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2007년 대선은 데자뷰의 연속

재능세공사 2007. 9. 19. 21:14

데자뷰 1. 초울트라 대세론 이명박에게서 이회창의 그림자를 느끼다.

 

요즘 이명박과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의 언행을 지켜 보면 역시 한나라당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나 두번 연속 진짜(?) 대세론속에서 안주하다 명멸해 간 한국 야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 이회창의 모습과 어찌 그리 닮은꼴 행보를 보이는지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어쩌면 자신에게 가장 힘겨운 고비였을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한 후(물론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명박의 모습에서 겸손함과 신중함을 찾아보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 잘나가던 이회창도 주류로서의 자만심은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언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하게 표현하면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이명박의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유심히 들어 보면 기본적으로 매우 자기중심적이며 반말조가 주를 이룬다. 현재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 최고령이라는 점을 애써 감안해 준다 하더라도 그의 안하무인식 언행이 상식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KBS 토론회 형식을 두고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은 이회창의 TV토론 기피증을 그대로 빼다 박았으며, 압도적인 지지율에 도취되어 이미 대통령이 다된듯한 오만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이회창의 야당 대통령 행세의 판박이다. 결정적인 데자뷰는 자신의 생각없이 나온 실언이나 결정적인 의혹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댓글놀이식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의 모든 사안을 대선과 연계시켜 사고하면서 국가기관을 윽박지르는 행태, 대변인이라는 명칭도 냄새 풀풀 풍기는 사람들을 내세워 후안무치와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참여정부에게 줄기차게 저주를 퍼붓는 행태,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밉보이는 세력들을 협박하기 위한 용도로만 유일하게 입법권한을 행사하려는 행태,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민망한 수준의 무임승차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선택하는 행태, 언론인지 당기관지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찌라시 기자들과의 변함없는 우정 등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누가 되건 변치않는 오래된 레퍼토리다.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정말 정권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면 적어도 두번이나 실패한 이회창 후보때와는 다른 점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차별화는 커녕 더욱 노골적이며 낮은 수준의 언행을 계속하고 있으면서 정권을 다 잡은것으로 확신하는 그들을 보며 딴나라당이라는 별칭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본선에서 제대로 된 상대 후보를 만나게 되면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와 경쟁하던 때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는 문제가 될만한 검증은 다 통과했다고 착각하고 있겠지만 당내 경선의 솜방망이 검증의 댓가를 처절하게 치르게 될 것임을 정녕 이명박은 모르고 있는걸까.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이명박을 이미 대통령처럼 떠받들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 역시 대선이 끝나는 그날까지 편안히 잠들 날이 없을 것이다. 제대를 기다리는 말년병장이 낙엽도 조심할 정도로 몸을 사린다고 하는데 자신들의 정치생명과 기득권을 언제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대선후보에게 몽창 걸고 있는 그들의 마음은 오죽 애간장이 타겠느냐 이 말이다.

 

제발 아무일 없이 12월 19일이 빨리 와서 그들만의 잃어버린 10년을 찾게될 날을 염원하고 있을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거든. 대선때만 되면 무지하게 깐깐하게 검증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국민들이거든. 제발 헛된 꿈에서 깨어나 다시는 당신들 스스로도 부끄러운 후보에게 올인하지 말라 이 말이다.

 

 

데자뷰 2. 역린을 건드리기 시작한 정동영에게서 김민석을 느끼다.

 

어제 대전토론회에서 정동영의 모습은 이전 토론회에서의 궁색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신감 만빵 그 자체였다. 손학규가 체면을 모두 벗어던지고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어도 정색을 하며 품격을 지키라며 손학규를 꾸짖는(?) 여유를 보여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과정과 수단에 대해서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결과로서 말한다는 잘못된 자기확신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과연 무엇이 정동영을 지금과 같은 자기 합리화의 화신으로 만들었을까. 

