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토피아

대학을 꼭 나와야 할까요?

재능세공사 2010. 12. 3. 18:11

오늘도 답변할 질문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가치있는 답변을 기대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노력할 자세도, 예의도 느껴지지 않는 질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 역시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씁쓸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타까운건 어쩔 수 없네요. 그 와중에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아래 질문을 발견했어요.. 저도 답변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여러분이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질문내용 - 대학을 꼭 나와야 할까요?]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까 내용이 길어졌네요. 그래도 한번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언이 꼭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군대 전역 하고 알바 해서 용돈 벌어가며 생활 하고 있는 20대 초반 성인 남자구요. 대학교는 지금 휴학 중 입니다

 

우선 요지부터 말씀 드리자면, 나이도 얼마 먹지 않았지만, 생각이 점점 많아 지는 시기이기도 하니만큼,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가 저한테 얼마나 중요하고, 또 졸업장이 꼭 저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요즘 들어 생각하게 됩니다. 학비도 만만치 않고... 부모님한테 손벌리는게 이제 싫습니다. 학비도 이제 저희 집에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는거 같아요 ...

 

물론 예전에도 이런 생각 해 본 적은 있었습니다. 뭐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태반이 대학교를 원해서 간다기 보다 절차상.. 특히나 인문계 학생이었다면 하나의 관례처럼 대학교에 입학하죠. 자신의 진정한 꿈은 무엇인가 생각할 겨를 없이... 대학 입학만을 위해 초중고 12년을 갖다 바치고 입학 하기에만 급급한 현실, 저도 물론 똑같은 흐름을 탔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성적 맞는 학교 찾다가 SKY 급이나 서울소재 학교는 아니더라도 들으면 그래도 다 아는 대학교에 원서를 넣었구요. 그래도 취업은 잘될것 같다는 근거없는 생각에 '경영학과' 에 아무 생각없이 입학했습니다.

 

새내기때, 공부를 멀리했습니다. 물론 후회는 됩니다만, 정말 경영쪽은 아무관심도 없었던 채로 입학했기 때문에 학구열같은건 별로 생기지도 않았구요, 새로운 문화들이 너무 재밌고 모든것들이 절 유혹하더라구요. 그런 상태로 학점 관리 하는 둥 마는 둥 등록금 내 가며 2 학년 1학기 까지 다니다가 군대에 갔는데, 그때서야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정말 시간을 낭비 했다는 것들과, 앞으로 변해야 겠다는 다짐, 우선은 학점관리 만큼은 목숨 걸고 해서 장학금 타내겠다는 다짐을 한 채 전역 해서 일단은 휴학 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요.

 

회의가 듭니다. 등록금도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구요(사실 저희 집안 사정이 썩 좋지는 못합니다. 동생도 고등학생이라 곧 대입걱정도 해야 되구요) 제 동갑내기 친구중에 전문대 나와서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케이스가 있는데요. 얘기 들어보니까 큰 액수를 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러웠습니다. 이젠 직장이 어디인지를 떠나 그냥 제 또래 아이들중에

취업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마냥 부러울 뿐입니다. 무엇이든 해서 돈 벌어서 부모님 손 벌리지 않고 독립하고 싶어요.

 

반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이 아직 사회생활 경험도 적은 때에 무엇이든 한다는 불확실한 생각으로 너무 모든것을 만만하게 보고 쉽게쉽게, 경솔하게 생각 하는건 아닌지도 모르겠구요. 그래도 대학교 무사하게 잘 나와서 어디든 취업하면 봉급 타 가며 살아가긴 살아갈 테니... 어떻게 보면 그게 또 가장 안전한 길이기도 하겠구요. 하아....... 정말 고민입니다.


제가 지금 옷가게에서 판매직으로 주말에만 일을 하고 있거든요. 주중에는 다른 일을 하구요. 무슨 욕심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돈 벌고 싶다는 생각에 두탕을 뛰고 있습니다. 근데 옷가게에서 하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또 의외로 재미있기도 하더라구요. 본래 웃음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옷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해서 적응도 금방 한 편이구요. 거기서 일하는 매니저님도 말하는거 들어보니까 대학교는 안나오신거 같던데... 제가 복학할때까지 일 할거라고 하니까 장난삼아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요즘에 대학 나오나 안나오나 다 똑같은데 왜 다들 대학 대학 난리 인지 모르겠어 그치 ?'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저는


'그래도 꿈이 있으니까 다니겠죠 ?'


