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박원순 시장에게 고함 - 택시문제 해법은?

재능세공사 2013. 6. 3. 17:07

택시요금 인상이 정말 택시문제의 핵심의제일까?

 

 

바람직한 지자체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드디어 핵심적인 민생문제라 할 수 있는 택시업계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들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극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들의 헤드라인은 택시문제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의제에서 벗어난 단편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표면적으로야 택시요금 인상 이슈는 중요한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의제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구조적 모순과 한계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성찰 없이 그 어떤 선택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심할 수 밖에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박시장은 모든 택시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다공급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감차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단독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음도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택시회사들의 소속 기사들에 대한 전횡과 횡포에 대한 공적인 감시와 견제장치 마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보완 없이 행해지는 그 어떤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그간 단순해 보였던 택시요금 인상문제가 매번 쉽게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오늘 택시기사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시민들에게도 부담을 지우지 말고 택시회사가 아닌 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되려면 가장 단순하고 편한 요금인상 같은 해법 말고 즉자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혜택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려가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한다'가 그것이다. 누가 그걸 몰라서 못하냐고? 진짜 모르고 있다. 방향을 잘못 잡으니 문제해결이 어려울 수 밖에. 이 이야기를 박시장에게 들려주고 싶어 이 포스팅을 쓴다.

 

 

택시업계 종사자분들이 처해 있는 리얼한 현실부터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먼저 몇년전에 썼던 다음 포스팅(택시와 버스기사 괴롭히는 오적)을 읽어보고 논의를 전개해 보자. 꽤 오래전에 썼던 내용이지만 더 열악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개선된게 이렇게 없을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서글프다. 조금 더 리얼한 모드로 기사분들의 일상을 둘러 보자.

 

기사분들은 회사와 고객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둘 외에도 기사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두 주체가 교통경찰들과 다산콜센터다. 택시회사 입장에서 기사분들은 참 활용가치도 많다. 주수입원인 동시에 필요에 따라 택시회사에 유리한 여론조성을 위한 바람막이도 되고 고객들의 항의와 불만을 온몸으로 막아주는 총알받이 역할도 한다. 새로운 정책의 부작용이나 부담을 기사분들에게 떠안기고 달콤한 혜택은 그들만의 몫이다.

 

택시회사는 택시업계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건사고와 부담을 기사분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일을 예사로 하고 있으며 이런 부당성에 상식적인 이의를 제기하는 상대적으로 의식있는 기사분들의 등장을 어용노조와 노골적인 협박을 통해 무력화 시키고 있으며, 이 모든 횡포를 가능케 하는 것은 여전히 택시기사 일을 원하는 잠재적인 구직자들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진 고객들로부터 스트레스가 일상화 되가는 것도 모자라 전임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치적이라 내세우며 통합한 다산콜센터로 일방적으로 접수된 불만신고라도 있을라치면 경제적 손실을 떠나 심리적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반고객들은 기사들이 처한 상황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리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런 고객들의 성향 또한 택시회사가 교묘하게 악용하여 기사들을 옥죄고 통제하는 단골메뉴다.

 

자, 당신이라면 이런 근무환경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분들이지만 동시에 가장 멀리 소외된 사람들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나 정치인들의 일일체험은 그들의 진짜 일상의 표피만을 체험한 낭만적 접근에 불과하다. 그래서 박시장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꽤 오래전부터 관심있게 관찰해 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해법이 나올테고 기사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몇가지 주요한 과제 및 해결 아이디어

 

 

1단계 : 택시회사 횡포 견제장치 마련

 

뭐든지 실타래를 잘 풀어야 하고 수순이 중요하다. 택시회사 횡포에 대한 감시와 견제장치부터 만들어 보자. 핵심은 현재 사납금 책정기준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최소한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택시회사 나름의 책정기준이 존재할 것이다. 듣기로는 암암리에 택시회사들 간에 미세한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유사한 기준을 가졌다고 한다. 예상컨대 철저하게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정해진 기준일 것이다.