 

아직도 비상식으로 가득찬 한국정치의 후진성 바이러스가 그의 이성과 심장 모두를 점령한건 아닐까. 여전히 대의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세를 잡는 자가 권력(그것이 제한된 권력이라 할지라도)을 쟁취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이지만 현실적 처세가 맹위를 떨치는 우리정치의 수준에서 비롯된 일이리라.

 

정동영의 현재 목표는 손학규 대세론의 씨를 완전히 말려 버리는데 있는 것 같다. 이미 자신의 뜻대로 조직의 위력을 확인한 그의 입장에서 대의 하나만 가지고 승부를 보려는 민주개혁세력 단일화 후보 이해찬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그의 계산으로는 여전히 자신의 조직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취약지역이자 손학규의 강세지역으로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서울.경기 경선이 있기전까지 손학규의 자진사퇴나 완전한 몰락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학규만 확실히 밟아 놓으면 대세론 주자 중심의 언론환경과 조직선거의 위력을 감안할 때 이해찬과의 일전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란 딴에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유일한 걱정이 있다면 모바일 투표 변수인데 이 역시 역대세론만 확실하게 정착시킨다면 선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왜 그의 모습에서 김민석을 느꼈을까. 김민석은 후단협 발호의 시작이 아니라 후단협 활동의 절정인 동시에 결코 건드려서는 안될 역린을 건드린 몸통이기 때문이다. 정동영이 경선룰을 자기 입맛대로 만들고 각종 토론회에서 듣는 이가 민망하고 짜증날 정도의 아전인수식 자기자랑을 해대도 용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이명박 집권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반전의 시작이 되어도 시원치 않을 민주신당 경선을 찌라시 신문들의 비아냥꺼리로 만들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멀어지게 해 놓았으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국민들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뻔뻔스럽게 치장하는 짓만은 용서할 수 없다.

 

하긴 역린의 대가치고는 국회의원 자리 하나밖에 잃은게 없는 김민석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보무도 당당하게 그 잘난 입을 여전히 놀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또 다른 김민석이 더욱 강력한 철판으로 무장하고 등장해 활개치는 모습이 이상할게 없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국민의 심판이 닿지 않는 권력만 잡게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그 대척점으로 어쩔 수 없는 대안의 위치만 차지해도 자신들의 앞길은 보장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노는 물이 한나라당 같은 정당이었다면 당신들의 음모는 달성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의 뜻과 역행하는 짓만 골라서 하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집권가능성 99%의 이명박의 품안으로 달려가라. 그쪽에서도 더욱 더 확고한 대세를 굳히는 의미에서 그대들을 자애롭게 품어안아 줄 것이니.

 

그러나 지금 당신들이 헛된 망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 곳은 주권자를 모욕하고 자극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흔쾌히 선택할 대안이 부족해 보일지는 몰라도 당신같은 이들을 한나라당 후보와의 결승전 대표선수로 뽑을만큼 허술한 곳이 아니라 이 말이다.

 

제발 정신들 차려라. 잠깐동안의 달콤쌉싸름한 향기로 포장된 독약에 취해서 당신들이 꿈꾸는 궁물영구시식권을 확보했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 독약이 종국에 가서는 당신들을 악취나는 정치 자영업자 최후의 표본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만들터이니.

 

 

데자뷰 3. 건전한 보수가 될 수 있었던 손학규의 몰락에서 이인제를 느끼다.

 

아직도 대선후보 타이틀을 움켜쥐고 민주당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인제는 가늘고 길게라는 구태정치인의 표본으로 모자람이 없다. 보무도 당당하게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와 언론과 정치인들이 만들어준 대세론에 흠뻑 취해 단잠을 자던 손학규의 최근 모습에서 이인제를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손학규는 이인제 효과론을 감수하면서 경선 도중에 한나라당을 탈출했다. 그리고 97년 대선 이후 민주당으로 날아가 5년동안 확실한 차기 주자로 행세하던 이인제처럼 몇개월동안 분에 넘치는 평가속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게 사실이다.

