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슈퍼스타 K 우승의 키워드 - 자기다움

재능세공사 2009. 9. 11. 09:37

슈퍼스타 K에서 확인한 자기다움의 힘

 

최근 케이블방송을 통해 전파를 타고 있는 슈퍼스타 K는 상업적 요소를 두루 갖췄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꿈꾸는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슈를 일으키는 프로그램답게 다양한 비판에 노출되고 있기도 하지만 시청자들과 스타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재미와 기회, 그리고 도전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싶다.

 

슈퍼스타 K안에는 열정, 꿈, 재능, 용기, 노력, 경쟁, 성공 그리고 감동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꿈에 도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잃어버린 꿈을 생각하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같이 일희일비하며 간접체험을 통한 대리만족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답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재능을 중심으로 열정적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재능세공사의 눈에 비친 슈퍼스타 K는 그래서 좀 특별하다.

 

 

제작진과 심사위원들이 슈퍼스타 K 우승자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존자의 범위가 좁혀지면서 도전자들간의 실력차이는 큰 변수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지역예선이 가능성 있는 원석을 가려내는 작업이었다면 서울 슈퍼위크에 참여한 40명에서 본선 참가자 10명을 결정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궁금해 하는 중요한 잣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그룹미션과 패자부활전을 통해 22명이 추려지고 나서 도전자들의 색깔을 분류해 내고 라이벌 구도로 진행된 미션에서 확실한 의도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중복을 피하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들로 본선 진출자를 뽑겠다는 의지말이다.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적으로 탈락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기만의 개성이 두드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력차가 좁혀진 상태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자기다움이라는 사실은 본선 1차 생방송에서도 다시 한번 극명하게 확인된다.

 

 

자기다움 뽐내기 싸움 - 본선 1차 라운드

 

한달간의 합숙생활을 통해 본선 진출자 모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런 트레이닝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플러스요인이었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차별적인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본선 1차 생방송의 미션이 유명가수들의 리메이크곡 소화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션자체가 얼마나 자신의 개성을 잘 녹여내서 소화할 수 있느냐를 심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곡가 방시혁은 진출자들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와 곡을 선정하고 편곡하는 이번 라운드의 가장 중요하고 부담스러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방시혁이 사람들의 고유한 속성을 포착하고 발현시켜 주는 '개인화' 재능을 강점화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몇 진출자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싱크로율에 아쉬움을 표했을 법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방시혁의 역량보다는 그만큼 그들만의 개성이 두드러지지 못했음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본선무대의 심사위원들도 자신만의 관점과 재능을 바탕으로 적절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보컬능력에서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이승철, 자기다운 퍼포먼스와 최고의 이슈메이커이자 트렌드 아이콘 이효리, 가수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작곡자이자 종합적인 프로듀서로서의 안목이 돋보이는 윤종신은 본선 진출자들의 첫번째 라이브 공연에 대해 그들에게 부여한 역할에 걸맞는 코멘트로 시청자들의 판단을 돕고 있다.

 

많은 분들이 시청자들의 생방송 투표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비중이 작은 본선 라운드 심사방법의 적절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면면이 심사위원들의 평과 점수와 거의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아닌듯 싶다. 투표참가자들 개개인의 호불호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결국 생방송 진행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내린 평가가 이들의 투표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표면적인 심사비중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시청자와 심사위원 모두가 공통적으로 호평하는 진출자가 균형있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기다운 퍼포먼스의 승리자, 길학미와 조문근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돋보였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마지막 무대에 함께 선 길학미와 조문근이다. 예선과정에서부터 독특한 개성에서만큼은 다른 이들을 압도했던 두 사람은 압박감이 한결 커진 중요한 무대에서 자신들의 끼를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와 심사위원들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섣부른 예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파이널 4인안에는 포함될 훌륭한 재목들이다.

 

 

두 사람 모두 확연히 구분되는 음색을 가지고 있고 무대에서 주눅들거나 긴장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퍼포먼스를 즐길 줄 안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수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현재까지의 기량만으로 평가한다면 길학미가 조금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지만 조문근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미완의 대기다. 그의 공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음악을 즐기고 자신의 공연에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진정으로 아름답다.

 

본선 진출자 중 처음으로 탈락한 이진과 박재은은 무엇이 부족했을까? 열정, 재능, 노력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자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함(음색,퍼포먼스,곡해석능력,자신감 등)과 압박감과 긴장감을 담대하게 견뎌낼 수 있는 능력 부족이 아닐까 싶다. 생방송 이후에 확인한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유독 두 사람이 공연전에 가장 긴장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 것도 탈락의 전조는 아니었을까.

 

 

길학미와 조문근을 제외한 생존자들은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 위의 두 케이스를 남은 기간동안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 실수가 많았던 김주왕과 정선국보다는 자기만의 개성 측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인 서인국, 박나래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태진과 박세미 역시 다음 라운드에서는 자신안에 내재된 자기만의 것을 조금 더 끌어내지 않으면 우승에 계속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약점보완 보다는 강점강화에 집중하라

 

내일이면 본선 두번째 라운드가 펼쳐진다. 이미 몇달간의 경쟁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일주일 주기로 계속되는 경쟁속에서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적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약점을 보완할 것인가? 나의 강점을 조금 더 강화시킬 것인가? 아무래도 그동안의 경험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우선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방법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단기간내에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도 투자한 노력에 비해 약점보완 효과는 미약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경쟁은 누가 더 실수를 적게 하고 지적을 덜 받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특별하고 매력적인 재능을 뿜어내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예선에서 본선에 이르기까지 심사위원들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메시지는 누구도 흉내내지 말고 그럴싸해 보이는 기교에 혹하지 말고 당신만의 재능과 기질을 자신감을 가지고 더 강렬하게 살리라는 주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사위원들의 호평은 대개 참가자만의 개성이 잘 드러났을 때 나오고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나고 무리없이 노래를 소화했다고 해도 카피했다는 냄새가 나거나 무미건조함이 드러날 때면 어김없이 혹독한 비평을 쏟아냈다는 점을 상기하자.

 

김주왕은 가창력 부족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유일한 댄스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더 잘 보여주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선국과 박태진은 안정감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자신의 끼를 조금 더 과감하게 드러내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서인국과 박나래는 기교보다는 그들만의 가창력을 더욱 빛내줄 수 있는 곡의 선정과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박세미는 맑은 음색의 보컬을 역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변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

 

 

생존자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승여부와 상관없이 프로무대에 뛰어들기 전까지 다듬어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만의 무기를 발견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최대한 발현해 보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다. 어차피 프로가수에 입문하게 되면 기획사의 트레이닝과 매니지먼트로 채울 것은 많지만 당신들만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스스로가 발굴하고 계발하지 않는 한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K의 제작진과 심사위원이 보여준 잣대는 기획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은 기간동안 자기다움을 서로 견줘가며 아름다운 경쟁을 펼침으로써 결과와 상관없이 모두가 자기다운 모습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한마디 : 슈퍼스타 K의 MC로 발탁된 임창정은 미스 캐스팅이 분명하다. 임창정의 자기다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는 참가자들과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로 불리우기에 충분한 심사위원들이지만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진행과는 거리가 먼 구성인만큼 MC만큼은 전문적인 아나운서를 기용하는 것이 더 적절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양현석을 다시 심사위원으로 포진시키고 윤종신을 메인 MC로 기용하면 어떨까. 임창정은 MC의 부담감을 버리고 그의 예능끼와 자유분방함을 살릴 수 있는 감초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주면 더 멋진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제작진의 발빠른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