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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올림픽 영웅 이배영 김재범의 눈물과 좌절

재능세공사 2008. 8. 13. 01:28

스포츠 문외한 아내까지 감동시킨 이배영의 투혼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역도선수 중 인상에서 1,2,3차 시기를 모두 성공시킨 유일한 선수 이배영. 그의 컨디션은 최고였고 잘생긴 얼굴이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로 다음에 이어질 용상에서의 슬픔과 좌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잠시 아이를 보고 있다가 아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TV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배영 선수가 용상 1차 시기에서 발목이 꺽였다는 것이다.(순수하게 아내의 표현을 따른 것이다)

 

 

그가 화면상으로도 가벼운 부상이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불안한 걸음걸이로 2차 시기에 나섰을 때,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온 몸의 힘을 한 순간에 모아 바벨을 들어야 할 역도선수가 가슴이 덜컥할만한 자세로 무너져 버렸다. 메달이고 뭐고 당장 포기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더욱 더 불안한 자세로 대기실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더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 시기도전에 주어지는 2분이 채 카운트되기도 전에 힘겹지만 결연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바로 모습을 나타냈다. 아마도 부상에서 오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할 때 자신에게 남아있는 모든 힘을 짜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한 순간을 위해 4년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준비해 왔던 이배영 선수의 심경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순간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고교농구 최강 산왕과의 혈전에서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지켜내던 강백호가 허슬 플레이를 펼치다가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이제 막 농구를 미치도록 사랑하기 시작했으며 눈을 뜨기 시작한 천재 강백호의 선수생명을 끊어놓을 수도 있는 그런 부상말이다. 모두가 말렸지만 강백호는 이렇게 말한다. "영감님에게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때인가요? 난.. 난 지금입니다. 간신히 생겼어요. 영감님이 말했던거. '단호한 결의'라는 것이"

 

 

해피엔딩의 만화와는 달리 이배영 선수는 클린까지 성공하는 놀라운 집념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바벨을 놓치며 앞으로 쓰러진다. 넘어지면서도 쉽게 바벨을 놓지 못한채. 그리고 플로어에 얼굴을 묻는다. 그의 놀라운 투혼에 관중석에서는 진짜로 올림픽다운 격려의 박수가 터지고 그는 일어나 관중들의 성원에 답례한다. 대기실로 돌아가던 그가 하늘을 향해 그의 모든 회한이 담긴 절절한 고함을 내지른다. 아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 그에게 그 어떤 위로가 힘이 될 수 있을까? 곁에 있던 아내도 왈칵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쩔줄 모른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는지 온몸으로 보여준 이배영 선수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영웅이다. 그가 국민들 기억속에서 메달도 못딴 그저그런 선수로 아무렇지 않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경기와 미래의 올림픽이 있을때마다 가장 올림픽 정신에 투철했던 훌륭한 선수로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나는 그를 잊지 않겠다.

 

 

 

단 한톨의 체력도 남기지 않고 모두 써버린 김재범

 

이배영 선수와 더불어 언론에 주목도 받지 못했던 또 다른 유도선수 한명이 나를 또 울렸다. 김재범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1회전 부전승을 제외하고 그는 거의 매경기마다 풀타임에 가까운 체력을 소진했고 8강전과 4강전에서 연거퍼 연장전을 치르면서 사실상 결승전 상대인 독일선수보다 2경기를 더 뛴 상태에서 금메달을 놓고 겨루게 된다. 그가 결승에 올랐을때부터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보니 금메달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가 마지막 한번만 더 투혼을 발휘해 이겨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램을 가졌더랬다.

 

 

아마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맞붙었다면 그의 승리가능성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기술보다는 힘에서 앞서 보이는 독일선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김재범을 제압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중반까지 몇번의 찬스를 놓친 김재범에게 더이상 기회는 없었다. 결국 1분여를 남겨두고 유효를 허용했고 남은 시간동안 경기를 뒤집기에는 그가 소모한 체력이 너무나 컸다. 상대방의 굳히기 공격을 방어하기에도 힘에 부친 김재범은 끝까지 투혼을 불살랐지만 그의 몸은 더이상 움직여 주질 않았다. 그렇게 그는 단 한톨의 체력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금메달을 놓치고 한참동안을 매트에 쓰러져 있었다.

 

 

김재범은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도전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좌절했다. 경기를 끝내고 처진 어깨로 퇴장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정말 잘했다고 너무나 멋진 경기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하루전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라는 원치않은 무형의 부담스런 짐까지 짊어지고 부상까지 당한 몸으로도 결승까지 올랐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상대방의 기습공격에 무너지며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되뇌이던 왕기춘 선수의 눈물과 좌절이 다시한번 처연하게 다가왔다.

 

 

 

진정한 올림픽의 영웅들에게

 

 

우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올림픽에서만 국민들의 환호를 받는(그것도 성적을 올렸을 때만)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좌절과 아픔이라는 그늘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진정한 힘은 금메달이라는 성적이 아니라 그들이 그 목표를 향해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땀의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올림픽에서의 호성적보다 이런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더욱 큰 자부심과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대들의 눈물과 좌절이 다시한번 아름다운 도전으로 승화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와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