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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떡밥의 제왕들 - 박태환 떡밥 마케팅

재능세공사 2008. 8. 16. 02:56

낚인 케이스 1. 박태환 1,500m 금빛 향한 레이스

 

누가 뭐라해도 박태환이 대단한 선수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금의 그에게서 부정실격으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고 탈락한 이전 올림픽의 기억을 떠올리기란 어려울 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가장 최근에 펼쳐진 세계선수권자라는 믿음직한 타이틀이 있었고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400미터와 200미터 모두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면서 그에게 미친듯이 올인한 방송3사의 구세주가 되었다.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나름 괜찮은 도박에 성공한 방송3사를 비롯한 언론들은 명백한 팩트를 애써 무시하거나 부인하면서 박태환의 마지막 종목인 1,500미터 떡밥 마케팅에 미친듯이 뛰어들었다. 어찌나 호들갑을 떠는지 메달후보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그의 이전기록이 마치 금메달 사냥을 위한 의도적인 페이킹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마도 단일종목 예선이 이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중계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결과는 결선진출 커트라인 8위에 한참 모자란 16위의 기록으로 탈락.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자농구 벨로루시전 중계도중에 갑자기 녹화방송으로 박태환의 예선경기(그것도 장장 15분이나 걸리는 수영종목의 마라톤)을 생뚱맞게 틀어주는 방송사가 있을 정도의 말 다한거 아닌가.

 

 

결과가 나오자 여전히 가능성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악재가 있어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고 떡밥기사들을 또 쏟아낸다. 얼마나 가관인지 토가 나올 정도다. 한번 리스트만 맛보기로 하자.

 

1,500미터 결선행 실패.. '그래도 잘했다' (사실 본인 최고기록에 10초이상 뒤진 잘하지 못한 경기다)

박태환, 1500미터 예선 탈락 왜? (마치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뉘앙스)

노민상 감독 "400미터에 초점 맞췄다" (정말 언론들이 이 정도 사실을 몰랐을까?)

박태환 1,500미터 실패.. '두 달만 더했더라면..' (자신들이 설레발을 친게 아니라 시간이 모자랐다)

'결승 진출 실패' 박태환 - 검은 수영 모자 징크스? (이상한 징크스 때문에 실패했다? 낮뜨겁다)

박태환, "평소 사용하던 헤드폰을 깜빡" (차라리 위의 검은 수영 모자 징크스가 낫다..ㅜㅜ)

 

네이버가 메인뉴스로 올린 노컷뉴스 기사에는 자신들이 설레발을 친게 아니라 기대할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자뻑성 알리바이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 은메달을 연달아 따내며 탄력이 붙은 만큼 1500m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태환 역시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1500m에서도 지금처럼, 몸 관리 잘해 좋은 기록 내겠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언론이였다면 이 정도 수준의 예상과 기대를 했어야 했다. '박태환, 여세를 몰아 차기 올림픽 메달가능성 보여주나?', '박태환, 1500미터 결선 진출에 도전', '박태환, 1500미터 본인 최고기록 갈아치울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떡밥에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남은 기간동안 더이상의 낚시질은 삼가하길 기대한다.

 

 

낚인 케이스 2. 유도, 역도, 레슬링 떡밥이 난무하다

 

올림픽 개막 이후 연일 두체급씩 경기가 벌어진 이들 종목에서 떡밥의 제왕들은 정말 금메달이 유력한 몇몇 선수외에는 메달가능성에 대한 정보에 눈이 어두운 시청자들에게 신나게 떡밥을 뿌린다. 물론 대놓고 금메달 후보라고 설레발을 치지는 않았지만 한국 선수들의 패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언가 다 한껀 해낼것처럼 의도적으로 상대방이건 우리선수건 어느 정도 레벨의 선수인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역도가 특히 심해서 먼저 치러지는 인상경기에서의 선전이 이어지면 용상에서의 전력차이를 제공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도 벌써 메달권에 근접해 있는 것처럼 캐스터가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더 웃긴 것은 실제 메달을 따낸 사재혁 선수나 윤진희 선수의 경우는 이런 왜곡된 설레발 덕분에 진짜로 잘하고 있는건지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유도는 물론 의외성이 많은 경기이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최근 성적을 최소한 알려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지 감안하고 시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첫날 최민호 선수의 금메달 획득 이후부터 언제나 기대치는 최상급이었고 결과가 나올때마다 뭔가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못해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레슬링의 경우는 더 참담하다. 실제로 성적도 최악이었지만 경기 진행전에 메달권에 근접한 경쟁선수에 대한 정보나 우리 선수와 싸우는 상대방의 전력을 제대로 알려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이번 대회에서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온 경기룰에 대한 설명도 빈약해서 도대체 이기고 있는건지 지고 있는건지 왜 빨간공 파란공을 그렇게 외쳐대는건지 황당할 때가 많았다. 앞으로 남은 자유형 경기에서도 시청자들은 캐스터나 해설자는 없고 그 이름만 걸치고 경기결과에만 일희일비하는 중계를 지켜봐야 할 운명이다.

 

 

 

떡밥에도 정도가 있다

 

시청률(사실상 광고수입)에 목숨 건 방송 3사가 올림픽 떡밥의 제왕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조중동의 낚시질에도 짜증날만큼 나있고, 블로그와 덧글에도 영화에도 떡밥이 난무한 세상에서 올림픽 중계에서까지 떡밥 물어야 쓰겠는가. 제발 웬만큼만 하자.

 

 

그리고 떡밥을 뿌려놓고 전력상으로 예정된 결과가 나온 사실을 위장하기 위해 무조건 텃세탓, 심판탓 하는 버릇부터 고치기 바란다. 신변잡기 수준의 소설까지 쓰면서 박태환 떡밥 마케팅을 합리화시키지 마라 말이다. 비록 우리선수에게 패배를 안기더라도 훌륭한 기량을 발휘한 다른 나라 선수들도 칭찬할 줄 아는 성숙함을 명박이 아저씨 양심의 털만큼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제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