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경선의 하이라이트 - 상호토론

재능세공사 2007. 9. 14. 20:34

국민은 후보자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오늘 광주에 이어서 두번째 정책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전과 달라진 점 하나는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되었다는 점과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상호자유토론 시간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백분토론에서의 자유토론 방식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조금 더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매번 강조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모든 후보자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생생하게 들을 권리가 있고 후보자에 대한 정책, 자질, 도덕성, 태도 등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들어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가급적 토론회의 횟수를 늘리고 이를 더 많은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후보자들은 제대로 된 토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토론회를 보면서 각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공통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물론 제한된 토론회 형식이나 시간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다른 후보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에서 누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느냐 역시 수많은 이해관계 조정을 앞으로 하게될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건 다 차치하고 오늘은 대부분의 토론회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호토론에 임하는 후보들의 공통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싶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들 입장에서 후보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는 것 보다는 상호토론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대답을 하고 반론을 하는 과정을 통해 후보자들을 비교해서 판단하기가 용이하게 때문이다.

 

 

상호토론 과정에서의 평가 포인트

 

상호토론에는 상대가 있고 후보자가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호토론의 흐름과 필요조건을 먼저 설명해 보자. 상호토론의 핵심은 자신이 지명한 상대 후보자에게 얼마나 적절한 질문을 명쾌한 메시지로 던질 수 있느냐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주장과 상대 후보자의 반론에 얼마나 적절하게 주어진 시간을 배분하고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상호토론의 시작은 적절한 이슈제기이며 설득력 있는 발제가 되어야 한다. 상대 후보자에게 답변을 듣고 싶은 핵심질문을 짧고 간결하게 먼저 표현하고 자신이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부연설명이 추가될 수 있다. 물론 순서는 역순으로 해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슈제기와 발제에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데 있다.

 

여기서부터 제대로 된 상호토론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 질문을 받는 상대 후보자의 일차적인 답변이 매우 중요하다. 그가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질문자가 원하는 방식(확인수준의 답변 또는 1분이내의 답변)으로 답변을 한다면 상호토론은 제 궤도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논지를 벗어난 답변을 하거나 간결하게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을 늘어지게 답변한다면 토론의 흐름은 끊기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표현하자면 질문자가 답변을 중간에 끊고 재질문하거나 어쩔 수 없이 용인함으로써 하고 싶었던 질문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시간낭비 요소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에 임하는 두 사람 모두가 철저하게 질문자가 제기한 질문의 요지에 근거해서 가능한 자신의 주장을 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가 주어진 시간내에서 가능한 공평하게 반박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좋은 상호토론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답변자는 질문자가 주도하는 토론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최대한 질문자의 논점에 맞추어 토론에 응해주어야 한다. 이를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따르지 않는다면 상호토론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다시 반복해서 듣는 것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토론자세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또 다른 관점에서 후보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차 정책토론회에서의 상호토론 관전평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 토론회에서의 각 후보 상호토론 과정을 평가해 보면 대부분의 후보들에게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다. 왜 그런지 평가포인트 별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질문의 간결함과 명쾌함

 

대부분의 후보들이 상대 후보자에게 질문할 때 부연설명이나 자기주장에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할애함으로써 솔직히 진짜로 질문을 하고 싶은건지 자기주장으로 그 시간을 쓸려고 하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나마 유시민 후보와 이해찬 후보가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두 후보 역시 아직 부족하다.

 

오죽하면 9분이라는 시간동안 한 후보자와의 상호토론에 거의 시간을 다 소진하는 경우가 많았고 두번째 후보자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형식수준에 머물를 수 밖에 없지 않았는가. 최소한 후보자 한 사람당 두번 정도의 반론이 있고 나머지 후보와는 한차례 정도 공방을 벌일 수 있는 시간안배와 진행능력이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질문자의 논지를 벗어나지 않는 적절한 답변

 

질문의 간결함과 명쾌함이 전반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답변의 전반적인 수준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장황함속에서도 논지를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고 질문요지가 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답변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도 요지를 벗어나거나 장황한 설명이 많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장면을 잠시 복기해 보자.

 

유시민 후보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중통령을 주장하는 정동영 후보의 '고용에 기여하는 기업에게 법인세 감면혜택을 주자'는 정책에 대해서 정책방향이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인세 감면의 조건(법인이어야 하고 일정한 수익을 내야 하는)을 감안해 보면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보다는 상대적 여력이 많은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

 

지식이 짧은 필자가 봐도 헷갈릴게 없는 분명한 요지의 질문이었는데 정동영 후보는 순간 당황한 듯 논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을 시작함으로써 유시민 후보가 이를 제지하고 다시 질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게다가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은채 갑자기 묻고 싶은게 있다며 불쑥 유시민 후보의 예전 발언을 거론하며 부적절한 공격을 시도한다.

 

"청년실업은 대학생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의미냐. 이에 유시민 후보는 현재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상호토론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이런 식의 태도는 일종의 반칙이라고 꼬집어 준다.

