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자기계발 패러독스 Part 1. 자기계발이란 무엇인가? (2)

재능세공사 2011. 11. 2. 22:17

자기계발 간판테마 : ‘성공’ & '행복'

 

자기계발 테마의 양대산맥은 역시 ‘성공’과 ‘행복’이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하고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 인생의 목적이자 자기계발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문제는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저마다 생각이 아주 다르다는 데 있다.

 

성공하면 행복해 진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행복과 성공은 무관한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전자는 그래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고 후자는 행복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열심히 찾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느 쪽인가?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던지는 화두이긴 하지만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성공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명쾌하다. 목적한 바를 이룸. 이 단순 명쾌한 정의를 있는 그대로 따르면 인생의 목적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와 의미는 아주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런데 유의어(성취, 입신, 달성) 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단어가 ‘세상에서 떳떳한 자리를 차지하고 지위를 확고하게 세움’이라는 의미의 ‘입신’이다. 이는 조금 더 세속적인 의미가 강화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이름을 널리 알림’이라는 뜻의 ‘출세’와 ‘양명’으로 이어진다.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과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기회의 제한은 경쟁을 불러 일으킨다. 경쟁은 결과로 평가되고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이런 종류의 성공의 룰을 받아 들이는 순간 우리 인생의 선택지는 극단적으로 좁아지고 패자의 아픔을 감내하며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저서 ‘불안’에서 속물근성과 능력주의가 우리 속으로 스며들면서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짓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높은 지위와 명성은 ‘부’와 ‘권력’으로 바꾸어 부르는게 더 실감난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부와 권력의 획득이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유일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어느 덧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성공의 정의로 굳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성공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탐구보다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더 선호했고 '성공학' 또는 '처세술'에 귀를 기울였다. 이미 세상으로부터 성공적인 삶을 이루었다고 객관적(최소한 부와 명성의 측면에서)으로 인정받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직접 또는 제 3자에 의해 성공비결과 법칙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드라마틱하고 특별한 성공스토리에 열광하며 자신들의 삶에도 당장 써먹을 만한 노하우나 극적인 계기를 찾아내고 싶어 했다.

 

성공한 기업가, 정치인, 종교인 등이 성공스토리의 단골주연으로 등장한 것은 부와 권력의 획득이라는 지배적인 성공의 정의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나 물질적 가치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의식이 심화될수록 신화적인 업적을 세운 기업 CEO들은 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서 설명한 ‘자기관리(경영)’개념이 자기계발 분야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경제/경영 분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성공전략, 목표, 비전, 사명선언서, 리더십, 시간관리, 역량개발, 동기부여 등의 자기계발 키워드를 양산했다.  

 

또 한편으로 많은 성공스토리에서 사람들은 ‘꿈’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를 발견했다. 지금까지도 이 단어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테마 중에 하나다. 자신을 둘러싼 남루한 현실이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질수록 사람들은 아득해져 가는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꿈이라는 키워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미하게나마 희망과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꿈이라는 키워드를 들여다 보면 ‘이루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등의 다양한 의미들이 담겨 있다. 이 모든 의미들은 열정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와 연결된다. 열정이라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꿈의 힘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성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로 받아 들여졌다. 단지 막연하고 추상적인 꿈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측정 가능한 ‘비전’, ‘목표’, ‘사명선언서' 등의 경영학적 용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지와 상관없이 생각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내 꿈은 뭐였지? 내가 꿈꾼 적이나 있었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지? 와 같은 근본적인 의구심들이 끊임 없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안정적인 삶에만 익숙해진 탓에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꿈에 대한 감각을 상당 부분 잃은 탓이다. 또 하나 그들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은 ‘진짜 꿈꾼다고 다 이루어지기나 할까?’, ‘나에게 그 꿈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하나라도 있을까?’와 같은 때 이른 걱정이자 두려움이다.

 

이런 의문은 스스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인간인가? 나는 어떤 성향과 기질을 가진 사람인가? 나는 어떤 재능과 소질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어떤 행위와 업적에 열정을 느끼는 인간인가? 이런 질문들에 그 대단해 보이던 성공스토리들은 충분히 답해주지 않았다. 내가 그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들은 조금씩 이 질문들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하진 않지만 내면탐구의 가이드가 될 만한 기질 및 재능검사 도구를 제공하고 저마다의 행위나 심리에 대한 풍성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지식들을 꾸준하게 생산해냈다.

 

인간내면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들의 재능과 기질을 부러워 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되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더 나약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여기게 만들기도 했다. 이 심리적 틈바구니를 파고든 것이 약점보완 중심 사고다.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의 부족을 자기만의 고유함과 상관없이 지식, 기술, 방법론 등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는 이에 호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자기개발 컨텐츠와 프로그램 시장을 만들어 냈다. 약점보완만 충분히 해내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그릇된 신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기획능력, 창의성개발, 효율성을 담보하는 다양한 관리기법, 화술, 발표력, 협상력, 재테크능력 등 부와 명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기술은 한도 끝도 없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눈을 팔 수는 없다. 흔들림 없는 능력개발을 성공의 열쇠로 여기는 이들에게 꿈은 어느새 이질적인 단어가 되고 ‘효율성’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 된지 오래다. 원래 의도한 삶의 목적에 얼마나 근접한 결과를 냈는지 보다 얼마나 빨리 측정 가능한 목표에 도달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성공의 잣대가 되버린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먼저 사전적 정의를 보자.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성공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물질적, 행위적 요소가 강한 반면, 행복에 대한 정의는 정신적, 정서적 요소가 다분하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떠올리게 한다. 깨닫지 않고서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기쁨이 순간적인 행복감이라면 만족은 보다 긴 여운이 있는 행복감이다. 깨달음이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행복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깨달음은 물리적인 체험과 더불어 영적인 성찰을 필요로 한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철학과 종교가 자기계발과 맞닿게 되는 출발점이다. 철학이 인간중심의 성찰이라면 종교는 신이나 절대자와의 관계중심의 성찰이다. 결국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삶의 주체인 나와 세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여기는지에 따라 행복의 의미는 달라진다.