하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막상 아무 생각없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그리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더라구요. 그때만큼은 매니저님 말이 하나도 틀린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일을 잘 해주니까 매니저님이 웃으시면서 '너 그냥 복학 하지 말고 이 길로 나가라' 라고 하셨는데 그냥 웃어 넘기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이 길로 나가서 착실히 돈 모아서 가게하나 차릴까'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린나이에 너무 쉽게쉽게 생각하는 걸까요 ? 물론 아무 각오 없이 이런 생각 하는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것 같기도 하고 암튼 요즘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긴 글을 여기까지 다 읽어 주셨다면 정말 감사하구요. 그냥 가시지 마시고, 한마디라도 좋으니 조언좀 부탁 드립니다. 만만하게 생각 하지 말라는 따끔한 악플도 좋구요. 비슷한 고민이나 경험을 가지신 분도 너무 고맙겠구요. 부디, 한마디라도 조언 부탁 드리겠습니다.



[답변내용 - 어떻게?라는 질문에 앞서 왜?를 생각해 보세요..^^]


powbaby님 안녕하세요.. 여러가지로 심적 고민이 많으셨겠습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란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용기를 내서 행하게 되면 기대하지 않았던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님을 힘들게 하는 여러가지 상황과 고민에 대해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셨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스스로 정의하고 나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니까요..

 

아주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셨습니다..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는걸까? 요즘 우리 사회 분위기를 볼 때 입시를 앞두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이미 대학생활을 하는 젊은이들(대다수의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이 너무나 당연시해서 거의 의문을 품어보지 않는 질문이죠.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으로 누구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론이 단순하게 나올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원하는 삶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다른 길도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님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이기(나를 이롭게 한다)적인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어요. 나는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쏟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기질과 성향을 가진 사람인가? 내 인생을 통해 만나고 싶은 미래의 순간과 장면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이 네가지 질문에 대해 님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없다면 질문에 대한 의미있는 답을 찾기가 어려울껍니다. 저는 이러한 정보를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원칙이나 기준)이라고 표현합니다.

 

님이 알려주신 내용을 토대로 몇가지 사실은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현재 선택한 학교나 전공은 님의 주도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둘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특별한 계기나 의미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생활을 계속하기에는 경제적 부담도 크고 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셋째,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알바 일을 통해 의도하지 않게 상대적으로 흥미로운 일을 발견했다. 넷째, 자연스럽게 님 내면에 흘러 들어온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세상의 시선에 대한 불안감으로 용기있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두렵고 불안한 이유는 스스로의 존재감과 내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심리상태죠. 무조건 과감하고 용기있게 부딪쳐 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대신 님에게 의미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몇가지 희망적인 실마리와 시도를 권하려 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님만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서 정리해 나가기를 우선 말씀 드리고요..

 

대학을 다니냐 말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그 삶을 위해 나에게 필요한 공부나 체험은 무엇인가?로 바꾸어 보시길 바래요. 현재 휴학중인 상태니까 이 시간을 활용해서 님이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선택권을 검토해 볼 수 있어요. 님의 주신 정보에서 저는 직관적으로 님에게 장사기질이 있다고 느꼈어요. 어느 정도 흥미도 가지고 있구요. 장사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왕이면 님이 더 오랫동안 흥미를 가질만한 아이템을 찾아보는게 좋아요. 꼭 장사가 아닐 수도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요.

 

가게 사장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어떻게 그 일을 시작했고 장사를 잘하려면 어떤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어 보시구요. 단순히 알바로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이 가게 주인이라면 어떻게 더 재미있고 기발한 방법으로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인테리어도 바꿔가면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 보세요.. 그럼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꺼예요.. 그런 상상이 자연스럽고 즐겁게 느껴진다면 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일 후보군에 넣어도 좋아요.

 

가정이긴 하지만 님이 장사하는걸 좋아한다면 님의 전공인 경영학과는 생각없이 선택했지만 나쁜 선택이 아닌거예요.. 다만 똑같이 경영학을 공부하더라도 님이 관심있는 아이템과 분야의 장사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야 겠죠.. 자신의 구체적인 관심사 하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재미없던 전공과목이 다르게 보이는 체험을 꼭 해보기 바래요.. 경영학은 일반적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남들과 다르게 나답게 그걸 해석하고 받아 들이면 아주 특별한 님만의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용기나 확신은 머리속으로만 생각해서 가질 수 있는게 아니에요.. 사유와 체험 그리고 시도를 통해서 검증될때만 내 것이 될 수 있는 놈들이죠.. 결정을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답니다. 여러가지 님이 처한 현실과 환경이 방해를 할꺼예요.. 그놈들과 맞서서 첫 발걸음을 떼게 되면 그렇게 대단한 놈들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될껍니다. 현재 님을 긍정적으로 자극하고 에너지를 주는 일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으세요. 열정이라는 에너지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면 생각외로 다음 발걸음이 가벼워질꺼예요.. 부디 님을 진짜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자기다운 삶을 찾아가길 기원하고 응원할께요..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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