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유시민이 흘린 눈물의 의미

재능세공사 2007. 9. 16. 04:48

정동영 1위 그리고 유시민 전격 사퇴

 

모든 언론들이 신당 첫번째 경선결과를 알리며 헤드라인으로 전한 내용이다. 정동영 후보는 자신이 기대하던 최상의 결과를 얻었고 유시민 후보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사퇴와 함께 이해찬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개표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정동영 후보 진영은 환호했고 손학규 후보 진영은 한방 얻어맞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유시민과 이해찬 후보 두 사람은 눈시울을 붉혔다. 유후보 지지자들도 울었고 이후보 지지자들은 숙연해졌다. 이들이 흘린 눈물속에 담긴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필자 역시 그들중에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자 한다.

 

 

유시민이 흘린 눈물의 의미

 

그의 사퇴 소식을 접하며 제일 먼저 떠오른 장면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다른 모든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격정적으로 토로했던 자신이 출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겨레 기사 말미에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듯한 표현이 있어 잠깐 옮겨본다.

 

저는 ‘그거 안 된다. 우리들 소망이 아무리 간절해도 현실과는 간극이 너무 크다. 당선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선거전도 어렵고 표도 별로 못 모을 거다. 우리 목소리는 아마 시끄러운 대선 격랑 속에서 묻혀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략)

 

단 한 번이라도 우리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해 보자는 간절한 소망이 있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제주·울산·강원·충북까지 해 봐야 비로소 우리의 소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뛰다가 빠져 죽을지, 그래서 돌아와야 하는지, 우리는 판단해야 한다.

 

(중략)

 

그냥 정치하는 사람에게 맡겨 달라. 우리가 정치적으로 결단하고 선택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 뜻 살펴서 한다. 또 자기의 주체 역량과 분수를 잘 안다. 무슨 (대통령) 병 걸려서 출마한 것 아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뭔가 단단히 준비해 놓은게 있는 듯한 말투였다 (한겨레 코멘트)

 

유시민은 누구보다 판단이 빠른 정치인이다. 자신과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결과에 턱없이 부족한 개표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이전까지 자신이 세웠던 가설을 미련없이 버리고 후보 사퇴를 선언함으로써 개표결과를 놓고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반복해서 쏟아낼 것이 분명했던 '단일화 논란'을 일축하고 오늘의 원치 않는 구도가 내일 강원.충북 경선에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하에 결단을 내린 그도 결국 눈물을 흘렸다. 유시민의 눈물속에는 그가 정치에 입문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변함없이 그를 후원하고 지지해왔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조금 더 자신과 지지자들의 소망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정동영과 손학규 후보를 자력으로 이길 수 없는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좌절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집권을 저지할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자괴감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지 않았을까?

 

그와 지지자들의 눈물이 슬픔과 좌절로 그치지 않고 여전히 정치인들과 언론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왜곡된 '정치 매트릭스' 세계를 현실로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에 작지만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서 진짜 세상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향후 본경선 예상판도

 

제3기 민주개혁정부 수립 노선을 견지해왔던 세 후보가 경선초반에 단일화를 이루어냈다. 내일 경선에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지 궁금한데,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오늘 두 후보의 산술적 득표율합계를 상회하는 시너지효과를 증명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대대로 된다면 누적 종합득표 1위 탈환도 가능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된 3자 구도에서 치러지게 될 앞으로 남은 경선판세를 예상해 보자. 전체적인 전망으로 보면 본경선이 끝나는 순간까지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추석연휴 이후에 벌어질 광주.전남과 부산.경남 경선이 1차적인 우열을 가려줄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찬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3차 경선지인 광주.전남의 상징적 의미를 두고 첫번째 진검승부를 벌일 것이고 손학규 후보는 객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인천과 서울 경선 때까지 3강 구도에서 크게 쳐지지 않도록 버티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와 상관없이 더욱 더 어려운 본선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민주당 후보와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을 어떤 형태로든 돌파해야 하고 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모색했던 김혁규, 강운태, 김원웅 후보 등의 지지도 이끌어 내는게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고 그 모든 산을 넘는다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의 집권을 저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게 서글픈 우리의 현실이다.

 

 

유시민의 향후 행보는?

 

선거캠프 합류를 통해서 유시민은 이해찬 후보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합동연설회와 토론회 부분을 보완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새롭게 재편된 경쟁구도하에서 어떤 논리로 손.정과 차별화할 것인지, 이해찬 후보만의 장점을 명쾌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과 홍보전략 수립, 경선은 물론 본선 경쟁에서도 유일한 약점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될 부분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 등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이다.

 

후보로 나섰을 때는 전략적으로 자제했던 손.정 후보와 캠프 측근들과의 날선 공방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본경선 승리시 이명박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는 지원연설과 같은 직접적인 대국민 설득과정을 주도할 것이고 이명박 후보 정책의 허점과 맹점을 국민 누구나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한 논리를 개발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대국민 직접 선거운동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대선승리의 핵심키를 쥐고 있는 젊은층과 영남지역의 지지표를 최대한 끌어오는데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게 될 것이다. 그렇게 유시민은 지지자와 국민들 속에 여전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서있게 될 것이다. 지금의 눈물과는 차원이 다른 기쁨과 승리의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