 

행복을 중시하는 이들은 결코 성공을 무시하지 않는다. 다만 조화나 균형을 잃기 쉬운 성공의 맹목성과 저돌성을 경계할 뿐이다. 그래서 행복의 종류와 행복상태에 이르는 방법은 성공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느릿하고 소박한 삶에서 유유자적하며 누리는 행복, 다양한 방식의 명상과 영성활동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행복,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스스로 설정한 의미 있는 성취와 성장을 통해 누리는 행복, 더 많은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교감하고 공명하면서 누리는 행복 등 선택지는 많다.

 

행복에 대한 조금 더 소박하고 실용적인 접근도 있다. 불행한 과거로부터의 탈출 자체를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행복의 잣대로 삼는 이들도 있다.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차곡차곡 쌓아 나가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무엇인지 깨달음으로써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요구에 호응하기 위해 자존감을 높여주고 과거의 상처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치유하고 해방시켜 주려는 상담과 정신훈련 등이 개발되고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구체화 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컨텐츠와 방법론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행복을 다른 이들보다 더 자주 더 충만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자기계발 전문가들이 자주 꼽는 또 다른 키워드가 '긍정'과 '몰입'이다. 모두가 예찬하는 긍정의 진짜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이라면 흘려 보내거나 소홀히 하기 쉬운 의미와 가치를 놓치지 않고 삶의 에너지로 삼을 줄 안다는데 있다. 긍정이라는 개방적이고 따뜻하며 섬세한 안테나는 남들보다 월등하게 다양한 에너지 채널을 열 수 있게 만들뿐 아니라 힘든 현실속에서 소진될 수 밖에 없는 에너지를 최소화 하고 활발한 에너지 채집과 공유를 통해 전체적인 에너지 총합을 플러스 상태로 유지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에너지 선순환 속에서 행복을 더 자주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몰입'은 내밀하고 충만한 수준의 '행복'을 이끌어 내는 능동적이며 효과적인 에너지 집중과 증폭행위다. 긍정이 폭넓은 에너지 그물망이라면 몰입은 고도로 농축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기만의 질서다. 스스로 즐기고 좋아하는 행위를 찾아 내고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에서부터 최소한의 시도가 가능한 '몰입'은 방향성 없는 치열한 노력이나 부와 권력의 획득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희망적인 것은 몰입이 능력과 노력보다는 자신에게 의미있는 삶의 방식과 원칙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성공과 행복이라는 간판테마 모두에서 중시되는 또 다른 키워드 두 가지는 '인간관계'와 '변화'다. 인간관계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성공과 행복의 열쇠로 인정받고 있다. 성공학에서의 인간관계 관련 주요 화두는 '인맥론'과 '리더십'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영향력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인맥론이라면 리더십은 스스로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동기부여와 역할 분담으로 구성원 모두의 잠재력과 역량을 결합시켜 더 크고 도전적인 성공을 일구어 나가는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행복론에서의 인간관계 관련 주요 화두는 '공감', '존중', '사랑'이다. 모두가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서적 요소가 다분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다른 사람의 느낌과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이해하고 실감하는 공감은 행복으로 가는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다. 공감 없는 존중과 사랑은 있을 수 없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이는 행복하기 어렵다. 타인이든 스스로에게든 존중의 핵심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자기 주체성의 확보다. 공감과 존중이 쌓이고 익어 가면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열매는 맺는다. 사랑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을 주고 받는 행위 모두 행복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변화’라는 키워드를 살펴 보자. 자기계발 분야의 고객은 어떤 의미에서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하거나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다. 또는 성공이나 행복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이거나. 그들의 출발점은 자신의 현재 상태와 원하는 상태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변화사상가 구본형은 이렇게 단언한다. 아직까지 그 어떤 자기계발 전문가도 변화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이들을 각성 시키는데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어떤 계기를 통해서건 자발적인 각성과 선택 없이는 변화는 시작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지만 그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하고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 내리겠다는 용기와 의지는 기본이다. 다양한 종류의 두려움과 불안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자신의 나약함을 확인하는 일상으로의 회귀가 몇 번이고 반복되면서 금방 지쳐간다. 변화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과 스스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또 다른 적이다.

 

왜 변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변화의 의지와 동력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 만큼의 변화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간절한 질문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앞장 서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변화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하고 체험을 통해 검증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변화에 성공한 흔치 않은 사람들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해내는 것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변화는 성공과 행복을 꿈꾸는 이들 모두의 여정에 빠질 수 없는 자기계발의 영속적인 키워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