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피아

한나라당의 막가파식 반면교사

재능세공사 2009. 1. 6. 14:53

한나라당의 막가파식 반면교사

 

지금 한나라당이 보여주고 있는 무식한 행태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권력을 잃은채 10년 이상 어울리지도 않는 야당노릇하느라 태생적인 정체성과 어울리지도 않게 국민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던(물론 그들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국민들은 없었을 테지만) 천막당사의 한나라당은 더이상 우리 기억에서조차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그들은 배부른 극우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분출하고 있다.

 

원래 반면교사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의 막가파식 반면교사에는 교활하고 악의적인 가르침이 더해진다. 그들이 저지른 역사에 남을 국회폭거 탄핵역풍과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정당이 된 첫 해에 추진했던 4대 개혁입법 좌절의 기억을 한나라당은 잊지 않고 있었다. 잠시 4년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보자.

 

권력탈환을 믿어 의심치 않던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으로 다시 야당신세로 전락하자 열린우리당 분당사태로 이성을 잃은 민주당과 야합해 결코 써서는 안될 탄핵카드를 사용하고야 만다. 그들의 저열한 의도와는 다르게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 주지만 박근혜의 읍소작전으로 한나라당은 탄핵역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국회에서 헤게모니를 잡게된 열린우리당은 극우정당의 존립근거라 할 수 있는 대표적 4대 악법에 대한 개혁(국가보안법 폐지(후 형법 보안) 2.과거사 진상 규명법 3.사립학교법 개정 4.언론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바로 지금의 민주당처럼 한나라당은 배수진을 치고 국회 본회의장 점거를 통해 제 2 의 탄핵역풍 사태를 유도한다. 탄핵역풍으로 과반수 정당이 된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나약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기대대로 열린우리당은 결국 국민을 믿지 못하고 오늘의 뼈아픈 사태를 잉태하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 또 한번의 탄핵역풍에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개혁정당에게 힘을 몰아준 국민의 뜻에 역행하여 끝내 김원기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포기하고 정동영은 박근혜와 생뚱맞은 상생의 정치를 약속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 사태를 계기로 열린우리당은 무늬만 과반수 정당으로 급속히 전락하고 모든 헤게모니는 다시 야당 한나라당에게로 넘어간다.

 

 

열린우리당의 몰락과 집권초기 레임덕에서 얻은 한나라당식 교훈

 

청계천 신화 하나로 확고부동한 대권주자가 된 이명박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흠집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총선에서도 과거 열린우리당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만약 촛불이 조금만 더 일찍 타올랐더라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겠지만 국민들은 또 한번 집권당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권력을 부여했다. 오로지 경제하나 살려보라는 허망한 기대를 품고 말이다. 이때부터 권력 금단증세를 최대한 참아왔던 한나라당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세좋게 집권을 시작했지만 촛불정국으로 전무후무한 집권초기 레임덕으로 홍역을 치렀고 계속되는 자충수로 국민들의 신임을 홀라당 까먹었다. 야당 시절의 한나라당이었다면 이 정도 시점에서 다시 마음에도 없는 굴욕모드로 변신했겠지만 그들은 더이상 힘없는 야당이 아니었고 역시 국민들을 상대로 상식적이고 민주적인 대응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몰락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막가파식 반면교사를 이끌어 낸다.

 

어차피 국민들에게 욕먹을바에야 무슨 짓을 해도 변하지 않는 막가파 지지자들이라도 즐겁게 하고 힘이 있을때 그들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합치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마침 경제도 점점 안 좋아지고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으니 이보다 더 유리한 상황은 없다고 판단한다. 열린우리당처럼 권력을 쥐고도 휘두르지 못하다가 망하느니 집권당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모든 불만을 잠재워 버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한나라당의 폭주에 뜻하지 않은 제동이 걸리다

 

연말을 앞둔 한나라당의 기세라면 질서유지권 발동에 이은 85개 법안 날치기 처리는 당연한듯 보였다. 명분축적용으로 마음에도 없는 야당과의 협상테이블에 여러번 앉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당장 이 지긋지긋한 실갱이를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을게다. 1월 4일 사태는 그 음흉한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끝날 게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형오 국회의장은 그 정도로 독한 인물이 아니었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며 사태를 관망해 왔던 박근혜는 최고의 타이밍에서 한나라당의 뒷통수를 때리고 만다.

 

이제 그들의 폭주는 동력을 잃었다. 국회의장과 박근혜의 비토하에서는 이명박 정부도 한나라당 지도부도 더이상 밀어붙일 명분이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일이다. 사실 당장 지금의 일만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폭주를 막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폭주가 실현되었을 경우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전 국민적 저항운동이 시작되었을 것이고 한나라당의 몰락은 기정사실화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부터 한나라당은 더욱 교활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더욱 더 소리소문없이 그들의 독재기반을 마련하는데 모든 권력을 동원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최악의 국민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새로운 대안이 움틀 싹을 아예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스스로 신뢰를 얻기보다는 누구도 신뢰를 획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만이 그들의 권력을 지키는 최선의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진보정당의 깃발을 세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욕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이 괴롭고 처참한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대안이 하루아침에 뚝딱 나타나기를 허망하게 기다려서는 안된다.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안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정당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세우는 유연한 진보정당의 깃발을 스스로 내걸고 목놓아 대안정당을 찾는 국민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저들이 장악하고자 하는 방송을 우리 손으로 지키는데서 그 시발점을 찾아보자.

 

족벌언론과 재벌 그리고 양아치 정치세력이 좌지우지하는 방송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개혁진보세력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파나 이념도 끼어들 틈이 없다. 그들과 한판 싸움을 벌이며 우리들이 꿈꾸는 유연한 진보정당으로 세력화하자. 그것만이 저 폭주하는 정치 모리배들과의 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단 방송을 지켜내자. 그리고 그 승리의 과정에서 우리들 사이에 존재했던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서로 존중하고 함께 공유할 가치를 재확인하자. 우리들이 들었던 수많은 종류의 촛불을 모아 활활 타오르는 진정한 희망의 횃불로 만들자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