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슈퍼스타 K2 - 강승윤 생존능력의 끝은?

재능세공사 2010. 10. 2. 16:06

4연속 기사회생에 성공한 강승윤

 

이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성격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아지는 대목은 최후의 탈락자와 생존자가 가려지는 장면인데, 놀랍게도 슈퍼위크에서부터 세번의 생방송 무대의 마지막 장면에 항상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강승윤이다. 최고조의 이목이 집중된 이 살 떨리는 무대에서 네번이나 연속적으로 살아남은 강승윤은 그래서 여전히 영순위 탈락후보자인 동시에 또 한번의 이변을 기대하는(제작진, 시청자, 그의 팬들 그리고 이슈꺼리가 필요한 언론기자들까지..^^;;) 이들의 성원을 한몸에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우선 나는 예선때부터 김지수를 지지해 왔던 사람이었음을 밝힌다. 그런 나에게 강승윤은 얄미운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가 어떤 무대를 보여주건 좋게 봐준 적이 없다. 한마디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후보자라는 얘기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평인 셈이고. 어제까지의 결과를 보면서 분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은 객관적으로 강승윤을 평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애써 외면해 왔을지도 모를 숨겨진 그의 강점 말이다. 그의 어떤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그렇게 매번 낮은 평가와 다양한 지적의 융단폭격을 받으면서도 그를 살아남게 한 것일까?

 

 

무엇보다 그의 딴따라 기질을 새롭게 조명하고 싶다. Top 11 무대에서 탈락한 이보람이 예선에서부터 이승철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아왔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강승윤에게서 진짜 딴따라 기질을 발견한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걸 즐기는 유형이다. 최종 탈락자가 될 수도 있는 네번의 상황에서 그가 초지일관 웃을 수 있는 것(비록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있을지는 몰라도)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절박한 상황조차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 어떤 후보자보다 잘 받아낸다. 

 

합동공연에서나 새로운 안무를 선보여야 할 때도 그는 능숙하지 못할지언정 연습과 노력만 조금 더 뒷받침되면 힘이 붙을 타고난 엔터테이너 기질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어제 무대에서 댄스 도중 무대에서 미끄러져 넘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고도 태연하게 무대를 마무리 짓는 모습도 그 기질의 힘이 아닐까. 작사미션에서의 깜짝(?) 우승도 예삿일로 보기는 어렵다. 어쩌면 강승윤이야말로 발전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높게 평가해야 할 타고난 원석에 가까운 후보자일지도 모른다. 한번 더 기회를 부여해서 다음 무대에서의 성장을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후보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듯도 싶고.

 

 

결정적 순간에서 빌미를 제공한 탈락자들

 

이제 다른 각도에서 강승윤의 생존이유를 찾아보자.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강승윤 스스로가 만들어낸 생존의 이유였다면 앞으로 이야기 할 내용은 그와 최종진출을 다투었던 상대 후보자들이 강승윤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빌미에 대한 것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의도하지 않게 충분조건까지 마련해 준 탈락자들의 불운이자 실력인 셈이다.

 

첫번째 경합자 현승희

 

 

슈퍼위크 최종회에서 심층면접 과정을 거쳐 마지막 순간까지 강승윤과 경합을 벌였던 후보자 현승희.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무대 울럼증. 다년간의 가수생활을 통해 그녀의 무대 울럼증이 생방송 본선무대는 물론이고 프로가수로 활동하는데 있어서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심사위원들 입장에서는 그 점에서는 확실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강승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오히려 이때 부각된 '자신이 가진 능력에 비해 지나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강승윤의 기질은 생방송 무대 내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영향을 받았으니까.

 

 

두번째 경합자 김소정

 

 

실력외적인 플러스 요소(외모, 학력, 댄스가수라는 희소성 등)로 보자면 강승윤에게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던 김소정 역시 첫번째 생방송에서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 나머지 격렬한 안무는 멋지게 소화해 냈지만 가창력 측면에서 크게 부각되기 어려운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불안하게 소화해 내면서 역시 혹평을 들었던 강승윤에게 매우 근소한 차이로 기사회생할 빌미를 주며 탈락하고 만다. 이 라운드에서만큼은 강승윤에게 천운이 따랐다고 할 수 밖에.

 

 

세번째 경합자 박보람

 

 

인터넷 사전투표 결과와는 상관없이 Top 11 무대에서 다시 얻기 어려운 이승철의 호평을 받았던 박보람은 이문세 명곡미션에서 곡 선택만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강승윤을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첫번째 생방송 무대에서부터 팬심의 지지를 획득하기 시작한 강승윤의 기세를 감안했을 때 그녀가 이전 라운드보다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탈락할 위험성이 있었음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듀엣곡 '이별이야기'는 그녀만의 매력을 보여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선택이었고 상대적으로 강승윤은 조금은 더 수월하게 생존에 성공한다.

