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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경기, 그 알싸한 재미와 매력

재능세공사 2008. 8. 20. 01:19

불가사의한 성적을 향해 다시 진군하는 여자핸드볼

 

역대 올림픽랭킹 1위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잠시 전 중국과의 8강전에서 홈팀의 텃세를 이겨내고 여유있는 점수차로 4강행을 결정지었다. 뛰어난 현역선수였던 강재원 감독의 영입으로 전력이 급성장한 홈팀 중국이었지만 두차례의 재경기라는 사상 초유의 난관을 뚫고 4년전 아테네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한국팀의 우승길목을 저지하기에는 조직력과 경험에서 여전히 한 수 아래임이 확인된 경기였다.

 

 

이제 남은 상대는 두번의 올림픽 결승에서 우리팀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던 숙적 노르웨이와(4강전 상대) 예선 1차전에서 9골차이를 극적으로 극복하고 무승부를 기록했던 러시아(결승진출 예상)다. 두 팀 모두 우리팀에 비해 압도적인 피지컬(신장과 체력)과 결코 뒤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한 최강자들이다. 우리팀이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올림픽 무대에서만큼은 객관적인 전력차를 항상 극복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미 예선전에서 복병 브라질에게 석패한 것 외에는 현 세계랭킹에서 우위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분위기를 타고 있고 4강전 이후의 역대 전적에서도 좋은 기억이 많은 만큼 또 한번의 결실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여자 핸드볼팀간 전력에 대한 정보는 데미트리오님의 최근 포스트 를 참고하면 좋겠다.

  

 

구기종목 중 가장 오묘한 룰을 가진 핸드볼 경기

 

핸드볼 경기는 구기 종목 중 가장 터프하다. 그리고 심판의 간섭없이 선수교체가 가능하며 2분간 퇴장룰이 존재한다. 이런 몇 가지 대표적인 룰에서 핸드볼은 재미있게도 아이스하키와 많이 닮아 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핸드볼 경기만이 가지고 있는 알싸한 재미와 매력을 조근조근 살펴보자.

 

 

핸드볼의 오묘한 룰은 양쪽 진영에 절묘하게 그어진 골키퍼 존(정식용어는 골 에어리어)에서 출발한다. 골키퍼 존은 공격수나 수비수 어느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되는 골키퍼만의 성역이다. 골을 성공시켰다 하더라도 슈팅전에 라인을 밟게되면 무효가 되며 수비수 역시 공격을 막아냈다고 해도 골키퍼 존안에서 수비를 했다면 파울이 되거나 심한 경우 2분간 퇴장을 당할 수 있다.

 

 

공격수의 슈팅이 골키퍼의 신체를 맞고 골아웃 되어도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리 핸드볼에서는 공격권을 잃게 된다. 왜 이런 룰을 만들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위에서 설명한 수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몇 가지 룰에도 불구하고 농구와는 달리 최대 세발자국까지 걸을 수 있는 룰, 파울이 발생해도 골이 들어갈 경우 어드밴티지 룰 적용으로 모두 인정, 골키퍼 존 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점프동작 기술, 강력하고 유연한 손목 힘에서 나오는 슈팅력 등에 의해서 골키퍼가 골을 막아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 핸드볼 경기를 접해본 분들이라면 이런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참 파울도 빈번하고 대부분 공격진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진다는 것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수비진이 실점하기 않기 위해서는 한 치의 공간이나 움직임도 허용치 않아야 하고 슈팅거리에서 공격수를 끊임없이 밀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친 몸싸움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페널티 드로우나 2분간 퇴장을 허용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수비진들이 목표로 하는 최상의 수비는 공격진에게 유일하게 적용되는 촉진룰인 패시브(일정시간 이상 슈팅을 하지 못할 경우 공격권을 잃음)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물론 패시브 상황은 자주 나오지 않으며 대부분 골키퍼의 세이브 능력 차이에 따라 실점률이 좌우된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룰은 공격과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교체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체력소모가 심한 경기인만큼 공격에 능한 골게터들은 수비시에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다 공격상황에만 출격한다. 페널티 드로우를 전담하는 공격수와 골키퍼도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는 미식축구와 또 닮아 있다.

