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토피아

4년만에 아내와 럭셔리 고스톱 친 사연

재능세공사 2008. 10. 15. 13:26

고스톱으로 아내와 회포를 풀다

 

어제 늦은 저녁때 일입니다. 평소처럼 두 아이를 재우고 오붓하게 드라마를 즐기는 시간이었죠. 탐미가 갑자기 투덜댑니다. 월화 드라마는 볼게 너무 없다고. 맞습니다. 바람의화원이 월화드라마였으면 하는게 티돌이 부부의 소박한(?) 바람일 수 밖에 없는게 워낙 베토벤 바이러스 광팬들이거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봐왔다는 이유만으로 에덴의동쪽을 시청하며 특유의 비판을 쏟아내기 바쁩니다.

 

드라마 시청을 끝내고 대부분 아내가 좋아하는 케이블 TV 패션관련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인데 갑자기 탐미가 제안을 합니다. "오빠, 오랜만에 럭셔리 화투로 맞고 한번 칠까?" 듣자마자 엔돌핀이 팍팍 솟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내와 고스톱을 친게 정확히 4년만의 일이었던 겁니다. 아이가 없던 신혼시절 우리 부부의 취미 중 하나가 점 200백짜리 고스톱을 죽기살기로 치는 것이었습니다.

 

 첫아이 임신때 아내와 찍은 디알북 에브리바디..^^

 

이제 네살난 첫 딸 청빈이와 갓 돌을 넘긴 아들 우림이가 생기고부터는 모든 아빠 엄마들이 그런것처럼 우리 부부도 둘만의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해 왔습니다. 4년동안 제대로 된 여행은 커녕 영화 한편도 같이 보지 못했으니까요. 아이들이 잠들면 아내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집안일로 시간을 보냈고 저는 저대로 인터넷과 TV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게 습관처럼 굳어졌죠. 그나마 매니아가 될 만한 드라마를 같이 보는게 함께 즐기는 유일한 취미였을 뿐이죠.

 

 

럭셔리 화투가 선물한 즐거운 해프닝

 

지난주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절친한 후배 녀석이 럭셔리 화투를 선물했던걸 탐미가 기억해 낸 것입니다. 유명화백이 창조적으로 그려낸 럭셔리 화투로 치는 고스톱맛이 어떨지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습니다. 제일 걱정인 것은 아직 럭셔리 화투의 그림이 익숙치 않아 헷갈릴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시작할때만 해도 이런한 특성이 더 큰 즐거움을 안겨줄지 상상도 못했답니다.

 

럭셔리 화투의 지존 용쟁화투의 압도적인 포스를 보라..ㅋㅋ

 

캔맥주 한잔이 아쉬었지만 되는대로 오징어포와 쿨피스, 쥬스 등의 간식꺼리를 준비하고는 바로 럭셔리 고스톱을 시작했습니다. 하도 오랫만이라 탐미는 패돌리는 방법까지 헷갈려 하더군요. 게다가 우리 가족 모두가 인정하는 '경로당화투' 스타일이라 고스톱 치는 속도가 아주 느린 그녀입니다. 우리 부부는 현찰박치기를 철칙으로 하기때문에 경기전에 각자의 판돈을 우선 확인하는 버릇이 잇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제가 계속 선을 잡습니다. 탐미는 고스톱 치는 내내 귀여운 투정과 억지를 부립니다. 제가 보너스카드를 여러개 가지면 낼름 한장만 달라고 하지를 않나 고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고를 불렀다가 고박을 쓰고는 한 수만 물려(무슨 장기도 아니고..ㅋㅋ)달라고 징징댑니다. 제가 원래 한 승부욕 하지만 아내와 치는 고스톱에서는 여유만만이 됩니다. 그게 부부간에 치는 맞고의 재미니까요.

 

한참을 치다가 럭셔리 화투때문에 사건이 발생합니다. 탐미가 비를 동시패션했다며 즐거워 하길래 일단 피 한장을 주었는데 자세히 보니 솔 오끗자리의 그림과 비슷해서 착각을 한 것이 밝혀집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충분히 헷갈릴만큼 비슷하답니다. 둘 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그 후에도 여러번 계속됐고 화투치는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요놈들이 몇가지 패는 헷갈리는게 많답니다..^^

 

 

대포사건의 기억과 아내의 판돈강탈사건

 

어제는 제 끗발이 한 수 위였는지 1시간 남짓 쳤는데 제가 4만원 정도를 땄습니다. 탐미는 분기탱천해서 약속된 시간을 계속 연장하며 회복을 꿈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두판을 남겨논 시점에서 아내와의 심리전이 시작됩니다. 우리 부부의 맞고 역사를 되돌이켜 볼 때 누군가 외상을 하거나 대박이 터졌을때 속된 말로 대포까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잃은 돈을 방심한 틈을 이용해 강탈해 가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도 대비를 했죠. 마지막 판이 끝나면 아내가 공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말입니다.

 

아내와 신혼초기에 즐겼던 황토팩 엽기사진..^^;

 

그러나 탐미가 한 수 위였습니다. 예상을 깨고 두판째가 끝나자마자 전광석화와 같이 제 앞에 있던 딴 논 일부를 강탈한 것입니다. 뒤늦게 저항해 봤지만 딴 놈 중 절반이 이미 아내의 지갑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부부간의 몸싸움 덕분에 먹거리가 사방에 튑니다. 그런 즐거운 전투가 럭셔리 고스톱의 대미를 장식하며 우리 부부 얼굴 모두에 기분좋은 미소를 짓게 합니다. 정말 원없이 웃고 즐기며 신혼생활의 재미를 만끽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신혼시절에는 가끔 이런 요리(등심편채)로 아내를 즐겁게 해준 적도 있었지요..ㅜㅜ

 

환하게 웃으며 굿나잇 인사를 보내는 탐미가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더군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쓰면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그동안 너무 안일하고 무심했다는 반성말입니다. 올블로그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레디 대디 콘테스트에라도 참여해서 더 따뜻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부들에게 적극 권합니다. 럭셔리 화투로 즐기는 부부금슬 좋아지게 하는 고스톱 게임을 즐겨보시길..^^