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토피아

예능 인기도 쥐락펴락하는 블로거들

재능세공사 2008. 9. 5. 11:33

예능 프로그램, 직접 볼 필요없다??

 

공중파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몇개나 될까?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TV를 조금이라도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한 두개 정도의 예능 프로그램은 자의든 타의든 접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서 한 두개쯤은 방송되는 날을 기다릴 정도로 애정을 쏟는 프로그램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고대하던 프로그램을 이런저런 이유로 보지 못했다면? 예전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왜냐구?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한번 해보자.

 

먼저 과거 모드를 떠올려 보자. 가장 무식한 방법은 재방송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도 인기있는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우리 때는 그랬다. 한때 농구붐을 일으켰던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가 나에게는 재방송에 목매가며 즐겨보던 프로였다. 그것마저 놓쳤다면 귀동냥이나 비디오로 녹화해 두었을지도 모를 또 다른 드라마광을 찾는 길밖에 없는 암울한(?) 시대였던 셈이다.

 

지금은 어떤가?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케이블까지 가세한 재방송 목록에서 우리가 보고싶어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놓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며칠간의 기다림도 참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공중파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VOD 시스템이 푼돈으로 자비를 베푼다. 불법 다운로드 시장에는 방송이 끝난 직후에 선명한 HD화질의 동영상이 경쟁하듯 올라와서 살포시 눌러주기를 기다린다.

 

여차저차한 이유(시간이 없다거나, 대략이라도 내용을 꿰차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왕따가 되고 싶지 않다면)로 직접 시청할 필요까지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여기 구세주가 있다. 기자들이나 연예평론가들 뺨치는 지식, 말빨(정확히는 글빨), 그리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실시간 감각으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재미있으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중계해 주는 블로거들이 클릭 한번 추천 한번이라는 작은 수고의 댓가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토씨하나 놓치지 않는 블로거 평론가들

 

예능 프로그램이 끝난 날이면 예외없이 예능분야의 내노라 하는 블로거들의 관련글들이 쏟아진다. 요즘 한가닥 하는 프로그램들이라면 이런 블로거들의 레이더에서 당근 벗어날 수 없다. 월요일 에덴의 동쪽을 시작으로 수요일에는 워킹맘 얘기가 잠깐 나오고 목요일 해피투게더 시즌3를 거쳐 주말 4대천황 무한도전,우결,패떴,1박2일로 이어지는 네버엔딩 구라쑈가 매주 벌어진다.

 

이 구라쑈만 지켜보고 있노라면 동시간대 라이벌 프로그램간 승자는 누구이고, 어떤 게스트가 나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메인 MC들의 진행솜씨는 어땠고, 어떤 실수나 실언이 있었는지, 최근 인기도와 향후 추세는 어떨지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으니 귀차니즘의 화신들에게는 이보다 더 기특한 연예 기자들은 없는 셈이다.

 

수많은 연예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들 블로거들만큼 입체적인 시각과 자기다운 방식,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으로 게으른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자들은 거의 없다. 누가 프로고 아마추어인지 의아할 정도다. 기획사나 연예인들은 이제 기자들 눈치를 볼게 아니라 이들 블로거들의 애정어리며 냉철한 평가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능 인기도 쥐락펴락하는 블로거들

 

개인적으로 이쪽 분야의 최고봉으로 꼽는 블로거는 웅크린 감자님이다. 도대체 그 많은 글들은 어떻게 써내는지도 궁금하지만 컨텐츠의 질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댓글을 쉽게 달 수 없을 정도라고 하면 과장일까. 특히나 몇몇 프로그램들을 집요할 정도로 시리즈 비평하거나 특정 연예인들의 행보나 선택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해당 PD나 연예인들이 된것처럼 뒷덜미가 서늘할 정도다.

 

피앙새님의 경우는 잔잔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쉽게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한편의 프로그램을 글로써 완전하게 시청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오늘 해피투게더 관련글이 딱 그렇다. 전문성우의 친절한 나레이션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녀의 지면중계는 꼼꼼함이 느껴진다. 살짝 짚어주는 영양가 있는 비판과 애정어린 조언도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한밤의 연예가섹션님은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논조의 글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독설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마도 당사자들이 보게 된다면 꽤나 아프게 느끼지 않을까. 논점이 강하다 보니 논쟁적인 댓글도 많이 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거없는 비난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런 블로거의 글을 기획사나 연예인들은 소중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분들 외에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이쪽 분야에는 고수들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프로그램들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이런 블로거들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도 그 파급효과를 극대화시켜 주는 블로거들에게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