘러 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