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는 아이들

재능세공사 2008. 9. 8. 11:58

2년전 추석을 앞두고 썼던 글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올 명절에도 변함없이 우리 아이들은 입시전쟁의 한복판으로 여전히 내몰리고 있지 않을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학부모라면 올해만큼은 아이들에게 명절을 되돌려 주기를 기대한다.

 

 

명절도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

 

네이버 대문에 이런 기사가 떡하니 올라와 있다. '중고생들 빼앗긴 한가위' - 금년 최장의 휴식기가 될 추석에 입시준비와 중간고사때문에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기사다. 학창시절을 겪은 어른들이라면 일년에 추석과 설날만큼 학생들에게 휴식과 용돈을 충분히 제공하는 기간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지금 아이들이라고 다를바가 하나도 없을 것인데 그들에게는 이마저도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왜 공부해야 하죠??

 

일주일전 쯤인가 큰 형수님이 속상해 죽겠다며 조카문제를 상의하러 왔다. 도대체 무에 그리 큰 일인지 아무리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봐도 형수가 눈물을 흘리며 걱정하고 속상할 정도의 문제가 조카에게는 없었다. 그저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할만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인데 주관적 관점을 가진 부모들에게는 그게 그렇게 속상하고 심각한 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형수를 달랜 후 조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이 너무 없어 걱정이라는 형수의 말과는 달리 조카는 그 나이 또래를 상회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뜸 이런 말을 나에게 던진다. "삼촌 왜 공부해야 하죠? 어른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고는 하는데 왜 우리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아요.."

 

어느 공익광고에서 아이는 링위에서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응원 아닌 응원을 하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왜 공부해야 하죠?"라고.. 그러나 부모들 귀에는 아이의 질문이 들리지 않는다. 조카는 이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의 항변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나 보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른들

 

왜 우리 어른들은 사랑하고 또 사랑해 마지 않는 자식들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주며 그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정말 지금의 행동이 자식들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개인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이러한 어른들의 행동의 기저에 깔린 가장 근본적인 감정은 '두려움'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가 불행하다 느끼거나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그들이 세상이 정해놓은 여러가지 의미의 경쟁의 룰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키워진 그런 두려움 말이다. 자기 자식들만큼은 본인들이 느꼈던 실패자의 그늘에 빠지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아이들 역시 똑같이 상처받고 원하지 않는 삶으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큰 것 같다.

 

이런 두려움이 전제된 어른들의 행동패턴안에는 긍정적인 격려나 미래지향적인 방향제시보다는 끝이 없는 단점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과 어른들의 뜻대로 하지 않을 경우 생길 것이라고 확신해 마지 않는 불행하고 비참한 결과들에 대한 경고로 가득차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타고난 자기다움의 발현이나 모든 것을 따뜻하고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는 행복감을 결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려 주자!!

 

정말 자식을 사랑한다면, 그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우리 어른들은 철썩같이 믿고 있는 생각 하나를 버려야 한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말이다. 이 증명되지 않은 잘못된 명제를 끌어안기 보다는 '우리 부모들은 너무 자식을 사랑하는 주관적이고 맹목적인 관점때문에 자식교육에 있어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기다움'을 최대한 즐겁고 유쾌하게 확인하고 발현시킬 수 있도록 곁에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주겠다는 관찰자적인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경험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의 틀을 그대로 알려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 스스로에게 최대한의 체험을 권장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아이의 세계관을 존중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감히 단언컨대 좋은 부모인 동시에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려 주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라면 어떻게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느냐라는 집단적인 관점에서, 우리 아이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미래를 이끌어 가고 재능을 강점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 보겠다는 지극히 특별한 시선으로 전환해 보자.

 

아이에게 휴일과 명절에 마음놓고 자신의 생각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그들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바램으로 강권했던 일을 떼어 놓자. 그리고 일단 그들이 억눌린 과거로부터 해방되었음을 확인하고 잃어버린 여유를 회복할만한 시간을 주자. 그런 후에 그들과 왜 공부해야 하는지(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찬찬히 얘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 아마 이때쯤이면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를 기억하자

 

아직 부모로서 충분히 자식교육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입장에서 이미 현실로 굳어버린 교육방식에 대해 반란을 꾀하라고 충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건 몰라도 이 한가지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부모인 여러분이 아이였을 때 어른들에게 느꼈던 아쉬움, 실망감 그리고 그들에게 기대했던 행동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그 감정들을 똑같이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면 두렵더라도 조금씩 자식들을 위해 의미있는 반란을 꾀해 보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