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정치유배자 유시민의 소박하지만 결연한 귀환

재능세공사 2009. 11. 10. 21:05

한국정치의 미래를 향한 유시민의 도전

 

그가 돌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며 자기다운 삶과 공인으로서의 소명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의 나날을 보냈던 유시민 전 장관의 선택은 예상했던대로 후자의 길이다. 이미 노무현 재단과 시민주권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양산 재보궐 선거에서는 현장을 누볐던 그이기에 어느 정도 그의 결심을 유추해 볼 수 있었지만 상징적인 출발선을 어디에 둘 것이고 어떤 모양새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했던 대목이다.

 

그는 정공법을 선택했고 현실적 대안보다는 미래를 향한 도전을 선언했다. 아직은 견고하지 않은 위상임에도 불구하고 차기대선 지지율 2위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여전히 언론은 그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공식적인 귀환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하다 못해 담담하다. 그의 귀환을 소재로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기사꺼리를 쏟아내고 싶었던 언론들의 편향된 메시지가 담긴 질문에도 그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뿐이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유성호

 

그의 귀환을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어쩌면 이 엄혹한 정치환경과 암울한 미래속에서도 강렬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담대하고도 열정적인 유시민의 사자후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소박한 귀환에 그래서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의 가슴속에 결연하게 내재되어 있는 한국정치의 미래를 향한 도전의지를 읽어주어야 한다. 그는 현실적 이상주의자의 길보다는 이상적 현실주의자의 길을 택했으니 말이다. 자 이제부터 이번 선택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도록 하자.

 

 

왜 국민참여당 입당인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상징적인 출발선이 어디가 될지는 그동안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크게 보면 국민참여당 입당, 시민주권모임 참여를 중심으로 한 우회적 정치활동, 현실적 야권통합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으로의 복당 등의 선택이 있었다. 그를 여전히 달가워하지 않는 민주당의 정서와 이미 대통합민주신당 탈당을 통해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던 이전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민주당 복당 시나리오는 그의 안중에 전혀 없었음이 분명하다. 그저 정치평론가들의 셈법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을뿐.

 

그가 입당 기자회견의 일문일답에서 밝혔던 것처럼 나머지 두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그의 정치적 스승이자 동지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한명숙 두 전 총리와 비록 각론상의 차이일지라도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꽤 컸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살아 생전에 두 전 총리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유시민과 정치적 스승들과의 기본적인 현실인식 차이는 위에서 언급한 이상적 현실주의와 현실적 이상주의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 중 어디에 더 중심을 두고 접근해 갈 것인지에 대한 차이인 것이다. 이런 인식 차이의 배경은 매우 상식적인데서 찾을 수 있다. 유시민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정치 환경속에서 치열한 경험을 쌓아 온 정치선배들 입장에서는 그들이 비록 중도 진보성향의 정치인들이었다고 해도 현실적 승리 가능성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상을 쫓는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들의 인식과 선택을 존중해 왔지만 더이상 그 방식이 유효한 상황이 아님을 이명박정부 집권 이후의 시간동안 실감했을 것이다. 이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바라는 미래가 결코 오지 않을 것임을 오랜 고민끝에 확신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냥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이상적 현실주의자인 이유는 그가 성공을 무조건 낙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동시에 이상적인 미래가 현실적 장벽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패배의식에 빠져있지도 않다. 다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이상에 근접하기 위한 현실적 노력들을 단계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결연하게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국민참여당 입당은 개혁진보세력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방황하거나 정치참여를 포기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격려 그리고 호소의 메시지인 셈이다. '나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안에 의미없는 미련을 가지거나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기 것 보다는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데 참여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니겠는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이 가야할 길

 

조중동을 위시한 기성언론들은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을 친노신당이라는 굴레를 기본적으로 덧씌우고 현실정치를 모르는 순진무구한 이들의 치기어린 정치실험으로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다. 더불어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 한나라당보다 개혁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을 두고 확실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야권분열이라는 상투적인 명분을 중심으로 더욱 더 노골적인 적대감과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게 현실이다.

 

영남을 중심으로 한 친노신당이라는 보수언론의 의도된 왜곡은 무시하고 엄밀한 의미에서 국민참여당의 위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중간지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평론은 여기에서 멈추고 만다. 민주당과 어떤 차별점이 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는 어떻게 다른 정당을 지향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고 들려 하지 않는다. 주요 담론은 선거국면에서 야권의 표가 분산되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 연합 또는 연대해야 한다는 식의 상투적 코칭만이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순서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정치에서 수순의 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정말 몰라서일까.

 

 

 

유시민의 속내를 필자가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명료한 의사소통 능력을 볼 때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도의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정당이라는 점에서 민주당과, 순혈주의에 의거한 경직성을 탈피하고 유연한 진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국민참여당의 운명은 앞에서 언급한 두 정당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얼마나 현실 정치행보속에서 잘 녹여내여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치일정과 행위를 가지고 국민참여당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부터의 논의는 대다수 일반 국민들의 시선으로 전개시켜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 시선 : 어떤 정치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국민참여당에 참여하는가?

