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감동적이었던 애란원돕기 '희망옥션'

재능세공사 2008. 12. 24. 15:13

이콥인들과의 첫번째 조우

매봉역에서 상담을 하나 끝내고 교대역에서 김지혜 코치님과 합류하여 서초아트홀로 향했습니다. 낯가림이 별로 없고 들이대길 잘하는 저였지만 아무래도 첫번째 조우인만큼 살짝 긴장이 되더군요. 그래도 김코치님이 곁에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서초아트홀로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참석하신 분들이 훨씬 적어서 주최측 분들의 심기(?)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김코치님과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데 등뒤에서 상큼한 목소리가 들여 오더군요. 다짜고짜 낭랑한 목소리로 '누구세요?'를 외치는 그분은 당근 이콥월드의 안주인 김이숙 대표셨습니다. 내심 드레스코드를 맞추지 못해 빨간색의 명함으로 어떻게든 비벼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확하게 정곡을 찌르시더군요. 유쾌한 첫대면이었습니다. 김대표님의 이러한 자기다움이 많은 분들을 이콥월드의 세계로 이끌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플하게 차려진 부페식사는 이콥새내기의 배를 편안하고 기쁘게 해주면서 다가올 콘서트를 즐길 만반의 준비를 도와주었습니다. 이때 레드 나비넥타이로 살짝 멋을 낸 이날 콘서트의 메인 MC 손진기 대표님이 그만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등장하셨습니다. 처음 본 순간 타고난 입담꾼이구나 했습니다. 정제되고 안정된 목소리 톤을 베이스로 순간순간 질러대는 재치와 위트는 저같은 새내기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로 매니아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간단한 진행가이드와 함께 애란원에서 급파된 미모의 도우미 세 분을 각 코너별로 가배얍게 보내시고는 참가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시더군요. 아마도 듣고 있던 모든 분들이 기꺼이 호주머니를 털리기로 마음먹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게다가 즐겁고 흥겨운 게임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다만 다음번에는 조금 더 창의적이고 신선한 게임을 개발하면 더 많은 참여와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머리를 짜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나는 놀이와 함께 한 기부게임

세가지 코너가 열렸습니다. 다트게임, 볼링, 훌라우프. 게임에 참여해서 성적에 따라 가상돈을 따거나 기분좋은 페널티로 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세가지 게임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모은 사람에게 이날의 MVP상을 시상한다는 얘기에 저마다 전의를 불태웁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고 열기가 느껴지더군요. 그 와중에 기분좋은 기부금액이 쌓이고 도우미분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다트게임장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고 저마다 경쟁적으로 정중앙에 다트를 꽂기 위해 열고를 외쳤습니다. 저역시 무려 네번의 시도를 했지만 돈은 얼마 벌지 못하고 기부금액만 쌓여갔습니다. 몇몇 분들은 다트에 타고난 재능을 선보여서 제가 오죽하면 용병으로 쓰면 안되냐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할 정도였답니다. 집에 아예 다트를 하나 사서 연습해야겠다는 곤조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볼링과 훌라우프에서도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그 자체로 기분좋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중에 기부금액을 종합해 보니 예상외로 훌라우프에서 가장 많은 돈이 모였더군요. 아마도 정말 독특한 폼으로 훌라우프를 돌렸던 분의 공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중요한건 이 분이 한번도 돌리지 못하는 실력으로 출발해 그 짧은 시간에 자기만의 훌라우프 돌리기를 체득했다는 사실이죠. 청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그 분의 일취월장에 축하를 보내 주었습니다.


1부. 이콥스 탤런트 Show - 자기다움 경연장

첫번째 주자로 나선 국내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톱연주자 강희용 이사님은 말 그대로 청중들을 압도했습니다. 저도 티브이에서만 간헐적으로 접하던 톱연주를 처음 현장에서 들었는데 감동의 수준이 다르더군요. 연주 그 자체도 좋았지만 톱연주에 몰입해서 그 현장에 홀로 존재하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그윽한 표정을 짓고 계시는 강희용 이사님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도올 선생의 아쟁을 연주하면서 보여주었던 아우라를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연주후에 이런저런 톱연주에 대한 청중들의 궁금증을 자상하게 풀어 주시던 강희용 이사님은 새로운 어록이라도 불러도 좋을 멋진 코멘트로 또 한번 청중들 가슴을 저격했습니다. "이 톱이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대장간이나 어느 이름모를 숲에서 나무를 써는데 이용되다가 낡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를 만나서 이 톱은 아름다운 음악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악기가 되었다. 우리 이콥인들의 만남도 이와 같은게 아닌가 싶다"

무려 2,500곡 연주가 가능하시다는 강이사님의 내공은 이미 기술의 경지를 넘어선 것으로 보였습니다. 꽤 오랫동안 함께한 그의 톱 상단에 선연하게 맺힌 손가락 자국은 그의 치열한 톱연주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짐작하게 합니다. 곁에서는 강이사님의 사랑스런 딸이 반주를 해주고 사랑하는 아내분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연주장면을 캠코더에 담더군요. 저나 몇몇 사람은 이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을 조금이라도 담기 위해서 휴대폰을 들기도 했구요. 다시한번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감동적인 연주와 코멘트 그리고 아름다운 가족애까지 보여주신 강희용 이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두번째 무대는 김이숙 대표님의 강권에 의해 이끌려 나오셨다는 메인 MC 손진기 대표님의 플룻연주였습니다. 사회자에서 연주자로 변신을 꾀해서인지 잠시 쑥스러워하셨지만 이내 멋진 플룻연주로 청중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촌철살인의 유머를 잊지 않으시더군요. 앵콜곡에서 두번의 삑사리를 냈다고 스스로 고백했지만 사실 저같은 문외한은 틀리신지도 몰랐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었답니다..^^ 딱 보기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서치라이트형 재주꾼이셨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독대를 해서 그의 재능을 훔쳐봐야겠습니다..

