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토피아

올만에 발견한 가슴 따뜻한 경찰분들

재능세공사 2008. 11. 28. 12:50

민중의 지팡이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

 

몇년전 죽림누필이라는 필명을 가진 경찰관 출신 논객이 정치컬럼 사이트 서프라이즈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논객의 글을 읽으면서 경찰에게 천형처럼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에서 꽤 객관적으로 벗어날 기회를 얻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때 경찰의 수사권독립 이슈에 많은 지지와 격려를 보내던 네티즌들에게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막가파식 행태는 다시금 어쩔 수 없는 정권의 시녀라는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어청수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도부의 노골적인 커밍아웃을 감안해 보면 경찰 전체를 그 자체로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겠다.

 

 묵묵히 시민들을 보호하는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경찰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경찰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마도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기분나쁜 장면이 더 많이 떠오를 법도 하다. 교통경찰에게 한번이라도 위반떽지를 떼본 사람들, 경찰이나 경찰차만 봐도 이유없이 움추려들 수 밖에 없는 경험, 위압적으로 시민들을 대하는 경찰들의 모습 등이 우리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경찰에 대한 기억이다. 민중의 지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땅에 떨어진 경찰들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괜히 내가 다 우울해질 정도다.

 

 

가슴 따뜻한 경찰의 모습을 발견하다

 

며칠전의 일이었다. 집근처 마트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다가 보기 드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살고 있는 퇴촌시내에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휠체어 대신 오래된 유모차에 몸을 의지해 걸어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날도 마트앞에 할머니 두분이 서 계셨는데 경찰차 한대가 지나가다가 멈춰서서 할머니들과 무슨 얘기를 주고 받는게 아닌가. 아마도 추측컨대 할머니께서 경찰분들에게 어디까지만 태워줬으면 하는 청을 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좋아 보이는 경찰 두 분은 손수 내려서 할머니가 뒷좌석에 타실 수 있도록 거들었고 곧 차에 올랐다.

 

이 장면을 목격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막 출발하려는 경찰차로 뛰어 들어 잠깐만 포즈를 취해줄 것을 부탁드렸다. 민망해 하시던 경찰분들은 손을 저어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웬지 나는 그 장면을 꼭 담아두고 싶어서 고집을 부렸고 서서히 출발하는 경찰차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왜 찍으려고 하냐는 말씀에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보기좋은 모습이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요"라고.

 

뒷좌석에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계신 할머니와 사람좋은 미소가 아름다운 이름모를 경찰분들..^^

 

사실 행색에 추레할 수 밖에 없는 나이 지긋한 분들을 차에 태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마도 대도시였다면 더군다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분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고 자랑스러워졌다. 비록 많은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해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중의 지팡이에 걸맞는 모습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을 더 많은 경찰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가끔씩 티브이를 통해서 전해지는 일선 경찰분들의 밤낮을 잊은 직무수행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지나쳐 왔던 것은 아닐까. 경찰들을 비난하기는 쉬워도 그들만이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아픔과 고뇌를 격려하고 위무하는 따뜻한 시선을 우리들은 매번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사진속 주인공들의 이름도 소속된 곳도 모르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할머니의 청을 가슴 따뜻하게 들어주신 아름다운 모습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분들이 있는한 정권의 시녀라는 경찰에 대한 비아냥속에도 민중이 지팡이라는 사라지지 않을 존재가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을 믿는다.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많은 분들이 경찰들을 우리들의 다정한 친구이자 수호천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