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토피아

'식사량 반으로 줄이기' 프로젝트

재능세공사 2008. 9. 3. 17:05

가정의학과 의사가 권해준 小食 방법

 

1. 시작하는 첫날에는 매 끼니에 사과 한개만 먹는다 (워밍업 사과 단식)

 

2. 둘째날부터 2주까지 평소 먹던 식사량의 절반만 먹는다. 음식종류에 대한 제한은 없다.

   (전성기때 먹는양 기준이었으면 절반으로 줄여도 보통사람보다 많이 먹는 수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2주 정도되면 몸이 서서히 절반의 식사량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단다. 아마도 최소기간의 개념일 것

    같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小食 프로젝트에 돌입하다

 

하루 단식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하루 사이에 무려 3kg 체중감소 효과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때 생각은 다시 식사를 시작하게 되면 금새 원대복귀할 것이라 생각했다. 1주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확인한 결과 여전히 小食 시작전보다 2Kg 감량효과가 유지되고 있으니 이 아니 기쁠쏘냐.

 

小食이 시작된 이틀째 아침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은 벌써부터 줄어둔 양만큼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도록 이전보다 충만하고 밀도있게 먹어주겠다는 결의로 가득차 있었다. 예상외로 탐미는 갑작스럽게 절반으로 식사량을 줄이려는 나와는 달리 2/3 정도의 밥을 퍼주면서 천천히 연착륙할 수 있게 줄여 나가라고 조언을 해준다.

 

아 그러나 상황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아주 다르게 허무하고 빨리 끝나버렸다.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주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내 몸은 빨리 앞에 놓인 음식을 들여보내 달라고 명령하고 있었고 배신자 오른손과 입은 열심히 그 뜻을 따랐다. 평소보다야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내 앞에 밥그릇은 이미 알몸을 드러내며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입맛을 다시는 나를 얄밉게 보고 있었다.

 

위에서 엄살을 떨기는 했지만 난 그런대로 小食에 잘 적응하고 있다. 아직까지 절반이 아닌 2/3정도밖에 줄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나 과도한 식사 후에 찾아왔던 불쾌한 포만감은 사라지고 식사후에도 여전히 살포시 공복기가 느껴지는 상대적 경쾌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문제는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켜먹을 때이다. 아주 어렸을 적 부터 음식을 절대 남겨서는 안된다는 철칙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화되어 있는 나에게 구조적으로 제공되는 식사량 조정이 불가능한 사먹는 음식은 문제의 소지가 크며 만약 그 음식이 맛있기까지 하다면 사면초가일 수 밖에..

 

 

첫번째 유혹이 찾아오다 - 초계탕 

 

小食을 시작한 둘째날부터 위기가 찾아 왔다. 만삭의 탐미가 갑자기 초계탕이 먹고 싶단다. 아직까지 우리 둘다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는 신비감과 습기때문에 더더욱 짜증스럽게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더위를 웬지 날려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점심메뉴로 삼게 된 것인데..

 

평소에 몇번 지나가던 길에 '초계탕'이라는 간판을 눈여겨 봐두었던 음식점으로 들어가 얄짤없이 초계탕 2인분을 시켰다. 3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을 보면서 맛이 없거나 양이 적으면 어쩌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음식점은 내공이 있었다.

초계탕이 나오기 전에 맛보기용으로 나온 매콤한 닭무침, 닭날개와 닭다리, 고소한 메밀전, 시원한 물김치 등의 맛을 보면서 확신했다. 음식점 하나 제대로 골랐다고.. 아니나 다를까 이날 식사의 메인이벤트 초계탕은 우리 두 부부를 무아의 경지로 이끌만큼 훌륭했고 잠시동안 小食이를 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식사량은 小食이전의 평균 식사량을 살짝 넘어 버렸다. 

 

 

 

그래도 원망보다는 꼭 다시 한번 맛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걸 보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을까 싶다. 그 이후에도 레인보우 파티 아이디어 공유미팅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갔을때도 그렀고 김지혜님과 저렴한 점심부페를 먹을때도 小食이를 잠시 슬프게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엄청 많이 먹었다고 상상들 하시지는 마시라. 약간 오버했던 것 뿐이니까..^^)

 

어제 집근처 왕돈까스집에서 식사를 했을때가 되어서야 다시 小食 본연의 자세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남길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밖에서도 여전히 스탠스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아마도 무지하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유혹만 조금 더 참을 수 있다면 기본기는 다지게 되는 셈이다.

 

또 하나의 복병은 간식이다. 초반 며칠간은 간식할 기회 자체가 없어서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 만삭의 아내가 배스킨라빈스 도넛에 과자 등의 간식을 즐기기 시작하자 몸이 또 배신의 속삭임을 시작했다. 여전히 관대한 탐미 역시 안쓰러움에 간식동참을 부분적으로 허용했고 벌써 세번이나 간식에 손을 댔다.

 

의사 선생님이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간식은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했는데 반성할 일이다. 어쩌면 외식과 더불어 여전히 주의해야 할 2대 유혹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이 놈들과도 잘 대적해서 다음 小食 일기에는 작은 승리의 기쁨을 나눠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