 

정당이 만들어지면 국민들에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은 정당 전체라기 보다는 정당의 주요 인물들이다. 과거의 전례에서는 얼마나 유력한 정치인이 참여하고 있는지가 주관심사였고 그 정당의 미래 역시 그런 유력인사들에 의해 좌우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많은 정당의 창당과 소멸속에서 국민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정치역사의 초기에는 피아의 구별이 너무나도 쉬웠다. 그러나 개인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정치 자영업자들이 양산되면서 일부정당을 제외한 유력정당 모두가 정치적 지향성과 상관없이 권력을 쫓아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잡탕정당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환경은 유권자들의 좌절을 가져왔다. 특정 정치인은 지지하면서도 그의 소속 정당을 마음놓고 지지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지했던 정치인들의 어울리지 않는 정당선택을 지켜보면서 지지를 철회하는 유권자들이 많이 양산되었고 이렇게 그들은 정치참여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던 것이다. 새로운 기치를 내세운 정당들 역시 초심을 잃고 얼마 안가 잡탕정당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몇번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더이상 창당초심을 지키겠다는 정당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된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위와 같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제일 먼저 이겨내야 한다. 주류 언론들의 외면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국민참여당은 개혁당과 더불어 유이하게 기존 정치인들이 아닌 생활정치를 꿈꾸는 시민들의 주도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창당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존 정치인 참여가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유력인사들과는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셈법이라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평가해 줄 필요가 있다.

 

유시민이 대선후보를 사퇴하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가장 많은 요구를 받은 것이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을 통해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에 이르기까지 시도했던 정치실험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더이상 유력 정치인이 주도하는 신당 창당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단호하게 이를 거부했었다. 대신 성숙한 시민들이 주도하는 창당의 환경이 조성되고 유력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또 한명의 평당원으로서 참여하길 권유한다면 기꺼이 백의종군할 것을 천명했었고 이번 입당을 통해 그 약속을 지켰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입당은 그래서 창당 과정이 두번째 단계에 돌입했음을 대외적으로 선언함을 의미한다. 무작정 이상적인 정당을 꿈꾸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가능성 있고 국민참여당의 정치지향에 걸맞는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신인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여기서의 전제조건은 정치적 영향력이나 인지도가 아무리 있다고 해도 국민참여당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게 할 사람이라면 입당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본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인사라 하더라도 그 어떤 기득권을 인정하거나 특혜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새롭게 입당하게 될 기성 정치인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는 유시민 전 장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준점이 될 것이다. 유시민의 입당 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 그가 말을 아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국민참여당이 필요하다고 위임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기본원칙을 밝혔다. 국민참여당의 지도부가 아니라  전 당원들의 상향적 의사결정에 따르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은 이 정당이 창당과정에서 이러한 동지들의 규합과 역할배분에 있어서 기존 정당과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하는지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주류언론들의 왜곡보도와 싸워야 하겠지만 결국 국민들은 진실을 알게될 것이다.

 

결정적으로 가장 고민스러운 입당대상은 시민주권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개인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이 모임의 기성 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들 대부분은 현실적 이상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이른 시점에 국민참여당에 합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장기적인 정치일정속에서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특히 앞으로 예정된 세차례의 선거국면이 주요한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시선 : 선거국면에서 어떻게 후보를 결정하고 어떤 원칙하에 연대할 것인가?

 

국민참여당이 창당을 완료하고 맞이하는 첫번째 선거가 지방선거다. 시의적으로 이런 정치일정은 생활정치를 기반으로 보다 넓은 의미의 정치의 장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민참여당 입장에서 이상적인 일정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국민참여당에서 배출한 정치신인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참여해 의미있는 경험을 쌓고 아래로부터의 개혁의 시작을 견인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지역감정의 벽이 높고 기성 정당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총선과 대선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엷은게 사실이다.

 

창당 후 구성하게 될 국민참여당 지도부에게 특별하게 당부하고 싶은게 하나 있다. 구조적으로 한번에 완전하게 판을 갈기 어려운 지방의회보다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쪽에 화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의회보다는 자치단체장이 국민들과 피부를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창당준비 과정에서부터 각 지역별 타운미팅을 통해서 지역이슈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에서 합리성과 수평적 논의를 기본으로 하는 타운미팅이 안착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창당초기에 참여한 성숙한 당원들의 역량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런 전략하에 이번에야말로 당원들에 의한 상향식 후보공천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입후보하는 모든 이들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해야 하며, 후보가 결정된 후 기꺼이 열혈 운동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거의 모든 정당에서 되풀이 되는 선거국면에서의 이전투구와 근본적으로 결별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신생정당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선거운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선거연합이나 연대의 원칙속에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연합과 연대는 양보와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 양보와 타협을 허용할 수 있는 원칙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이 원칙안에는 연대가능한 정치세력들과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협의정신이 포함되어야 한다. 협상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내부조율이 필요하겠지만 협상결과에 대해서는 투명한 공개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내용적 협상에 앞서 이러한 기본원칙에 대한 동의를 먼저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지방선거에서부터 완전한 선거연합이나 연대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적으로 연대에 실패했더라도 다음 선거에서의 연합과 연대를 위한 객관적 자료 확보라는 차원에서 협상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승리 지상주의를 깨부셔야 한다. 원칙없는 승리에 매몰되지 말고 원칙없는 실패를 뛰어넘어 우선 유의미한 수준의 원칙있는 승리와 패배를 목표로 도전하라. 원칙있는 승리는 우리에게 희망의 동력을, 원칙있는 패배는 다음 원칙있는 승리를 위한 자성의 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긴 호흡에서의 승부에 도전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싹틔울 아름다운 밑거름이 될 것임을 잊지 않으면 된다. 지금 절망하는 것보다 미래를 절망하는 두려움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진 열매가 될 것이다.

