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1차 단일화가 증명한 유시민 바람

재능세공사 2007. 9. 15. 02:03

오늘 대선관련 뉴스 최대의 화제는 역시 이해찬.한명숙 후보간 단일화(이하 1차 단일화) 소식이다. 이미 어제밤에 1차 단일화가 오늘 이루어질 것이고 이해찬 후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유력했기 때문에 그렇게 임팩트가 큰 뉴스로 보기는 어렵다는 나름대로의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언론들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1차 단일화 소식을 전하는 주요 언론들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다음의 두가지 사안에 가있는 것 같다. 첫째, 내일부터 시작된 본경선 투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인지(파괴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지만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결론이 많은 듯), 둘째 이번 1차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유시민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역시 대부분 단일화 논쟁에서 유후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고, 첫주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는데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듯) 등이 그것이다.

 

 

1차 단일화가 증명한 유시민 바람

 

한명숙 후보가 예비경선전부터 단일화 제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었고 이해찬 후보가 이를 수용하면서 사실상 본경선이 시작되기전에 단일화를 결론지어야 한다는 여러 차원의 압력에 유시민 후보는 꽤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일단 물맛이라도 보고서 결정하자는 논리 하나로 버티면서 말이다.

 

1차 단일화를 먼저 결행했다는 것은 최종 단일화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압력이라는 결과론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이해찬,한명숙 두 후보가 유시민 후보의 상승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최종 단일화를 놓고 한 자리를 부여할 수 밖에 없는 경쟁력 있는 후보임을 증명해 준 셈이다.

 

만약 유후보의 상승세를 두 후보가 인정하지 않았다면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경선결과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이렇게 서둘러 1차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다. 유후보의 말 그대로 표심을 최대한 참고해서 조금 더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면 되니까. 사장되는 표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1차 단일화의 파괴력은?

 

누구로 단일화되느냐를 떠나서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생각해 온 전제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가 대부분의 정치인과 언론의 획일적인 예상을 뒤엎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것, 둘째는 후보 개인의 이익과 욕심보다 국민이 요구하는 대의를 바탕으로 한 단일화 결정, 마지막으로 최적의 타이밍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등이다.

 

만약 1차 단일화의 주인공이 이해찬 후보가 아니라 한명숙 후보였다면 여전히 미완의 단일화이긴 하지만 그 의미와 파장은 매우 달랐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되었다면 국민들의 없던 관심도 생기기 마련이다. '한명숙 후보가 그 정도 인물이었나', '이해찬이 양보를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최종 단일화때도 섣불리 예상하기가 어렵겠구만' 뭐 이런 이야기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지 않았을까.

 

미완의 단일화인데다 예상되는 인물로 결론이 난 것이니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사사로운 결정으로 폄하하기도 어렵지만 국민들의 대의를 반영한 결단이라고 인정하기도 좀 그렇다. 1차 단일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지지율 반등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해찬 후보의 입지 역시 점점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한명숙 후보의 이후보 지지가 생각보다 훨씬 밋밋했다는 점이다. 왜 이해찬 후보에게 양보하게 되었는지, 어떤 점이 자신보다 뛰어난지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부각시켜 주는 퍼포먼스나 코멘트가 거의 없었다. 선대위원장을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코멘트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진짜 관심사는 이런 것이다!

 

지금 언론에서 줄기차게 경선구도를 그리면서 활용하는 예비경선 지지율은 아무리 많이 쳐주어도 50% 정도만 감안하는게 합리적이다. 개인적으로 진짜 관심이 가는 대목은 이렇다. 첫째, 손.정과 이.유 중 어느 쪽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율은 얻을 것인가? 둘째, 첫주 경선 네 곳중에서 손과 정 중 하나가 3등 이하로 쳐지는 상황이 연출될 것인가? 셋째, 첫주 경선 네 곳중에서 이와 유 중 하나가 1등을 하거나 1,2등을 차지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첫번째 대목은 최종 단일화 이후의 판세를 가늠해 보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고, 두번째는 어설픈 대세론을 서로 주장하던 한 축이 무너질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세번째는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 후보들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을 엿본다는 점에서 한 대목도 놓칠 수 없는 관전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유시민 후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내일부터 양일간 펼쳐질 경선결과에 따라 단일화가 완결될 것 같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경선결과와 상관없이 광주.전남 경선까지는 4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자구도로 만약 재편된다면 언론들이 예상하는 것과 달리 이해찬 후보가 과감한 결단을 통해 유시민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그림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물론 역으로도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런 결론이라면 첫주경선후에 바로 내리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일테니)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묻기보다 최대한 오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유시민만큼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는 능력을 가진 후보는 단연코 없다. 국민이 그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유시민의 이야기에는 귀기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떻게든 국민의 차갑게 돌아선 마음을 민주신당 경선으로 돌리고자 한다면 당 지도부는 지지의원을 꿔주어서라도 당차원에서 유시민 후보의 조기낙마를 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유시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아직 혼자의 힘으로 본경선을 완주하고 본선에서 이명박 대세론을 밀어낼 수준과 비교하면 강도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배척과 압력이 작아 보이지만 폭발력이 큰 자발적 개미군단의 뇌관을 이미 건드렸다는 느낌이 온다. 과연 더 많은 국민들에게 그런 바람의 힘이 느껴지는 시발점이 되는 이변의 경선이 될지, 유풍으로 본격화되기전에 조직과 현실에 벽에 가로막혀 미풍으로 끝나는 재미없는 경선이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