 

앞서 이명박의 '이회창 모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손학규 역시 제 2 의 이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손학규는 이미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2002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인제가 부렸던 앙탈을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손학규의 탈당을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에는 이번 대선을 통해 또 한번 개혁진영이 승리하고 손학규 정도를 수장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야당이 재편되어 상식적인 정당구도로 복원되기를 기대했었다. 그 정도 수준에서 손학규는 다른 형태의 잠재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는 탈당하자마자 자신의 한나라당 전력에 대해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다. 문제가 될만한 한나라당 시절의 발언에 대해서 경쟁후보들이 거론하기 이전에 그 당시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고백해야 했다. 국민들이 그 잘못을 용서하고 다시 기회를 줄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번 경선에 임할 것임을 천명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 국민들은 손학규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줬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정치인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정치의 서글픈 현실을. 상식적이고 당연한듯 보이는 진심어린 반성이 있을 때 손학규는 제 2의 정치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역시 어쩔 수 없는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이었다. 여권의 지리멸렬함을 반대급부로 순식간에 주인행세를 하려 했고 한나라당 후보들의 필살기 대세론을 휘두르며 국회의원 세력결집과 경선룰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한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쏟아지는 경쟁후보들의 팩트에 근거한 비판에 대해 두리뭉실한 변명성 대응으로 일관했으며, 대통령의 상식적인 쓴소리에 과도하게 흥분해서 청와대 경선개입 음모론을 부르짖으며 반사이익을 기대한 정치공세를 펴는데 에너지를 낭비했다.

 

첫주 경선에서 쓴잔을 마시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정동영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자 정치판의 단골메뉴인 '중대결심' 얘기가 흘러나온다. 어떤 캠프의 마타도어성 루머라고 발끈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지금의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전략적 행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론과 정치인들이 폄하해서 그렇지 이해찬 후보로 완결된 민주개혁정부 후보간 단일화는 깜짝쇼도 아니고 밀실에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후보 개인의 욕심을 모두 버린 투명한 정치연대의 과정이었다. 한명숙과 유시민은 지지선언 즉시 지지자들을 다독거릴 여유도 없이 이해찬 후보의 선거캠프에 합류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위대한 결단이라고 찌라시 칭송해 마지 않는 박근혜의 경선결과 승복의 뒤안길을 보라. 겉으로는 당의 화합을 외치고 있지만 진심으로 이명박 후보를 위해서 뛰겠다는 구체적인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상당기간을 뜸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밑으로 캠프측근들간의 세싸움이 여전해 보이며 민주신당 대선후보 확정 이후의 상황변화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본선검증이 진행되는 결과에 따라 어떻게 행보가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다. 어떤 모습이 정말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신의있게 행동하는 것인지는 모두의 판단에 맡겨보련다.

 

이제 정치인 손학규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전력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경선과정을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위한 것으로 보지 말고 한나라당 정체성에 빠졌던 지나간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국민의 채찍질을 통해 거물정치인 손학규가 아닌 개혁정치신인 손학규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선을 중도에 사퇴하고 또 다시 탈당을 반복하거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경선승리만을 위해 정동영의 조직동원선거에 맞불을 놓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그의 미래는 이인제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희망 데자뷰 - 광주의 위대한 선택을 다시 보고 싶다.

 

언론과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대세가 국민들의 위대한 선택으로 거짓임이 증명되었으면 좋겠다. 현재까지의 여론추이를 보면 광주.전남 경선에서도 여전히 정동영의 우세를 점치는 예상이 많다. 광주의 높은 정치의식을 믿는다는 견해가 지나치게 순진하며 안이한 생각으로 혼쭐나고 있는 현실이다.

 

손학규의 가능성은 이미 판명이 난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정동영 필패론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동영에 대한 혹시나 하는 미련을 남김없이 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광주.전남의 경선 선거인단이 또 한번 현명한 선택을 통해 정동영의 헛된 망상을 깨주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광주.전남의 경선결과에 따라 민주신당 후보의 본선경쟁력에 대해 확연히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희망하는 데자뷰가 광주.전남에서 시작되어 부산.경남에서 확실하게 재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광주는 또 한번 기적의 불씨를 일으켜 우리 기억속에 아름답게 각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