 

모든 답은 현장이 가지고 있다. 그냥 상식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사납금 책정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다음 몇 가지 정도일 것이다. 주야간 대당 평균매출, 유류비, 감가상각비, 기본급 수준, 기본요금 수준 등. 여기서 기사분들의 개인차가 드러나고 기사분들의 노력과 무관한 변수들을 제외하면 사납금 책정의 핵심은 경기상황을 고려한 분기 또는 반기 단위의 대당 평균매출의 변화추이일 것이다. 아마도 유가인상처럼 사납금 인상요인에는 즉자적 반영이 일어날 것이고 인하요인에는 요지부동일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의 합리적 사납금 책정이 돼있다고 가정해도 경기하락에 따른 매출감소의 부담은 당연히 사납금 인하로 이어져 회사와 기사 모두가 공동으로 부담을 덜어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택시요금 인상과 같은 변수 역시 무조건 호재만이 아님을 인식하고 사납금 인상시기를 조절하고 한시적인 부작용의 부담 정도는 절대적 강자인 회사가 감수해 주면 얼마나 좋은가. 최소한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혜택을 독점하는 행위만큼은 제어되어야 한다. 일선 기사분들에게 어느 정도가 적정 사납금 수준인지 물어 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지자체에서 객관적으로 각 택시회사들의 사납금 책정기준과 수준을 파악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택시회사들이 무리하고 일방적인 사납금 인상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자연스러운 압력장치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행정명령이나 강제적인 시정권고 등의 사후조치 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강력한 견제장치가 될 것으로 믿는다.

 

 

2단계 : 부당한 부담은 덜어주고 지속적인 처우개선안 마련

 

지자체 차원에서 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여러가지가 있다. 다산콜센터로 접수되는 시민들의 불만에 대해 반론권을 보장하고 그것이 확인되면 유사사례 발생시 자체적으로 필터링 절차를 만들어서 불필요한 시간소모와 심리적 타격을 예방하는 것, 시간대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버스전용차선을 택시기사들에게 허용하는 것, 과속위반이나 주차위반 등에 대해 삼진아웃제 적용을 통해 실수나 업계특성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것 등이 그것이다.

 

1단계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하되 가격인상에 따른 한시적 수입감소에 대한 보전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할증시간 연장이나 주말전부를 할증시간대로 추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개악의 우려가 더 높은만큼 철회되어야 한다. 정책시행 후 얼마나 기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소득증대가 있었는지 파악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더 근본적인 것은 과다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감차다. 이 문제는 박시장이 지적한 것처럼 지자체 차원에서만 부담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적정한 수준에서 택시업계 차원의 명예퇴직 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문제는 예산이다. 한꺼번에 필요한 만큼의 감차를 진행할 수도 없는 문제지만 초기 한번 정도는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재정투입은 필요하다. 왜냐하면 워낙 민감한 문제라 찔끔찔끔 분담해서 진행하기에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중앙정부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지속적인 감차 문제는 지자체 차원으로 분담시킬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지자체의 큰 형님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당장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의제를 이슈화시켜 놓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언젠가는 이런 대의가 누적되어 해결에 나서는 중앙정부가 나타날테니 말이다.

 

 

먼저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서비스 개선요구를 하자.

 

처음 호기와는 다르게 이상론적 접근에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포스팅을 통해 박시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사안을 단지 합리적인 이해관계자간의 갈등 조정 정도로 생각하지는 말아달라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면 택시문제는 영원한 미제가 되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장기적으로 지자체는 물론 국가차원의 고질적 부담으로 더욱 굳어질 것이다.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택시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잘 잡아주기만 해도 택시기사들은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 희망을 키워내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최소한의 처우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으면서 당위론적으로 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 상반기 내에 택시요금 인상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박시장의 발언의미가 단편적인 이슈의 임시처방 수준이 아니라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을 위한 정확한 진단, 해결방향성 설정, 당장 해결되어야 할 사안에 대한 가시적인 해법의 적용 등을 포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