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국민들에게 옥석구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재능세공사 2008. 1. 16. 17:48

나는 유시민 의원이 작년 경선후보 시절에 표현했던 이 한마디를 잊지 않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맛도 모양도 똑같은 음식만을 쭈욱 늘어놓고 선택하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이보다 더 쉬우면서도 적확하고 명쾌한 비유가 또 있을까. 지금 상황이 딱 이와 같지 않은가 말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예측할 수 없음이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솔직히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다고 하는 나조차 유시민 의원외에 대통합민주신당의 개혁세력으로 대충 분류되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말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인지 나머지 정치 자영업자들 같은 이들인지 구분이 정확히 안되니까 말이다. 아니, 하도 당 전체가 분탕질을 쳐대서 한 사람 한 사람 일일히 구분해 가며 성의있게 살펴보고 싶지 않다는게 더 정확한 심경일게다.

 

유시민 의원에게 필요한 것이 정말 친노 선봉장이라는 꼬리표 떼기, 이해찬 의원 그늘에서 벗어나기, 더 나아가 옳은 말을 싸가지 있게 하는 유연한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모든 것들은 언론양아치들이 아무리 묻고 물어도 개무시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면목을 국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나는 단순한 논리로 유시민 의원의 탈당을 원했다. 아무리 빛나는 원석도 잡석들로만 가득 채워진 채석장에 묻혀 있으면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잡석들 모두가 처음부터 잡석이었던 것은 아닐게다. 그들도 한때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빛나기를 원했던 순수한 원석이었겠지만 잡석이 대세를 이루는 정당안에서 그들은 내동댕이 쳐지거나 스스로 잡석이 되는 길에서 후자를 선택했을 뿐이다.

 

우선은 저 정체성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괴물같고 늪같은 정당에서 나와 국민들에게 여기 유시민이 있소라고 외쳐야 한다. 최소한 지지할 정당이 없어 심드렁한 국민들이나 진성 개혁지지세력에게 자신있게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의 기초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유시민은 그렇게 천명했고 남은 몫은 참여하는 우리들의 몫이기도 하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다.

 

마음같아서야 총선이전에 창당이 뚝딱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그리고 새로운 당의 얼굴로 유시민의 출마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무리할 일은 아니다. 이번 총선을 못다한 전국정당, 정책정당의 꿈을 다시 지피기 위한 대국민 홍보전으로 여기면 또 어떠한가. 이 정치적으로 척박한 대구를 전국정당 재창당의 본산으로 삼아 깃발을 올리면 어떻겠냐고 대구시민들에게 사자후를 토하는 유시민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총선에 임하는 후보자들이 어떤 자세로 지역유권자와 소통해야 하는지, 상대후보와 어떻게 멋있는 경쟁을 펼쳐야 하는건지 유시민식으로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득표결과를 떠나 아주 소문난 잔치가 될 것이며 먹을 것도 꽤 있는 선거가 될 것이다. 이 한번의 대구출마로 대구시민들은 유시민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그 이후 어떤 행보를 걷느냐와 상관없이 말이다.

 

이제 홀가분하게 그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었던 정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기쁘다. 그도 기쁠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은 유시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즐기면서 헤쳐나가고 자유롭게 자신의 창의성을 쏟아내는 것이야말로 유시민다운 것이다. 

 

암울한 상황이긴 하지만 창당도 즐거운 축제모드로 시작되어야 한다.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출정식에 참여하는 즐거운 마음들이 많아질 때 새로운 정당은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될 것이다. 매번 뉴스에 나오는 요 몇년간의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모습은 항상 우충충함 그 자체이니 국민들 사랑을 못 받는게 당연할 수 밖에 없는거다.  

 

유시민의 정치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딱 하나 밀고 나갈 핵심강령 하나를 설정하고 브랜딩해야 한다. 우리들의 첫번째 목표는 유시민을 중심으로 태동할 정치세력에게 국민들의 최소한의 시선이 유지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목표는 이전의 정치세력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희망이 기쁘게 사무쳐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