세번째이자 이날 공연의 클로징 주자는 나라인재개발소 박은수 대표님입니다. 역시 쑥스러워하시는게 역력한 표정이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여유있게 즐기는 모드로 자연스럽게 전환하시더군요. 창밖을 보라, 루돌프 사슴코, We wish your merry christmas 등의 노래를 박대표님의 선창을 발맞춰 동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부르고 나니 진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마지막으로 닐 다이아몬드의 'solitary man'을 열창하실때는 아티스트의 풍모가 보여서 더 멋있게 보였습니다. 김지혜 코치님이 아주 멋진 목소리를 가졌다고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더군요. 벌써 두명의 확실한 팬이 생기셨습니다..^^

당초 계획에는 피아노 연주, 탭댄스, 중창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런 아쉬움을 저만치 날려버릴 만큼 멋진 자기다움의 경연장이었습니다. 이콥인들의 재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탤런트 쇼였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의 자기다운 재능을 뽐내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2부. 애란원돕기 희망옥션 - 우리들의 작은 손길이 세상을 바꾼다

희망옥션이 시작되기전에 애란원에서 준비한 동영상을 통해 미혼모들의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그들의 아픔과 자립의지, 그리고 후원자들이 보내준 희망이라는 씨앗에 대한 감사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중들 모두가 숙연해지더군요. 곧이어 한상순 원장님이 애란원의 활동과 현실적 어려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노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를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설명 말미에 원장님이 쉽지 않은 개인사와 더불어 소개한 한편의 시는 저를 울렸습니다. 원장님 표현대로 이 한 편의 시안에 그 어떤 수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시를 낭독하고 의미를 설명하며 목이 매이던 원장님의 무조건적인 사람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모든 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 그 시를 옮겨봅니다.

살다가 보면 
- 이근배 -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 보낼 때가 있다.

 

떠나 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 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의 메인 취지라고 할 수 있는 2부가 참 와 닿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제가 나눌 수 있는 재능을 기부했고 많은 분들이 유무형의 경품을 내놓으셔서 희망옥션에 걸맞는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매를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손진기 대표님의 재치있는 진행이 빛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저마다 필요한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때론 경쟁하고 때론 양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김이숙 대표님은 사회자로부터 장보러 왔냐는 비아냥을 들을만큼 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경매에 내놓은 물건 중 녹용엑기스가 제일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백화점에서 막 공수해 왔다는 좋은 화장품을 하나 챙기게 되어 뿌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후기를 쓴다는 조건으로 받은 귀여운 곰인형 사르르는 딸아이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해서 기분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새내기에게 곰인형을 기꺼이 내주신 김이숙 대표님께 감사 드립니다. 아이가 항상 잠잘때마다 껴안고 기분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활발하게 참여한 분은 아마도 평강식물원 원영옥 부원장님일껍니다. 이 분이 기부하신 물품을 제가 사서 기분이 좋았고 멋진 달력도 선물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내놓은 재능해석권을 가져가셨으니 보통의 인연은 넘는 셈이지요. 나중에 따로 한번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꼭 연락주세요.. 010-2218-0149입니다..^^ 재능세공권을 얻으신 김이숙 대표님께서도 대상자가 확정되면 연락해 주세요.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리겠습니다.


3부. 2008년 이콥월드 어워드 시상식

이전 프로그램에 이미 많은 시간을 보낸 상태였지만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를 그냥 생략할 수는 없었지요. 앞에서 진행한 기부놀이 최우수 선수는 톱연주 강희용 이사님의 딸이 놀라운 훌라우프 실력을 뽐내며 차지해서 커다란 순백의 곰인형을 부상으로 받았습니다. 또한 공연티켓까지 보너스로 받았지요. 여러모로 최연소 참가자답게 상복이 터진 하루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베스트 컨텐츠상과 이콥월드 인맥상은 당초 후보자들이 대거 불참한 관계로 손진기 대표님과 박은수 대표님이 수상하셨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의 맹주들답게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수상자격이 충분해 보였습니다. 내년 한해동안 온오프를 통털어 모든 행사와 모임에 무제한 참여할 수 있는 골드멥버쉽이 부상으로 주어졌습니다.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예정보다 두시간 이상 초과되어 종료됐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참석자들이 단체사진 촬영을 할쯤에는 좋은 친구들처럼 편안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 모임 참여를 계기로 순딩이 새내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콥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이름을 언급하지 못한 모든 분들을 포함해서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또 뵙게 될 날을 기약하며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