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토피아

'천직찾아 휴가가요'를 아십니까?

재능세공사 2008. 9. 8. 03:03

SBS 스페셜 '천직찾아 휴가가요'

 

컴퓨터 방에 있는 나를 탐미가 급히 불렀다. 구본형 선생님이 TV에 나오셨다며 부산스럽게 나를 잡아 이끈다. 선생님이 열명 남짓한 이들을 앞에 두고 예의 자상한 미소를 띄우며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계셨다. 그제서야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 누군가가 올렸던 프로그램임을 알았다. 

  

예전부터 관심에 두고 있었던 'Vocation Vacation' 프로그램의 컨셉을 뼈대로 삼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기획물이다. 전직을 희망하는 30,4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직업체험 희망자를 공개모집하고 2명에게 직업체험 기회를 부여하고 이들의 짧지만 의미있는 체험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미국 현지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이들을 소개하기도 했고, 국내에서 제 2 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는 두명의 삶을 스케치해서 보여주었다. 모두가 10년 이상의 전문직 커리어를 가진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의욕적인 기획의도에 비해 아쉬운 점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였지만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의미있는 서비스를 소개했고, 한국형 직업체험 케이스를 실험적으로 보여준 점, 또 다른 방식으로 제 2의 인생을 열어가는 이들의 삶을 소개하면서 전직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직업체험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직업브랜드를 창조해낸 각 분야 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직업체험 서비스를 운영하려는 이들의 핵심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직업체험 멘토들을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이 서비스의 의미를 이들에게 얼마나 잘 설득시킬 수 있느냐가 첫번째 관문인 셈이다.

 

우선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직업멘토군은 스스로가 모든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1인기업 개념의 전문직업(카피라이터,푸드스타일리스트,이미지컨설턴트,특수분장사 등)을 가진 이들이다. 직업체험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 정도의 재량권을 가진 멘토가 아니고서는 심층적이고 의미있는 체험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가 어렵다.

 

 

직업체험을 원하는 이들의 진정성과 자질을 적절한 기준으로 선별하는 일도 중요하다. 단지 수익만을 목표로 직업체험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을 거르지 않고 참여 시킨다면 선의를 가지고 참여한 직업체험 멘토들을 낙담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영자는 직업체험 서비스의 설계과정에서부터 참여자와 멘토간의 기대수준 관리와 체험과정에서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데 깊숙히 개입해야 한다.

 

기본적인 체험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 좀 더 심층적인 전직이행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후속 프로그램의 개발 없이는 잠깐동안의 추억을 만들거나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1차 체험 이후에 가능성이 있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멘토와 개별적인 인턴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수련의 길을 마련해주는 방식은 어떨까? 1년에 단 한명이라도 해당멘토의 정식제자로 성장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국내 직업체험 서비스의 현주소

 

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알게된 'Vocation Vacation' 사업모델은 국내에서도 비록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유사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업체(드리미잡)가 생겼다. 아직 가능한 직업의 종류가 13가지 정도에 불과하고 헤드헌팅 개념과 연계되어 있지만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할만 하다.

 

노동부는 2012년 건립을 목표로 분당에 종합직업체험관을 준비중이기도 하다(상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이외에도 고용지원센터나 직업훈련원 등에서 청소년과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서비스 개념의 직업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SBS 스페셜이 다룬 것처럼 30,40대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업적인 개념의 'Vocation Vacation' 사업모델 수준까지 발전하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국내에서의 직업체험 서비스 모델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환기시킨 이번 방송이 천직을 꿈꾸는 이들의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조성의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글 : '직업체험 서비스가 제공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