 

 

네번째 경합자 김지수

 

예선은 물론 본선 생방송 첫 무대까지만 해도 강승윤에게 김지수는 넘사벽에 가까운 후보였다. 김지수의 패인은 어제 무대의 영향도 일부 있지만 두번째 라운드에서 넘사벽의 이미지를 지키지 못한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강승윤의 상승세를 감안했을 때 김지수는 두번째 무대에서 시청자들에게 강승윤과의 수준차를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으로 기타를 내려놓고 평범한 수준의 무대를 보여줌으로써 강승윤이 이변을 일으킬만한 여지를 남겨두고 말았다.

 

 

신데렐라 합주를 통해 한때 장재인과 쌍벽을 겨루는 강력한 우승후보의 이미지가 정점이었다면, 허각과 존박의 부상으로 Top 4의 위치까지 밀렸던 김지수 입장에서 강승윤과의 격차를 벌리기는커녕 Top 3와 구별되는 군소후보의 이미지가 되면서 저 정도면 강승윤도 해볼만 하겠는데 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제 무대에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압도적인 무대로 슈퍼 세이브의 주인공이 되는길 뿐이었다.

 

 

어제의 무대는 김지수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이전 라운드보다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존박과 허각을 누를 정도가 못 되었고 다양한 면에서 이미 철옹성을 구축한 장재인을 열외로 한다면 당연히 강승윤의 타겟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윤종신이 표현한대로 강승윤은 처음으로 부족하나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미 현장투표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김지수라는 대어를 낚는데 성공한다.

 

 

강승윤의 약진은 어디까지일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프로야구에서 4위 롯데가 시즌 후반 상승세를 등에 업고 포스트시즌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처럼 현재 3위권으로 평가되는 허각 역시 바짝 긴장해야 한다. 김지수를 무너뜨린 강승윤에게 허각 역시 넘사벽의 존재는 아니니까. 현재 상태로만 본다면 장재인과 존박만이 그의 타겟에서 살짝 비켜서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허각마저 잡아먹은 강승윤을 상대하는 상황이 온다면 안심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어떤 변수가 더 생길지 모르니까 말이다.

 

 

어제 무대에서 허각은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역시 김지수의 탈락을 보면서 위기감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고 여기까지 자신을 이끌어준 가창력만으로는 남겨진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음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주 무대는 말 그대로 허각과 강승윤의 생존싸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냉정하게 말하면 불리한건 허각이다. 항상 지키는 것이 힘든 법이니까. 강승윤이 이번주처럼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허각이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김지수와의 대결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것은 뻔하고 말이다. 게다가 다음주부터는 슈퍼 세이브 제도도 없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이 제도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강승윤에게 호재일 수 밖에 없다.

 

 

남은 변수는 어떤 미션이 준비되어 있느냐다. 이번주 미션덕을 톡톡히 본 존박의 사례를 볼 때, 당일 컨디션과 더불어 허각과 강승윤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 미션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허각이 살아남기를 기대한다. 이제까지 강승윤의 생존이유의 이면을 긍정적으로 살펴보긴 했지만 여전히 60%의 현장문자투표의 비중은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적어도 심사위원 평가비중을 50%로 하고 현장문자투표 비중은 40% 정도로 조정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엄정화에 대한 심사위원 자질 논란에 대하여

 

몇번이고 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엄정화에 대한 논란의 책임은 본인보다는 슈스케 제작진에 있다고 본다. 시즌 1에서 다재다능하긴 하지만 MC 역할로는 어울리지 않았던 임창정 미스캐스팅의 재판이기 때문이다. 엄정화는 훌륭한 가수로서 심사위원이 될 자격이 있지만 심사위원 역할에 맞는 사람은 아니다. 이런 연유로 그녀에게 지금 상황은 매우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녀가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는 이승철과 윤종신에게 심사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나 심사평을 이야기 할 때의 표정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후보자들이 그렇듯이 엄정화 역시 자신과 관련된 부정적 글들을 모니터링하는게 틀림없다. 그 증거는 유일하게 심사시 인이어를 착용한 윤종신과의 비교글 때문인지 그녀 역시 어제 무대에서 발빠르게 장착을 했고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이 아니라 심사오디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위축된 그녀를 지켜보는 것은 안쓰러운 일이다. 다행히 마지막 무대를 치른 허각과 존박에 대한 심사평에서는 지금까지 중 제일 적극적이고 마음을 담은 코멘트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런 그녀의 고충을 촌철살인의 문구로 대변한 윤종신의 재치에도 박수를 보낸다. '심사는 심사일뿐 심사하지 말자'

 

엄정화를 비난하는 모든 분들도 이것 하나만큼은 동의할 것이다. 심사위원 그 누구보다 엄정화가 후보자들을 애정어린 시선과 마음으로 대하고 있음을. 엄격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심사위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녀처럼 따뜻함과 인간미로 감싸는 역할도 서바이벌 오디션의 완충장치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제 생방송 말미에 심사위원석에서 내려와 탈락한 김은비를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사람냄새나는 엄정화를 보았다. 지금의 MC 김성주를 적절하게 투입했듯이 시청자나 그녀 모두를 위해서 남은 기간 제작진의 새로운 심사위원 투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