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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의 놀라운 힘 - 혼자놀기

재능세공사 2008. 12. 9. 17:40

나를 가지고 질펀하고 대차게 혼자 놀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 답이 여기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포털 다음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른살의 여성 직장인 강미영이 써낸 책 '혼자놀기'가 그 답 중 하나다. 나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느끼는 첫번째 단상은 아마도 '혼자놀 수 밖에 없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책'일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책 한권에서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은 '혼자놀기'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선입견을 보기좋게 물먹이며 창의적인 실험적 시도가 Just Do It 정신으로 거침없이 시전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시원스럽게 알려주는 자기고백서이자 독자들을 Just Do It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유혹하는 긍정적 선동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사람들은 홀로 고립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때문에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혼자 있기를 주저한다. 규모와 종류에 상관없이 무리속에 있을 때 사람들은 안정감과 위안을 얻지만 동시에 더 소중한 자기다움에 대한 훼손과 망각을 희생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저자는 자발적으로 혼자놀기의 세계로 뛰어듦으로써 자기다움의 소중함을 자기다운 방식으로 깨닫고 단지 획일적으로만 보던 세상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내공을 자기도 모르게 키울 수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강미영은 창조적 부적응자들 중에서도 유독 튀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무리속에 있으면서도 혼자있는 듯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혼자 있을 때 더 자유롭게 무리를 이루며 노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알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인간관계에서만큼은 일가를 이뤘다고 자평하는 타고난 오지랖이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한권의 책만큼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다는 사실을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실감하고 또 실감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 강미영의 자기다움이 제대로 발현된 그녀 인생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

 

좋은 책은 저자의 성공과 탁월한 능력에 대한 경탄과 부러움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독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질문을 이끌어내고 책속에 담긴 저자의 경험과 메시지의 도움을 받아 자기다운 방식으로 해답을 찾고 실험해 볼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선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유용하며 혼자놀기 메뉴얼을 압축해 놓은 노트를 따로 제공하는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다. 우선 독자들은 이 책의 부제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메시지부터 자기 일상에서 Just Do It 해야 한다.

 

자신만의 좌충우돌 체험기를 통해 혼자놀기의 진수를 맛본 저자답게 갓 입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혼자놀기' 무공을 정통으로 익힐 수 있는 다섯가지 의미가 담긴 수순을 설명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자신의 무공수준에 따라 기꺼이 변용을 가할 수 있다. 특히 필이 꽂히는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많은 독자들은 혼자놀기의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만큼은 일가를 이룬 저자의 가르침대로 일단 한번 속는셈치고 쫓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각 수순의 묘미를 우리 삶에서 어떻게 변주해 적용해 볼 수 있는지 내 사례를 가지고 살펴보도록 하자.

 

   

Surprise - 내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나에게 (Just Do It 정신의 묘미)

 

다행히도 저자가 전하는 첫번째 혼자놀기 수순에 나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비록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그렇게 보내지 못한 시간이 많았지만 최근 3년간 나는 그동안 주저해 오던 내속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새로운 시도에 기꺼이 나를 내던졌다.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자기다움에 대한 훼손을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공통적인 지혜를 어떻게 나의 자기다움과 조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만의 아지트를 확보했을 때 우리가 체험하게 될 묘미에 대한 저자의 권고도 좋았지만 '아가씨 여관을 가다' 부분에 강렬한 필이 꽂혔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모텔이나 호텔을 이용해 본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그것조차도 그저 하룻밤 유숙이라는 단순한 목적하에 진행되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저자의 여관에서 혼자놀기 신공은 나 역시 제대로 한번 그 공간의 묘미를 즐겨봐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부채질했다. 올해가 가기전에 나는 그 여정에 나설 것이다..^^

 

 

Energy - 낯선 공간이 나를 춤추게 한다 (흔한 것들을 다르게 맛보는 묘미)

 

저자가 말하는 낯선 공간은 사실 흔한 공간이다. 우리들은 거창한 일탈이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만이 낯선 공간과 만나는 유일한 길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렇게 속삭인다. 꼭 그렇지많은 않다고. 그 흔한 공간조차도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특별한 낯선 공간이 될 수 있는지 알면 놀랄꺼라고 말이다. 다르게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저자의 엉뚱하리만큼 기발한 시선은 마법같은 체험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비틀면 여유가 보인다'와 '내 몸에서 찾은 한 뼘의 행복' 대목에서 많이 공감했다. 그날밤 바로 홀딱 벗고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한 뼘의 행복을 찾아 나섰고 무수히도 많은 또 다른 나의 일부를 찾는 개가를 올렸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에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나의 훌륭한 혼자놀기 스승으로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Like - 내 속에 꼭꼭 숨겨둔 마음상자 열기

 

앞 선 두가지 수순을 충실히 밟은 이라면 꽤 깊숙한 곳에 숨겨둔 진짜 나다운 마음상자의 빗장을 서서히 풀 수 있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고 어떤 공간이 나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해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할지에 대한 힌트가 들어 있는 마음상자 말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쉴새없이 제시하는 방법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걸 풀어가고 해석하는 방식 역시 혼자놀기의 고수답다. 어쩌면 이 중요한 메시지를 깨닫기 위해서 저자의 의미있는 혼자놀기 방황이 이리도 길었는지도 모른다. 