 

 

핸드볼의 공격전술과 한국팀의 강약점

 

빽빽한 수비숲을 뚫고 득점을 올리기 위해 공격진이 택하는 전술은 크게 네가지 정도다. 센터의 피봇 플레이를 활용한 중앙공격, 양쪽 사이드 공격수를 활용한 측면공격, 높은 타점과 스피드를 활용한 중거리 슈팅, 마지막으로 수비진영이 갖추어지기 전에 빠르게 공격하는 속공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핸드볼 공격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스카이플레이가 있는데 이 기술에 핸드볼 공격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는 셈이며 한국 남녀 대표팀의 장기이기도 하다. 요즘은 다른 팀들도 간간히 선보일 정도로 기술이 올라와 있고 이 플레이가 펼쳐지면 관중들은 넋이 나갈 수 밖에 없다. (우생순 다큐 동영상 참조

 

대부분의 유럽강팀들은 높은 신장과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쏘아대는 중거리슛에서만큼은 우리팀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또한 장신센터를 활용한 중앙공격도 위력적이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사이드공격도 우리팀과 대등한 수준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팀이 유럽팀과 대전할때마다 고전하고 최근에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여러가지 열세에도 불구하고 유럽강팀에게 우리팀이 쉽게 지지 않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실책이 적다. 속공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히딩크 방식으로 불리는 지옥같은 체력훈련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림픽에서 큰 경기 경험을 많이 쌓아온 노장선수들의 노련미와 악착같은 근성이야말로 한국팀 최고의 강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젊은 선수들과의 조화까지 갖췄다.

 

 

예선기록만 봐도 한국팀은 위에서 거론한 4강에 비해 실점률이 높지만 높은 득점력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우리팀이 상대적으로 페널티 드로우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장신숲을 뚫어내고 정상적인 득점을 올리기 보다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악착같은 근성으로 어렵게 득점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우리팀이 얼마나 지긋지긋할까.

 

선수들의 경쟁력 외에도 우리에게는 임영철이라는 명장이 있다. 강재원의 중국 핸드볼이나 박주봉의 일본 배드민턴의 전력이 급상승한 사례만 봐도 감독이 팀 성적에 미치는 힘을 알 수 있다. 그가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을 끝내고 척박한 국내 핸드볼 환경을 언급하며 목이 메이는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환경탓을 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비인기종목 핸드볼 경기에 국민들이 시선을 놓치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선수들을 모질게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 그의 노력이 이번 올림픽에서의 성적에 그치지 말고 국내 핸드볼 리그의 활성화와 실업팀 창설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심판의 영향력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핸드볼

 

위에서 설명한 핸드볼만의 독특한 룰들은 심판들의 판정여하에 따라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종목도 편파판정의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핸드볼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국 남녀 대표팀이 중동심판들의 노골적인 오심으로 도저히 질 수 없는 팀들에게 패하고 예선탈락(결국 구제되긴 했지만)한 사례를 떠올려 보면 상상이 갈 것이다.

 

 

심판들이 한쪽 편을 들기로 마음먹을 때 가장 악용되는 룰이 2분간 퇴장이다. 똑같은 반칙을 해도 한쪽 편에는 퇴장을 주고 다른 팀에게는 단순파울만 준다면 2~4골의 차이가 판정하나로 발생하게 되고 경기 분위기도 한 순간에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는 두명을 한꺼번에 몰아내기도 하는데 거친 수비가 기본일 수 밖에 없는 핸드볼에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편파판정의 핵심기술인 셈이다.

 

공격시 라인크로스 룰도 공정함을 잃은 심판이 악용하는 단골메뉴다. 정상적인 공격으로 득점을 했는데 라인크로스를 불거나 라인크로스 위반에 의한 골을 인정하는 판정이 몇번 나오면 역시 이만저만 손해를 보는게 아니다. 워낙 찰나지간 차이로 라인크로스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임오경 해설위원이 오늘 중국전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어느 정도의 홈텃세에 의한 판정이나 유럽강팀들에 우호적인 심판들이라는 환경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실력으로 이겨내는 길 밖에 없다. 이미 그렇게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올림픽에서의 기적을 만들어 온 대표팀 아닌가. 그래도 가뜩이나 힘든 경기에 심판 판정이라는 악재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심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오성옥과 임오경은 여전히 한팀이다

 

한국팀의 맏언니 오성옥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까지 다섯번 연속 출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진 선수다. 이제는 팀의 에이스가 될 수는 없지만 공수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여전히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오성옥은 투지넘치는 수비와 칼날같은 패싱력을 자랑하며 한국팀의 4강을 이끌었다. 오성옥외에도 수문장 오영란과 공격수 허순영도 대표적인 아줌마 파워의 핵심으로 대표팀을 지키고 있다.

 

 

네번의 올림픽을 함께 했던 또 한명의 선수 임오경은 이번에는 해설위원으로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의 해설은 일단 힘이 넘친다. 노장의 경험과 실업팀 감독으로서의 해박한 지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도 경기를 함께 뛰는 선수같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와도 우리 선수들이 헤쳐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화이팅을 불어넣고 경기가 잘 풀리면 해설도 나긋해지고 여유있어 진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보조해설로 참여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하고 짓궂은 질문까지 던지는 위트까지 보여준다. 물론 TV화면에 잡히는 임오경 해설위원의 표정을 보면 아직은 신참내기 해설가의 긴장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좀 실례되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해설에 열중해 있는 그녀는 귀엽기까지 하다..^^ 강적들을 연파하고 금메달을 따는 순간까지 그녀의 멋진 해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