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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골차 벌리기' 쟁탈전, 핸드볼 8강전

재능세공사 2008. 8. 21. 03:17

끝내 남자 우생순은 없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4강진출에 기뻐한게 하루전의 일인데 남자 대표팀이 8강에서 결국 탈락했다. 아마도 그동안 여자팀의 신화창조에 비해 올림픽때마다 무언가 이루는듯 하다가 주저앉았던 남자팀의 우생순 재현을 많은 이들이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4년전 아테네의 일이 되풀이 되면서 어렵게 본선진출을 이루어 낸 여정이 더욱 아쉽게 되버렸다.

 

 

결과론이지만 조1위로 진출한 것이 독이 되었다. 스페인은 조4위로 올라온 팀이지만 최근 들어 8전 전패를 기록한 천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스페인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고 우리 선수들은 이전의 경기에 비해 확실히 몸이 무거워 보였고 고비때마다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늘 경기를 찬찬히 복기해 보도록 하자..ㅜㅜ

 

 

'2골차 벌리기' 쟁탈전에서 패배하다

 

오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분들이라면 후반 9분이 될때까지 양팀이 한번도 두골차 리드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볼 전문가는 아니지만 예선경기를 쭈욱 지켜보면서 전력차가 미세한 팀들간의 경기에서의 분수령이 '어느 팀이 먼저 두골차 이상의 리드를 잡는가'임을 깨닫게 되었고 우리 팀이 먼저 이 쟁탈전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는 초반부터 완전무결한 시소게임으로 전개됐다. 양팀 모두 두골차 리드기회를 여러차례 가졌지만 골키퍼의 선방이나 공격진의 실책으로 모든 기회를 무산시켰다. 아주 근소한 차이였지만 우리팀에게 찬스가 더 많았고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골키퍼의 선방은 정말 대단했다. 스페인 골키퍼도 이에 못지 않았지만 말이다)

 

 

전반전이 종료되었을때 스코어는 13-14로 스페인의 한골차 우세.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동점을 만들면서 같은 양상이 되풀이 되었고 그렇게 9분의 시간이 흘렀다. 이 때가 되어서야 스페인이 처음으로 두골차 벌리기에 성공했고 팽팽했던 균형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무려 10분간 우리팀을 무득점으로 묶어 놓고 7골차까지 달아난 천적 스페인을 다시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이드 윙공격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다

 

오늘의 남자 대표팀은 한국팀 고유의 강점이었던 사이드 윙 공격(한국 2골/5회, 스페인9골/14회)에서 철저하게 스페인에게 눌렸다. 성공률도 차이가 나지만 시도자체에서 세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오늘 한국팀은 양쪽 날개가 꺽인 상태에서 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종 스코어 차이의 대부분이 사이드 공격력에서 좌우됐음을 알 수 있다.

 

 

골키퍼의 세이브율(한국 10/39, 스페인 17/41)에서도 열세이긴 마찬가지였다. 58%라는 경이적인 세이브율을 기록한 스페인의 수문장 BARRUFET DAVID의 크레이지 모드급 활약이 가져온 결과다. 물론 두골차 리드를 허용한 이후의 우리팀 공격이 현저하게 예봉이 꺽인 상태였지만 말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5번이나 2분간 퇴장(우리팀은 세번)을 허용했던 스페인 수비의 빈틈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점이다. 스페인은 숫자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득점을 올린 반면 우리팀 공격수들은 서두르다가 패스미스를 범하거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리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여러번 잃었다. (스페인전 상세기록 보기)

 

 

 

 윤경신의 공백과 백원철의 분투

 

유럽리그에서 10년이상 활약하며 오랫동안 에이스 역할을 해오던 윤경신은 후반 중반에서야 투입됐을 정도로 몸상태가 안 좋았고 경기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거의 점프를 제대로 못할 정도였고 어렵게 던진 슛은 스페인 수비수에게 번번히 걸려 1골도 성공시키지 못할 정도였다. 아마도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을 윤경신 선수로서는 더욱 더 진한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후반중반까지 그래도 시소게임을 펼칠 수 있게한 원동력은 또 다른 노장 백원철의 분투였다. 그의 공격은 언제나 상대방 수비의 허를 찌른다(심지어 왼손으로 슈팅을 날리기도 한다). 엇박자의 타이밍을 활용하고 장신 수비수들의 블로킹을 피하는 영리한 슈팅, 당췌 어떻게 그런 스텝을 밟을 수 있는지 믿기 어려운 테크닉으로 그는 고비때마다 중요한 득점을 올려주며 선전했다. 젊은피로 수혈된 공격진들의 활약까지 감안하면 윤경신의 공백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다시 4년후를 기약하며

 

비슷해 보이는 전력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여자 핸드볼에 비해 왜 남자팀은 성적을 내지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다. 다른 구기종목이 그 답이 될 것이다. 축구, 배구, 농구 등에서도 남자팀은 강팀에 비해 압도적인 열세에 놓인 경우가 많지만 여자팀은 극복못할 정도의 전력차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만큼 남자팀간의 경기에서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적은 것이다.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메달을 향한 도전은 다시 4년후를 기약해야 한다. 여전히 강팀들과의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겠지만 우리는 계속 도전해야 한다. 핸드볼 저변과 피지컬의 차이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라고 예외는 아니지 않은가. 강팀보다 더 강한 체력을 기르고, 매순간 한발짝 더 움직이고, 실책을 최소화하는 경기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부터 다시 뛰어야 한다. 그 결실이 다음 올림픽에서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