 

'문을 잠그면 자유가 보인다'와 '출근버스에서 뛰어내리다' 꼭지가 또 한번 내 마음속으로 씩씩하게 무찔러 들어 왔다. 나는 그녀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유배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리고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을지 최대한 실감하고 싶어서 나의 '미래지향' 재능을 총동원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고 나머지 반을 채우기 위해 그녀의 처방전을 따라하기로 또 한번 결심했다. 위에서 언급한 두번째 꼭지는 내가 직장인이었을때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매일 매일을 처진 어깨와 힘겨운 발걸음으로 직장으로 향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한번쯤 저질러보라고 내가 나서서 선동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물론 뒷일은 책임지지 못하지만 말이다..^^

 

 

Feel - 누구에게나 혼자이고 싶은 날이 있다 (혼자이고 싶을 때 자기답게 즐기는 법)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는 외롭고 서글프고 괴롭고 조급해지기 일쑤다. 사람들은 이럴때 더욱 다른 이를 필요로 한다. 아니 혼자있기가 두렵다. 물론 자기만의 동굴속으로 들어가 그런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건 생산적이지 못한건 같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혼자이고 싶은 날로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대신 자기만의 독특한 신공으로 무장하고 이런 감정들을 기분좋게 비틀어 보는 효용에 대해 자신의 사례를 통해 톡톡 튀며 설명한다.

 

'혼자 밥먹는 사람이 강하다'는 마치 혼자 밥 먹을 일이 많은 나를 위한 맞춤식 조언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밥을 잘 먹는 사람이지만 그녀는 한단계 더 나아가 그 이상의 묘미와 의미를 잡아챌 수 있는 참신한 시각을 제공해 나를 기쁘게 한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단순반복 수작업'은 또 어떤가. 단순반복 작업을 죽어라 싫어하는 내게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그런 일조차 힘이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습관처럼 인터넷을 시작할 때 꼭 둘러 보는 몇가지 사이트 순례 역시 그런 일에 해당되는게 아닐까..^^

 

 

!ink -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마음이 마음에게 (자기답게 우리속으로)

 

드디어 혼자놀기의 종착역에 도달했다. 만약 이 대목이 없었다면 나는 저자를 진정한 혼자놀기의 고수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안에서 아무리 재미있고 의미있게 논다고 한들 다른 이들의 자기다움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기루이며 말 그대로 혼자놀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자기다움을 자신의 삶에서 튼실하게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의 어울림이란 휘둘림이지 진정한 관계 맺기가 될 수 없다. 저자는 그런 균형추의 관점에서 혼자놀기 부분이 홀대받았음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그 간격을 충실히 메꾸고 난 후 이제 자신있게 너와 우리와의 관계를 향해 나아갈 것을 말하기 시작한다. 

 

'부모님, 드디어 독립하다' 대목이 너무나 절실히 와닿았다. 그녀는 스스로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효녀는 아니라고 고백하지만 그녀답게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아빠와 엄마가 더이상 부모라는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당신들의 고유한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당장 따라쟁이가 되어야 할 대목이며 한발 더 나아가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음모를 꾸미게 만든다. '같이 따로, 따로 같이'는 혼자놀기와 어울림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알려주는 명쾌한 선언이다. 그렇게 우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관점을 시의적절하게 변용해 가면서 우리 삶을 되돌아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오로지 믿을 것은 'Just Do It' 정신 뿐이다. 그것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이라는 모호한 안개로부터 우리만의 시야를 명쾌하게 제시해 줄 것이니.

 

 

에필로그 : 혼자를 넘어서.. 60억개의 혼자놀기!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게시판 중 꽤 많은 이들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득찬 메뉴가 있다. '오천만의 역사, 오천만의 꿈'이 그것이다. 구본형 소장은 이 게시판을 만들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기다운 10대 풍광을 꿈꾸고 멀지 않은 미래에 그 설레이는 풍광과 만나기를 소망했다. 저자 강미영도 스승과 같은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더 원대한 소망을 피력한다. 이 책이 60억개의 자기다움이 신명나게 노는 혼자놀기로 지구가 들썩이고, 다름 그 위대한 위안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축제의 순간을 여는 작지만 의미있는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미 그녀가 이끄는 위대한 축제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 모두가 그녀의 아름다운 소망속으로 기꺼이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그속에서 우리는 혼자놀기의 또 다른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고 어울림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함께놀기의 맛에 풍덩 빠져 벌일테니 말이다. 그때가 오기전까지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질펀하고 대차게 자기를 가지고 신나게 놀아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 자체로 인생의 또 다른 맛을 느끼며 에너지가 충만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