 

또한 자신의 정확한 발언은 '취직은 여러분들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었으며 구조적으로 어려운 취업환경에서도 대학생들의 도전적이고 책임있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 의미였는데 이를 언론에서 왝곡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언론내용만을 가지고 다시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항변을 하자 정동영 후보는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앞으로 확인 잘 하겠다"는 힘없는 약속을 하고야 만다.

 

손학규 후보와의 상호토론 장면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유시민 후보가 스스로 지역구 행사 챙기지 않는걸 자백(?)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치 않게 참석하는 지역 행사마다 손학규 후보의 모습을 매번 볼 수 있었는데 특정 지역의 행사에까지 도지사가 헬기타고 다니면 지사일은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던졌다.

 

가벼운 질문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 질문은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등의 대부분의 선출직 정치인들이 관행적으로 다음 선출을 의식해 해당 위치에서 참석할 필요도 없는 지역행사를 지나치게 챙기는 풍토를 지적하는 의미였는데 이에 대한 손학규 후보의 답변은 이랬다.

 

"유시민 후보가 아직 지사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그런거 같은데..(웃음) 지사는 그래야 한다. 국제적인 행사에 지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의 사기가 떨어진다. 나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렇게 현장에 직접 참석해서 격려하고 지원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답변내용은 틀린게 없다. 그러나 유후보가 다시 "그럴 필요가 없는 지역행사 참석문제를 이야기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듯이 질문의도와는 동떨어진 답변이었던 것이다. 아마 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그렇게 피해가고 싶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질문과 이슈제기의 적절성

 

서로 꼬집고 싶고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전체 토론과정에서도 질문이나 답변과정에서도 다른 후보자를 꼬집거나 공격하는 모습이 여러번 있었지만 크게 토론회 진행을 저해할 정도의 날세우기는 아니었다.

 

특히 주제를 제약하지 않은 상호자유토론 순서에서는 더욱 민감한 주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손학규 후보가 자신의 상호자유로톤 순서에서 장황하게 거론한 대통령의 경선개입 의혹 제기와 변양균 정책실장 문제를 거론한 것은 후보자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관심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국민앞에서 벌이는 토론회 주제로는 부적절한 것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번 그의 주장을 복기해 보자.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해 쓴소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쓴소리가 전혀 논거도 없이 특정 후보자를 배제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 관점에 따라 그렇게 느껴질 소지도 있겠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음을 손학규 후보는 인정해야 한다.

 

특히 오늘 대통령의 추가발언은 그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직접 대놓고 청와대의 노골적인 경선개입을 주장하는 그의 발언에 그냥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그리고 오늘 토론에서 손학규 후보도 인정한 것처럼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도 없는 상태에서 캠프관점에서의 불만을 사실인 것처럼 강변하는 것은 궁색해 보인다.

 

근거없는 공작설을 주장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다를게 없는 주장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주장을 계속할수록 다른 후보들에게 여전히 한나라당 정체성을 유지한 후보라는 비판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변양균 정책실장 문제를 이해찬 후보에게 질문한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오죽하면 스스로도 민망한 질문이라는 것을 아는지 여러번 이해찬 후보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지만이라는 부연설명을 할 정도로 당당하지 못한 의도가 담긴 질문임에 틀림없다. 

 

분명 캠프쪽 참모들이 준비한 질문이 아닌가 싶은데 이를 뻔뻔스럽게 질문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최소한 그가 정동영이나 이명박 후보 수준의 정치인은 아닌거 같아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음부터는 스스로도 부끄러운 질문으로 경선수준을 떨어뜨리고 자신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질문은 삼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해찬 후보는 답변에 앞서 그 질문의 악의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듯 여유있게 웃으며 짧게 대꾸해 준다. "변양균 정책실장을 저와 어떻게든 엮으려는 시도가 있는데 그 사람은 제 보좌관이 아니고 기획처 소속으로 당의 정책위에 파견된 전문위원이었을 뿐이다"라는 사실확인성 답변으로 말이다.

 

 

앞으로 남은 토론회에서의 변화를 기대한다.

 

국민의 한사람이자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토론회에서 본경선 후보자들에게 아쉬웠던 점을 지적해 봤다. 이미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의 토론을 지켜본 분들이라면 적어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의 토론이 최소한 조금 낫다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 정도 차별점 정도로는 국민에게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후보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러분들의 1차 경쟁자는 다른 후보들이지만 최종적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분들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국민과 소통한다는 자세에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이 관심있어할만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발굴하고 쉽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지지자와의 공감지수를 높이기 보다는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왜곡된 이미지와 편견으로 후보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유일한 방법임을 가슴에 깊이 새겨 주었으면 좋겠다.

 

사족 하나, 오늘 유시민 후보가 정동영 후보의 '개성공단은 오직 내가 했소이다' 주장을 과대광고에 비유하며 황정민의 그 유명한 수상소감을 인용한 것은 오늘 토론의 또 다른 재미였다. 정동영 후보여 황정민의 소감을 항상 떠올리며 남은 기간동안 제발 겸손하고 정정당당하게 처신하기 바란다.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