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역행보살 MB - 야권연대의 견인차

재능세공사 2009. 12. 7. 01:12

야권연대 현재 기상도 - 매우 흐림

 

지난번 포스팅에서 유시민의 선거연합 및 연대 제의의 내용 및 의미를 소개했었다. 바로 이어서 열린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토론회에서 바로 반응이 나왔다. 이른바 묻지마연대 불가론과 모텔론이 그것이다. 명색이 심상정과 더불어 진보정당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노회찬 대표의 현실 인식이 그 수준이고 유시민의 애타는 구애에 대한 반응이 이 정도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는 보나마나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유시민의 제안내용을 제대로 듣기나 하고 얘기한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우리앞에 놓인 현실이다.

 

유시민 스스로도 그랬고 나 역시 어느 정도 이런 반응을 예견하고 있었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토론회에서의 직접 발언뿐만 아니라 노회찬 대표의 발빠른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부터가 연대제안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협의도 시작하기 전에 출사표를 던져버린 그의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나만 확실히 해두자. 나 역시 노회찬 대표 정도라면 서울시장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며 최소한 한나라당 출신 시장보다는 더 나은 시정을 펼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제는 지금 야권에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자당의 후보출마를 공식화하는 일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진보정당의 유력 후보자가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유시민이 제안한 야권연대 논의는 출발에서부터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아도 연대에 시큰둥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측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게 되어 앞으로의 연대협의에 더욱 부정적인 태도를 고집할 가능성만 높여주는 것은 아닐까. 진보신당의 대표로서 노회찬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과 초조함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엄혹한 상황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승리 가능성과 상관없이 선거에 뛰어 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야권 모두가 신경써야 할 유일한 이슈는 연대환경의 조성과 논의를 위한 공식적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떤 분이 지적한 것처럼 실질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결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지금부터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와줘야 한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이 첫 삽을 떴지만 민주당 정세균 대표, 시민주권모임의 이해찬, 한명숙 공동대표, 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공동대표 정도가 추가적인 제안을 통해 물꼬를 터주어야 연대협의는 출발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이 출발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연대성공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질 수 밖에 없음을 야권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겐 '역행보살' MB와 한나라당이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과정으로는 야권연대의 키인 진보정당과 민주당의 참여를 견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개혁진보세력은 연대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절망과 포기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아주 엉뚱한 곳에서 우리는 야권연대 시작의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다. 누구로부터? 우리에겐 역행보살 MB와 한나라당의 자충수라는 확실한 히든카드가 남아 있다. 집권 이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온 그들의 광폭질주와 무리수는 점점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유시민은 최근 대전강연에서 '역행보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MB 유일의 치적을 고차원적으로 야유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추진이 역설적으로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효과를 상징하는 비유였는데 한껏 우울한 야권 연대의 기상도에도 전혀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계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심하게 말하면 MB와 한나라당이 현재까지의 악행 정도에서 멈추고 지금의 정치상황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간다면 단언컨대 우리에겐 일말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MB와 한나라당이 어떤 정치집단인가.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는 못 배기며 국민들의 반응쯤은 발바닥의 때만으로도 여기지 않는 불도저식 일방통행의 화신들 아닌가.

 

자, 그들의 뻘짓이 어떻게 결과적으로 역행보살의 역할로 이어질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정책연대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악법반대와 무리수 정책추진 제동 환경조성부터 얘기해 보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과할 정도로 넘친다. 미디어법 무법처리, 세종시 원안 훼손, 4대강 사업 강행, 실질적 민생예산 무차별 삭감 등 굵직하고 영향력이 큰 것만 해도 대량살포 수준이다. 야권이 연대의 틀과 내용으로 삼고 있지 않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연대투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일들만 골라서 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 미친짓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합법적이고 실질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이 말도 안되는 정권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 뿐이다.

 

실질적이며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야권의 정책연대 내용을 사실상 공고히 해주는 있는 것이다. 거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차이점과 갈등을 덮어두고 공통의 목표를 실감하게 만들 피부에 와닿는 치가 떨릴 정도의 위협이 아직 부족하다. 최근 두가지 사건이 서서히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대통령과의 대화와 한명숙 전 총리 죽이기가 그것이다(개인적으로 한상률이나 안원구 이슈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야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사건들이 야권연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자충수의 무한질주가 시작되다

 

MB와 한나라당은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자충수인지도 모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전인수식 해석의 달인들이니까. 그러나 여당속 야당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진영과 야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얼마나 저렴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그런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이 거의 제로수준이며 더욱 극악한 수준으로 전개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이상 지금까지의 정치적 대응으로는 단 한 뼘도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된 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물론 박근혜 진영이나 민주당 그리고 진보정당 입장에서 자신들의 정치셈법으로 이를 다른 의미로 해석할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 야권보다 더 노심초사하고 있는 집단은 MB와 한나라당이다. 그들 스스로가 지방권력의 위력을 10여년 이상 휘둘러 오면서 중앙정부의 정책추진에 얼마나 강력한 제동과 딴지를 걸 수 있음을 누구보다고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안에서 법안발의 하나도 단독으로 할 수 없고 불법이 아니고서는 반대법안을 저지할 힘도 전혀 없는 야권의 어떤 대응도 두려울게 없지만 지방권력을 빼앗길 경우 얼마나 치명적인 균열이 일어날지 한없이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두려운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집단의 저렴한 정체성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다는데 있다.잠시 안되는 머리로 한없이 짱구를 굴리고 있을 MB와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집단에게 빙의를 해보자.