 

 

세번째 시선 : 훌륭한 정책을 넘어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유시민은 매번의 인터뷰마다 참여정부의 실책을 논하는 질문에 빼놓지 않고 '소통의 실패'를 꼽고 있다. 전반적으로 개혁진보성향의 정치인들은 계몽주의적 생각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깨우치기 위해 더 고민을 많이한 우리가 앞서 나가야 한다는 시각 말이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누구보다 국민을 사랑했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위해 애썼지만 몇가지 사안과 시점에서는 계몽주의의 오류에 빠졌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선의와 과욕이 앞선 탓이다. 대중은 선의를 알아서 인정해 주기 보다 과정과 결과속에서 얼마나 자신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수준과 방향으로 소통이 되었는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역시 모든 정책이 그런건 아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좋은 정책을 한나라당보다는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심리와 정서를 읽어내고 대응하는 솜씨에서만큼은 한나라당에 못 미친다. 진정성의 잣대가 아니고서는 그들의 간교한 여론형성 능력과 한몸이 되어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결속력을 이겨내기 힘들다. 국민참여당은 거대담론이 아닌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정치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거대정당의 틈바구니속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내 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다.

 

유시민은 이미 짧은 대선후보 경선시절에 위에서 말한 차별화 된 접근이 무엇인지를 몇가지 독특한 공약을 통해 보여준 적이 있다. 대구에서의 총선때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 단체마다 가장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요구되는 실질적 문제를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시적으로는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에게 거대담론 분야에서만큼은 한나라당을 견제하도록 위임해야 한다. 국민참여당의 주장이 설령 옳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당장의 정치세력이 될 수 없음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당원들의 지역별 온오프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지방자치 단체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힘없는 서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실용적 이슈를 제기하고 힘을 모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민이라면 누구나 체감지수가 높은 교통관련 문제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 관행적으로 내버려두고 있는 현실적이지 못한 제한속도 규정을 재점검하고 택시요금 제도에 대한 택시회사들의 횡포를 구조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이슈야말로 지방자치 단체 차원에서 개선시킬 수 있는 진정한 친서민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 기간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실용적 이슈를 집중적인 캠페인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국민들의 시선은 점점 국민참여당으로 모아질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런 수준의 이슈가 아니고서는 국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이란 불가능하다. 작은 규모에서의 소통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 더 큰 이슈로의 전환과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엄청난 믿음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가시적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신뢰와 믿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일이다. 국민들의 인식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거대한 바람은 이런 구조적이고 내밀한 변화가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실현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다운 삶보다 공인으로서의 삶을 결심한 유시민에게 보내는 편지

 

일전에 이기적인 지지자로서 한 통의 편지를 띄웠던 적이 있었지요. 그때 어떤 선택을 하든지간에 당신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 말했었지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금 당신의 선택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나에게 더 기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자유를 뺏는 일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어 기쁜 제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그저 조금이나마 당신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작은 다짐만으로 마음의 짐을 덜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당신의 지금 마음이 어떨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답니다. 많이 두렵고 떨릴꺼예요. 지금의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가슴속에 새로운 열정과 희망이 싹트고 있음도 보여요. 여러번 실망하고 좌절할 상황이 오겠지만 당신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꺼예요. 당신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이니까요. 그래도 당신이 행복한 사람이란걸 잊지 말기를 바래요. 아무런 연고나 이해관계도 없이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만큼 많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물론 그들이 당신이 그저 한 개인으로서 자기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떠밀기도 했지만 섭섭하게 생각지는 않으실꺼예요.

 

저는 당신이 대장이 되기보다 산소같은 윤활유가 되기를 바래요. 현실정치의 유혹에 흔들리는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를 온몸으로 보여주세요.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그들과 함께 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적대적인 공격을 일삼는 이들과 아직은 마음을 열지 못한 국민들 사이에서 단성소의 마음가짐으로 진심으로 소통하는 자세로 헤쳐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젠가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의 지나온 길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고하는 날이 올꺼에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초심을 잃지 않는 유시민으로 남아 주세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