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환골탈태의 기로에 서있는 민주당과 진보당

재능세공사 2012. 5. 2. 15:20

4.11 총선 - 당연함과 후유증 사이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필자는 총선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했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차마 토해내지 못했던 원초적 슬픔과 눈물을 털어버릴 수 있다는 희망에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었고 수구 기득권 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강고한지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악랄하게 몸부림칠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며 잠깐이나마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 객관성을 찾을 수 있었고, 총선결과는 논리적인 잣대와 상관없이 선거기간 보여준 야권의 모든 움직임을 복기해 보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야권은 몇가지 중요한 성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회권력을 쥐어 주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희희낙낙할 여권과 달리 야권은 총선 이후에도 지독한 후유증에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실제로 예상보다 훨씬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게 보면 야권의 총선패배는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쓰디 쓴 교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를 포함한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처럼 너무나 쉽게 승리했다면 야권은 더 중요한 선거인 대선의 승리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하며 상상을 초월한 뻘짓을 아무 생각없이 계속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선에서의 패배는 야권에게 잠깐의 패배감과 후유증을 남길지언정 더 큰 승리에 대한 갈망과 긴장감 그리고 성찰을 담보하게 될 것이다.

 

 

오래 고여서 썩고 곪아터진 부분을 도려내야 할 야권

 

총선과 대선 모두 과거와 현재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 싸움이다. 이번 총선에서의 민의 역시 역행보살 MB정권에 대한 심판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선택은 여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판에 올인했던 야권의 상투적인 주장보다 진정성과 상관없이 새로운 미래에 대한 변화의지를 어필했던 미래권력 영순위 박근혜의 손을 들어주었지 않은가. 그렇다. 남은 대선은 더더욱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 될 것이다.

 

 

총선 이후 확인된 대선일정은 생각보다 타이트하게 잡혀있다. 통상적으로 6개월간의 치열한 승부가 될 대선일정을 감안해 보면 야권이 총선까지 확인된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구태를 털어내고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은 길게 잡아야 2개월 뿐이다. 여권은 이미 탄력을 받은 상태고 굳이 자신들의 고질적인 약점과 구태를 바로잡을 의지도 이유도 없다고 판단할 것이나 수세에 몰린 야권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가장 중요한 승부인 대선을 앞두고도 아무런 자정노력도 없이 안이한 자세로 대선전에 임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선거는 해보나 마나 야권의 지리멸렬한 패배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직 국민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기 전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오래 고여서 썩고 곪아터진 구조적 모순과 구태를 최대한 빨리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사활을 건 싸움터에 나설 야권이 필히 풀어야 할 과제임을 잊지 말자.

 

 

민주통합당 - 정치 자영업자의 준동을 초장부터 분쇄해야 한다!

 

대선정국을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관리해야 할 차기 지도부 선출은 야권의 맏형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문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질수록 민주당에 좋을게 없다. 문권한대행의 리더십 능력과 상관없이 국민은 대행체제를 인정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식으로 선출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면면에 따라 국민의 야권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민주당 내부의 정치 자영업자들의 준동은 예상된 것이었고 한번쯤 겪고 넘어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권력투쟁이지만 사실상 민주당의 정당 민주주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혁신되지 않는 한 끊임없이 반복될 악순환이다. 모두가 겸허한 자세로 정정당당하게 출마를 선언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경선룰하에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자기다운 출사표로 건강하게 경쟁하면 되는 일이다.

 

 

이런 상식이 자칭 개혁진보 세력을 자임하는 민주당에게는 아직 통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여전히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은밀하게 내부조율하는 것을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힘이 딸리는 인사들은 이를 헐뜯고 외부에 유포하며 조중동과 여권에게 먹잇감을 스스로 제공하는 우를 아무 생각없이 범하고 있다. 생각이 없어도 한참 없는 자들이다. 이런 모습을 연출해 놓고 누가 지도부가 된다한들 국민들이 요만큼이라도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 믿는다면 정말 망상이 따로 없다.

 

 

민주당 인사중에서 상대적으로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만한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전통적인 영향력이나 현역이냐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신선함과 개혁성을 느끼게 하는 라인업이 필요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박영선, 김진애, 인재근, 박범계, 송호창, 이학영, 김기식, 임수경 등이 새롭게 부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족한 정치력과 내부 조율능력 등은 문재인,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 박지원 등이 뒷받침하면 된다.

 

 

동시에 후단협을 연상케 하는 그리고 이번 대선의 중차대한 국면에서 다시 그런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김한길, 이낙연, 전병헌, 이인영, 김진표 등을 위시한 세력들의 분탕질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 단지 내부의 문제점을 함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과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에 대한 엄정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준동을 최대한 빨리 제압하지 않고 어설프게 봉합하려 든다면 새누리당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중대한 국면에서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길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대선의 상수로 지목되고 있는 안철수를 둘러싼 이합집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권주자 안철수에 대한 민주당의 확고한 원칙 수립과 대외적 입장표명이 아주 중요하다. 이에 위배되는 사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정치 자영업자들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선을 그어주어야 한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렴치한 자들의 준동은 발생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얼마나 단호하게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통합진보당 - 진보정당의 구조적 모순과 구태와 이별하라!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매우 가슴 아프고 당원으로서 부끄럽지만 길게 보면 지금 터진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도덕성에 대한 결벽증이라고 말할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안의 문제를 인정하고 털어버리는 용기가 없는 한 우리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없기에 지금 당장 쏟아지는 국민들의 쓰디쓴 비판과 다른 정당의 비아냥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얼마나 책임있게 사후조치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다. 용기를 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안에 썩고 곪아터져 버린 구태를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정당안의 민주주의 역시 수많은 도전과 시련속에서 진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고 꿈꾸는 정당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암초이고 시련이다. 수권정당으로서 집권을 꿈꾸기 위해서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전히 현실적 고뇌와 집착이 우리를 괴롭히고 위험한 수준의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진보통합을 1년여의 산고끝에 이루어냈다. 불완전한 통합이었지만 지금이라도 후불제 통합의 댓가를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자.

 

 

특정 정파나 상징적인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나 과오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지고 인정하며 감내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그간 지나치게 이상을 위해 현실과의 간극과 괴리를 묻어두거나 소홀히 했다. 우리는 진보이기에 앞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이어야 했다. 우리안에 원치 않는 괴물같은 관성과 구태가 있었음을 아프지만 인정하자. 그리고 과감하게 결별하자. 서로를 비난하기 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아픈 투자로 생각하자. 그것이 국민들께 한시적으로 버림받을 지언정 다시 사랑받는 정당으로 태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자기들만의 시선으로 우리의 과오와 사후조치를 마구 재단하고 비난하며 우리 스스로 무너지길 바라고 있는 언론과 여권의 생각과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자. 이 악랄하고 뻔뻔스런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자신을 먼저 지켜내야 한다. 절망하지 말자. 더한 시련과 장애물도 극복해 온 우리 아닌가. 그렇게 우리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민주당과 힘을 합쳐 저 괴물과도 같은 질긴 세력의 목숨줄을 반드시 끊어내자. 그것이 지금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