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향후 촛불정국의 계륵 민주당

재능세공사 2008. 7. 7. 18:13

촛불은 아직 패하지도 승리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촛불의 여정을 되돌아 보자. 최초의 촛불이 청계광장에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기운은 역동적으로 번져 서울광장, 광화문, 세종로, 태평로를 잇는 거대한 오프라인 촛불광장을 만들어냈다. 온라인에서는 미디어다음의 아고라와 메타블로그 사이트를 중심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오프라인 촛불광장의 열기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고무시키면서 촛불정국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번의 사과쑈와 재협상에 준한다고 아직까지도 우기는 추가협상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해치운 고시강행, 그리고 이어진 똥고집 불도저의 보복성 역주행과 조중동의 염치와 체면도 벗어던진 발악도 이미 온오프 광장에 대한 촛불의 힘을 더욱 단결하게 해줄 뿐이다. 그러나 촛불을 든 쪽도 촛불을 끄려고 발버둥쳤던 쪽 모두 지쳐있을 뿐, 앞으로의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등장으로 강경진압을 위한 쥐꼬리만한 명분조차 잃어버린 이 몰염치하고 무능하며 부도덕한 괴물정권이 기댈 곳은 이제 그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권력을 누려왔고 더 교활하고 비열한 혓바닥으로 생존을 위한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는 조중동과 기득권 세력의 몸통이자 국회놀이터 점령자로 국민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 싶어 온 몸이 근질거리는 한나라당 뿐이다.

 

두번에 걸친 촛불의 대규모 결집과 종교계의 촛불참여는 우리의 뜻이 옳으며 그 어떤 시련이 있어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지만 여전히 이명박 일당과 조중동의 항복을 받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매번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을때마다 이를 계기로 촛불의 동력이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을 기대하며 제도권 정당정치의 틀이라고 우기는 국회놀이터안에 촛불로 대변되는 민심을 가두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을 뿐이다.

 

 

국회놀이터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서영석기자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정당의 싸움터는 광장이 아니라 국회'라는 컬럼에서 정세균호의 민주당이 제일 먼저 할 일은 국회 등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묶여 원내투쟁이냐, 장외투쟁이냐는 영양가없는 고민을 벗어던지고 촛불여론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민심과는 따로 놀며 이명박과 조중동 비호에 여념이 없는 그리고 쇠고기 사태와는 비교도 안될 개악법을 양산할 것이 틀림없는 한나라당을 상대로 국회에서 제대로 한판 붙어주는 멀티플레이를 민주당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은 규모를 떠나 계속되어야 하고 이미 구제받을 수 없는 세력으로 낙인찍힌 조중동이 슬며시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광고중단 운동 역시 끈질기게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너무나 오랫동안 국회를 구태 정치인들의 놀이터로 전락시켜 우리 국민들을 이토록 오랫동안 촛불을 들게 만든 정당정치를 어렵게 결집해낸 촛불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소선구제라는 기형적인 제도때문에 직접선거로도 어찌해볼 수 없었던 이 문제를 푸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촛불의 힘으로 자각된 시민들과 함께 지금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촛불정국의 계륵 민주당

 

지금의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광장에 뒤늦게 찾아온 그들을 대하는 촛불시민들의 반응만으로 충분하다. 그렇다. 민주당은 정권을 잃은 과거여당일뿐만 아니라 여당을 견제한 제 1 야당으로서도 이미 국민들에게 탄핵된지 오래다.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는 촛불민심으로부터 탄핵받기에 부족함이 없는게 사실이다. 나 역시 그들이 정신차리고 다시 민주개혁세력의 구심점이 되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탄핵받은 야당 민주당을 대체할만한 다른 대안도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탄생의 부유물같은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 무소속 등은 고려할 가치도 없고, 겨우 살아남은 민주노동당과 의석하나 없이 정당의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진보신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상임위나 의장석 점거와 같은 실력행사를 반복하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장의 지시를 받은 국회경위들에게 끌려나가며 울부짖는 눈에 익은 광경뿐이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정당같지 않은 정당 한나라당을 조금이라도 고민하게 만들 수 있고 협상 비스무리한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야당은 아쉽지만 민주당 하나뿐 아닌가. 대선이 끝난 후 민주당의 씨를 말릴것처럼 호언장담하던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어르고 달래며 등원시키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짓꺼리를 계속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박쓰는게 싫은거다. 야당같지 않은 야당들 백번 등원해봐야 한나라당 단독국회와 다를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거다. 자신들이 지배한 국회가 앞으로 저지를 합법적인 죄악에 민주당 정도는 어떤 형태로든 가담해줘야 국민을 속여가며 실컷 국회권력을 남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대접할 생각은 추호도 없겠지만 말이다.

 

민주당도 이런 한나라당의 속내를 모를리 없다. 자신들까지도 실질적으로 탄핵한 촛불민심도 잘 알기에 내심 이래저래 욕만먹는 장외투쟁 집어치우고 그럴듯한 제 1 야당 행세하러 국회로 빨리 들어가고 싶어도 적당한 명분과 시기를 저울질 하며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박희태 체제로 전환한 한나라당과 더불어 민주당도 정세균을 새로운 대표로 선출했다. 국면전환을 시도할 최소한의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민주당을 촛불의 임시도구로 쓰자

 

이전 글에서 밝힌 적이 있듯이 당초 나는 민주당의 국회등원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절대 응하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했었다. 그런데 서영석 기자의 컬럼을 읽고나서 생각을 바꿨다. 민주당의 국회등원 거부도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 한나라당을 정상적인 집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런 선택이 이명박일당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촛불민심이 원하는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단독국회 운영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 야당과 함께 국회를 운영하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은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응해준다면 최선이겠지만 계속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은 유사야당 행세하는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 등을 들러리 세운 채 단독개원을 강행할 것이다. 그리고 거침없는 속도전으로 또 다른 촛불정국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우선적으로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방송장악을 위한 악법을 조중동의 지원사격하에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것이다.

 

민주당은 촛불의 열기가 더이상 식기전에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 의석수와 상관없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실질적인 야당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의 독주에 맞설 것을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협상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속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촛불민심의 대표자들과 연대야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등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이를 적용해야 한다. 안되는 머리로 끙끙대다가 헛발질 하지 말고 교활한 한나라당과 상대함에 있어 촛불민심의 지혜와 연대야당의 투쟁의지를 빌려 쓰라는 얘기다.

 

선택은 민주당에게 달렸다. 지금까지의 과오를 씻고 제 1 야당으로 복권되어 제대로 된 대안정당이 탄생할때까지 개과천선한 전통야당으로 최소한의 역할을 해낸 것으로 기억될 것인지 아니면 수백만의 촛불민심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들러리가 되어 어쩔 수 없는 구태정당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인지가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디 허물어지고 있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 산성에서 정치미아가 되어 촛불을 끝내 배신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