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강남교육감 서울시를 장악하다

재능세공사 2008. 7. 31. 03:24

정말 교육에 관심이 있는걸까?

 

처음으로 직선제 교육감을 선출하던 날이 막 지났다. 개표중반까지도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주경복 후보가 선전하고 있을때만해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졌더랬다. 그러나 결과는 공정택 후보의 당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욕하던 서울시민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설마 A부터 Z까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을 철저하게 이행하겠다는 후보의 정체성을 모르지는 않았을터. 정말 우리 국민들이 자식들의 교육에 진정한 관심이 있기나 한걸까?

 

하긴 교육감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대다수의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리 사정에 밝은 사람은 아니니까. 그러나 처음으로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충분한 정보전달까지는 않더라도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단무과스러운 행보에 상징적인 경고사인을 보낼 수 있는 두번째 선거라는 점에서 그리고 교육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단순명쾌한 의미에서라도 이 중요한 자리에 기득권 교육관료의 대표주자 공정택 후보를 그대로 선출한 이번 결과는 그동안 타올랐던 촛불에 담긴 함의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의 오판이 두렵다

 

이번 선거결과를 지켜보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조중동 삼형제의 속내는 안봐도 비디오다. 촛불로 그들을 잠시동안 겁먹게 만들었던 국민들이 그들을 상징적으로 패대기칠 수 있는 실제 선거에서는 여전히 그들과 한통속일 수 밖에 없는 후보의 당선을 어찌할 수 없음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마음같아서야 국민들을 맘껏 조롱하고 싶겠지만 겉으로는 담담한척 하며 속으로만 웃고 있을 것이다. 말들만 많았지 결국 자신들처럼 자기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는 게으름을 비웃으면서 말이다.

 

투표율이 낮은것만큼 그들에게 행복하게 다행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아주 희망적인 결과라 이 말이다. 어떤 선거에서건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아무리 헛발질을 하고 광폭한 행위를 해도 그들을 투표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심판할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든든한 일일게다. 그들과 같은 이유로 또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없이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그 저조한 투표율에서는 언제나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어찌 흐뭇하지 않겠는가.

 

상식적인 정치세력이라면 이번 교육감 선거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겠지만 소통하고는 담싼지 오래인 이명박 정부는 오판할 것이 틀림없다. 일부세력들의 선동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시민들은 선거에서만큼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는것이 확인된만큼 그동안 주저해왔던 명박스러운 퇴행적인 교육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 선두에 공정택 당선자가 자랑스럽게 설 것은 당연지사고 말이다.

 

 

서울시 교육감이 아니라 강남교육감을 뽑은 셈

 

푸른세상님이 포스팅한 글에서 인용한 지역별 선거결과를 보면 이번 교육감 선거결과가 강남삼형제로 일컬어지는 강남,서초,송파 등의 소지역감정의 부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만 7만표에 육박하는 차이가 났으니 주경복 후보가 아무리 고른 지지를 얻고 여러 지역구에서 1위를 했다한들 결코 승리할 수 없었음은 자명하다. 그렇다. 우리는 서울시 교육감을 뽑은게 아니라 강남교육감을 그 자리에 앉힌 셈이다.

 

강남삼형제 교육감으로 공정택 후보만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들이 소원해 마지 않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열심히 설립하고 그들이 혐오해 마지 않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원천봉쇄하는데 앞장서는 것을 마다치 않는 이 돌쇠같고 명박스러운 교육감 후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선택한 강남교육감은 웬만한 수입으로는 꿈도 못 꾸는 고액 사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데도 열과 성을 다함으로써 그들의 기대에 이백프로 부응할 것이다.

 

그들은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졌고 정확하게 그들의 이해를 대변할 후보자를 선택했을 뿐이다. 귀하신 몸들의 귀차니즘도 이런 중요한 순간에는 문제가 될 수 없다. 하긴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생각할 여유와 행동할 시간이 넘쳐 흐르는 여유있는 사람들이니까. 그에 반해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겨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이들에게 강남교육감이 서울시 교육감 노릇을 하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한들 행동으로 그걸 저지할 물리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이것이 기득권 세력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유일하게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교육감의 임기

 

우리는 잘못된 선택으로 5년간의 어쩔 수 없는 암흑기를 견뎌내야 한다. 또 한번의 악수를 두었지만 이번 교육감의 임기는 2010년 6월말까지 2년이 채 못된다.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위안꺼리다. 물론 이 기간동안 강남교육감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5개월을 되돌아 보면 암울한건 매한가지지만 이를 바로잡은 시기가 좀 더 빠르게 다가올꺼라는 점에서 다행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교육감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심판은 바로 이 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미 심판받을만한 충분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조중동 삼형제와 더불어 백년지대계를 일선에서 망치고 있는 교육계 마피아들을 한꺼번에 일망타진할 시기가 되는 셈이다. 그때까지 두눈 부릅뜨고 이 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난 후에 벌이는 역주행의 증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해 두자. 다시는 '합법적으로 선출됐는데 어쩔래' 하는 약올림을 당하지 말자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