 

'아무리 우호적인 조중동의 비호아래 겉으로 보이기에는 멀쩡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바닥민심이 우리곁을 떠난 징후는 부인하고 싶지만 분명하다. 영남, 충청도, 호남이야 어차피 별 신경쓸 일도 아니지만 정권탈환의 교두보 역할을 해주었던 수도권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수해야만 한다. 세종시를 희생타로 수도권 민심을 살짝 흔들어 주는데까지는 일단 성공한거 같은데 그걸로는 마이 부족하다. 수도권중에서도 김문수가 맡고 있는 경기도는 조금 양호한거 같은데 서울이 문제다.

 

오세훈이 글마가 나름 내 흉내내면서 확실히 잘 다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일마가 대권욕심을 가지면서 짐이 될만한 뉴타운 문제를 내 책임으로 돌리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나, 지 밥그릇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한명숙 같은 애한테 오차범위로 쫓기고 있으니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냥 마음 같아서는 오만한 오세훈이 혼쭐나고 대권욕심 내려놓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내버려두고 싶지만 서울시장을 뺏기면 내 앞날을 장담할 수 없으니 어쩌겠는가.

 

게다가 한명숙이 누군가. 어느 정파로부터도 안티세력이 거의 없다는, 말 그대로 정치계 유일의 보살같은 존재가 아닌가. 게다가 노무현으로부터 가장 솔직한 후계지명까지 받은 다크호스 아닌가.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추대되고 분열되었던 야권연대의 견인차 역할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한 인물 아닌가. 벌써부터 모골이 송연해진다. 한명숙이 서울시장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 온화한 얼굴로 단호하고 결연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노무현 서거의 원흉으로 날 지목하고 조용히 압박해 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해찬이나 유시민이야 어차피 다음 대선에서야 만나게 될 인물들이니 나중에 처리해도 되지만 한명숙은 더이상 크기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

 

그래 결심했어. 한번 한 일 두번은 못할까. 우리에겐 조선일보와 충견 검찰이라는 거짓도 진리로 만들 수 있는 초법적인 권력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무리한 방법이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 한명숙만 어떤 식으로든 고사시킬 수 있다면 나머지 오합지졸들은 더이상 문제가 안될 것이다. 두려움도 생기겠지. 다음 표적이 자신들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 딱 한번만 눈 질끈 감고 저지르자. 저들이 뭉칠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아주 이놈들의 싹을 밟아버리면 내부의 적 박근혜 한테도 나쁠게 없으니 반대하진 않겠지. 박근혜에 대한 견제는 이 문제 처리후에 또 고민해도 늦지 않다.'

 

 

한명숙 살리기를 계기로 야권연대의 희망이 싹틀 것이다

 

역행보살들이 모르는게 하나 있다. 학습효과는 지들한테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과 바닥 민심이 서서히 끓어왔으며 폭발 일보직전에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한명숙 죽이기가 야권 모두에게 칼을 겨눈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 무지몽매한 정권이 한명숙 같은 이도 죽일 기세라면 못할 짓이 아무것도 없음을 실감하게 될꺼라 이 말이다. 결코 한명숙만의 아니,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 다른 생각을 가질 야권은 존재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위에 열거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을 떠나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려는 극악하고 추한 짓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다시금 분명하게 이 무도한 정권의 패악질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그저 그런 정치이슈 중에 하나가 아니라 나이브하고 편한 정치만 해왔던 야권 모두의 관성적인 정치에 균열을 일으킬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다. 한명숙을 지키는 것은 모든 생각의 차이를 뒤켠으로 물러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단언컨대 야권의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녀 스스로 이 말도 안되는 정치공작에 가장 확실하고도 강력하게 자신의 당당함을 증명하는 길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공인의 신분으로 MB와 한나라당의 무도함에 대한 심판에 나서는 길 뿐이니까.

 

 

이 싸움은 단순히 MB와 한나라당만이 상대가 아니다. 그 뒤에서 음흉한 초법적 권력을 악용해오던 조중동(조선일보가 선봉에 나섰지만 중앙과 동아도 방관만 하고 있을 놈들이 아니다)과 정치검찰들과의 전면전이 포함되어 있다. 법적인 대응과 더불어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위해 지방선거 연대의 중추적인 시작이 될 서울시장 단일후보 추대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나머지 지역에 대한 자연스런 연대논의가 뒤따를 것이고 성사여부의 비율과 상관없이 상징적인 야권연대가 국민들 마음속에 심어져 지방선거 승리로 귀결될 것이다.

 

 

역행보살들은 이런 예상치 못한 반격이 있다 해도 시작한 일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후퇴하는 즉시 더 큰 민심의 쓰나미가 자신들을 아작낼 것을 잘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들 역시 모든 화력을 쏟아 부으며 전면전에 나설 것이고 전선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말 그대로 흩어져 있던 야권을 계속 결집시키는 자충수를 계속 던지게 될꺼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죽을게 뻔한 짓을 집권 이후 계속 해올리가 없다. 이 역설적인 기회를 놓친다면 더이상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다소 희망적으로 야권의 향후 대응을 설명했지만 여전히 스스로의 정치적 이익과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만을 위한 정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이 무도한 집단의 위험한 도박은 성공할 것이고 더이상 반격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질 것인지는 차마 상상하거나 말하고 싶지 않다. 부디 국민들 가슴으로부터 싹트고 있는 희망의 불씨를 꺼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모든 야권연대 대상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한다. 칠흙같은 암울한 터널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들이 선택할 길은 단 하나 뿐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선거연합과 연대를 성사시키는 것 말이다. 한번에 될 수 있는게 아니다. 가슴을 열고 최소한의 토론이 가능한 사람들끼리 냉철한 인식하에 지혜를 모아보자. 지금의 작은 발걸음과 희생 하나가 이 땅에 민주주의를 되돌리고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로 되돌리는 길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